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공사(코레일)와 철도노조의 파업 종료를 위한 협상이 결렬됐다. 코레일은 사회적 논의기구 구성에 합의하는 등 진전된 모습을 보였지만, 철도노조가 파업 철회의 조건으로 내건 수서발 KTX 면허 발급 중단 요구는 수용하지 못한다고 밝혔다. 면허 발급 중단은 국토교통부가 결정해야 될 사안인 만큼, 결국 철도파업 해결을 위한 공은 정부 손으로 넘어간 셈이다.

◆ 수서발 KTX 면허 발급 이견 좁히지 못해 협상 결렬

코레일과 철도노조는 26일 오후 4시부터 실무협상을 시작해 27일 오전 8시까지 협상을 진행했다. 하지만 결국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협상 결렬을 선언했다.

쟁점이 된 부분은 수서발 KTX 법인에 대한 면허 발급 여부였다. 철도노조는 면허 발급을 중단하고, 사회적 논의기구를 구성해 철도산업 발전방안을 다시 이야기하자고 주장했다. 코레일은 사회적 논의기구 구성에는 합의했다. 하지만 수서발 KTX 법인 면허 발급 중단은 불가능하다는 정부 입장을 노조 측에 전달했다. 결국 면허 발급 중단 여부에 대한 입장 차이를 좁히지 못한 양측은 밤샘 협상 끝에 결렬을 선언한 것이다.

지난 26일 오후 서울 용산구 코레일 서울본부에서 한국철도공사(코레일)와 전국철도노동조합이 실무교섭을 재개하고 있다.

철도파업 종료 가능성을 높인 협상이 중단되면서 양측은 다시 극한 대립으로 치닫고 있다. 최연혜 코레일 사장은 교섭 결렬 직후 기자회견을 열고 이날 자정까지 파업에서 복귀하라며 최후통첩을 했다. 최 사장은 “철도노조는 수서발 KTX 법인 면허 발급을 중단하라는 기존 요구만 되풀이했다”며 “협상할 의지가 있는지, 철도산업 발전에 대한 진정성이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코레일은 최후통첩 시한인 이날 자정까지 파업에서 돌아오지 않는 철도노조 조합원에게는 중징계를 내리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또 전날 공고를 낸 660명 외에 대체인력 추가 채용으로 노조에 대한 압박 강도도 높이고 있다.

철도노조도 물러서지 않고 있다. 철도노조는 28일 오후 3시 서울광장에서 3차 상경집회를 열 계획이다. 민주노총 등과 힘을 합쳐 대정부 투쟁 강도를 높여나간다는 계획이다.

파업 장기화에도 핵심 직군의 파업 참여율이 높은 점도 철도노조 입장에선 파업에 힘이 실리고 있는 부분이다. 이날 오전 8시 기준으로 파업 복귀율과 파업 참가율은 각각 13.3%, 37.3%를 기록 중이다. 파업 복귀자가 조금씩 늘고 있지만, 핵심 직군이라고 할 수 있는 기관사와 차량분야, 열차승무 분야는 여전히 파업 참여도가 높다. 특히 기관사의 경우 파업 참가율이 56.8%에 이르고, 파업 복귀율은 1%에 그치고 있다.

◆ 파업 해결 열쇠는 정부가?

코레일과 철도노조의 협상이 결렬되면서 결국 철도파업 종료의 열쇠는 정부가 쥐게 됐다. 철도노조가 요구하는 수서발 KTX 법인 면허 발급 중단은 처음부터 코레일이 아닌 국토부의 결정 사항이었다. 이 때문에 철도노조와 야당은 정부가 직접 노조와 대화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는 수서발 KTX 법인 설립을 강행한다는 입장이기 때문에 철도파업이 해를 넘길 가능성도 커졌다.

철도노조 파업으로 대체근무 인력과 파업 불참자의 피로도가 쌓이고 있는 가운데 26일 오전 이문동 차량기지를 방문한 정홍원 총리와 최연혜 코레일 사장이 심각한 표정으로 대화를 나누고 있다.

정부는 수서발 KTX 법인 설립이 공공부문 경쟁 도입을 통한 철도산업 발전 방안이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특히 파업이 장기화되면서 점차 여론이 정부쪽에 유리해지고 있다고 보고 있다. 코레일의 방만경영과 철도노조의 이기주의에 대해 불만을 갖는 국민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한 정부 관계자는 “이명박 정부 초기의 광우병 사태와 이번 철도파업은 본질적으로 다르다”며 “당시는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모든 국민이 잘못된 정보에 호도돼 거리에 뛰쳐 나왔지만, 이번에는 ‘철도 민영화는 절대 없다’는 입장을 정부가 고수하면서 노동계 밖으로는 파업 분위기가 이어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수서발 KTX 법인 면허 발급이 당초 예상보다 늦어지는 점도 철도파업에 변수가 되고 있다. 면허 발급을 위해서는 법인 등기가 돼야 하는데 대전지방법원에서 법인 등기 심사가 늦어지고 있다. 면허 발급이 해를 넘기게 되면 자연스럽게 철도 파업도 내년까지 이어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