스마트하게 경영하고 두려움 없이 실행하라

이재형 지음ㅣ아비요ㅣ404쪽ㅣ1만6000원

경영학과 헬스클럽. 다소 생소한 조합이다. 적정한 수의 런닝머신과 다수의 회원만 있으면 될 것 같은 곳에 경영학이라니. 가당찮다고 여길 수 있다. 하지만 이 헬스클럽, 만만치 않다. 경영 전략을 세운지 3개월 만에 두 배의 실적을 냈다. 회원 재등록률은 눈에 띄게 높아졌으며 신규 등록도 늘었다. 비결이 뭘까.

저자는 대기업 전략기획실에서 일한 경험을 바탕으로 이야기를 풀어간다. 작중 이름은 제임스. 2013년 봄 동네 헬스클럽에 등록한 저자는 대표를 만나 짧은 대화를 나눈다. 그리고 우연한 계기로 이 곳의 교육을 의뢰받게 된다. 12주간의 철저한 경영 전략 수립과 고객 관리, 마케팅, 재무 관리까지, 그들이 '변화 여행'이라 명명한 전략은 그렇게 시작된다.

헬스클럽의 체질 개선은 치밀하게 진행됐다. 먼저 큰 그림을 그리고 채워 넣는 식이다. 제임스의 수업 대상은 헬스클럽 대표부터 코치까지 전원. 리더십을 시작으로 커뮤니케이션의 법칙, 그리고 대차대조표 작성까지 일사천리로 나갔다. 이런 점에서 이 책은 경영전략서에 가깝다. 경영 구루들의 말이 수차례 인용되는가 하면 베인앤컴퍼니에서 고안한 NPS(고객 순추천지수)가 등장하기도 한다. 책을 읽다 보면 마치 대학의 경영학 수업을 듣는 것 같다. 흥미진진하다.

학기(?)의 중반 무렵 등장한 '코치 수업'은 인상 깊다. 좋은 코치가 되기 위한 학습이랄까. 제임스의 교육은 '커뮤니케이션'을 기본 얼개로 한다. '메라비언의 법칙'도 등장한다. 대화에서 영향을 미치는 비중을 보면, 비언어적 몸짓인 '시각적 요소'가 55퍼센트, 어조·억양·음성 등 '청각적 요소'가 38퍼센트, '말의 내용'은 7퍼센트에 불과하다는 법칙이다.

각종 경청 기법을 설명하고 역할극도 한다. 저자가 강조하는 코칭은 컨설팅과 다르다. 컨설팅이 성과와 성취에 초점을 맞춘다면, 코칭은 개인의 자존감과 존재에 중점을 둔다. 상호 신뢰를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효과가 높다.

'고객은 언제나 떠날 준비가 되어 있다'고 경고한 고객 관리 수업도 눈여겨볼 만 하다. 여기선 '깨진 유리창 법칙'이 인용된다. 깨진 유리창 하나를 그냥 두면 그 지점을 중심으로 범죄가 확산되기 시작한다는 이론이다. 헬스클럽의 경우에도 (고객들이 불만을 가질) 잠재적 악재를 제거해 고객의 불만 확산을 사전에 차단할 필요가 있다. 만기 회원 재등록을 위한 텔레마케팅 도입부터 탈의실 냄새를 없애기 위한 탈취제 구입 등이 적용된다.

그 결과 입소문을 타고 회원이 조금씩 늘기 시작했다. 대부분의 고객은 불만을 느끼지만 표현하지 않는다는 게 저자의 주장이다. 불만을 직접 이야기하는 고객은 4퍼센트에 불과하다. 나머지는 참고 있거나 소리없이 경쟁사로 이동한다고 한다. 그러니 불만을 말해주는 고객에게 고마워해야 하며, 불만 요소를 미리 제거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말한다.

여러 석학들의 발언을 인용한 것이 글의 설득력을 돕는다. 실행력을 강조하기 위해 피터 드러커의 "기업가 정신이란 일종의 과학이나 테크닉이 아닌 오직 실천"이란 말을 인용하는가 하면, '성찰'이라는 덕목을 설명하기 위해 철학자 막스 피카르트의 '인간과 말'의 구절을 소개하기도 한다. 경영학에 한정되지 않는다. 반면 아쉬운 점도 있다. 여기저기 산재한 경영 전략과 실제 사례가 오히려 독자를 혼란에 빠뜨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