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너 총수가 있는 대기업집단에서 전문경영인이 오를 수 있는 최고의 자리는 2인자다. 경영역량이 탁월하고 총수의 절대 신임을 받아야만 가능한 자리다. 조선비즈는 10대 그룹의 차기 2인자 자리에 가장 가까이 접근한 전문 경영인에 주목했다. 핵심 보직을 맡아 괄목할만한 성과를 내며 성공가도를 달리고 있는 그룹내 차기 2인자들의 면면을 살펴본다.[편집자주]
신종균 삼성전자 IT&모바일(IM)부문 사장은 '공돌이의 신화'다. 신 사장은 인하공업전문대를 나와 학사편입으로 광운대 전자공학과에 입학했다. 그는 석·박사나 미국 MBA 학위 취득 등 내놓을만한 '스펙'이 없다. 학부 졸업장과 자기 역량만으로 세계 최대 정보기술(IT) 업체의 최고경영자(CEO) 자리까지 올라갔다.
신 사장은 1984년 12월 삼성전자에 들어가 1994년부터 삼성전자 무선전송그룹 그룹장을 맡았다. 2000년 무선사업부 개발팀 연구위원이 되며 이사보로 임원 대열에 합류했다. 부사장 직함은 2006년 받았다. 이사보에서 부사장까지 보통 12년 걸리는 코스를 6년만에 돌파했다.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출세가도를 달릴 수 있었던 이유는 뭘까. 삼성전자 한 관계자는 "신 사장은 수원에서도 독하디 독한 일벌레로 유명하다. 연구원 시절부터 맡은 일은 끝장을 봤다"며 "그는 학연·지연·스펙이 없지만 성과로 존재가치를 입증했다"고 말했다.
신 사장은 최지성 삼성미래전략실장(부회장) 뒤를 이을 주자로 꼽힌다. 최 부회장이 '기획통'이라면 신 사장은 '개발통'이다. 삼성 관계자는 "최 부회장과 신 사장은 이건희 삼성 회장의 숨겨진 의중을 정확히 꿰뚫는 능력을 지녔다"고 말했다.
신 사장은 1000만대 이상 팔린 벤츠폰, 블루블랙폰, 울트라에디션 시리즈 개발책임자였다. 독학으로 영어를 공부해 외국 구매자에게 제품 사양을 직접 설명했다. 신 사장은 2010년 1월 무선사업부장(사장)에 취임한 뒤 6개월만에 스마트폰 갤럭시S를 발표했다. 갤럭시S는 출시 70일만에 100만대 판매란 신기록을 세웠다. 이 제품은 한국과 아시아 시장에서 총 1600만대가 팔렸다.
신 사장이 취임한 뒤 IM부문은 급성장했다. IM부문은 2011년 영업이익 8조1300억원을 거뒀다. 삼성전자 총영업이익(15조6442억원)의 52%이었다. IM부문은 2012년 영업이익 19조4200억원을 기록했다. 총영업이익의 66.8%이다. 올해 들어선 분기마다 사상 최대 실적을 갱신했다. 3분기까지 누적 영업이익이 19조4900억원으로 총영업이익의 68.1%를 차지했다.
신 사장은 갤럭시 시리즈 개발을 주도했다. 그는 삼성전자가 세계 스마트폰 시장점유율 1위에 오르는데 자타공인 일등공신이다. 삼성전자 IM부문의 강점은 기술 주도력과 빠른 대응력이다. 신 사장은 2007년 컨베이어 벨트 방식 대신에 셀(CELL) 시스템을 도입했다. 셀은 작업자 한 사람이 제품 조립부터 검사까지 모든 과정을 수행하는 생산 방식이다. 셀 방식 도입 뒤 1인당 휴대전화 생산량은 2005년 250개에서 2007년 500개로 늘었다.
신 사장은 삼성전자 내에서도 알아주는 일벌레다. 승부 근성이 강하기로도 유명하다. 신 사장은 토·일요일까지 출근하는 날이 많다. 참모들이 "제발 좀 쉬시라"고 간청할 정도다. 신 사장은 "갤럭시 시리즈를 개발하며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했다. 임직원과 함께 휴일도 반납하고 밤낮 없이 일했다"고 회고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주말에 출근하면 낮은 직급 직원도 사장 얼굴을 자주 보게 된다"며 "회사에서 피곤한 얼굴의 신 사장과 여러 번 마주친 경험이 있다"고 말했다.
올해 신 사장은 갤럭시S4에 올인했다. 그는 갤럭시S4 글로벌 출시를 앞두고 북미 시장 유통망을 점검하기 위해 수차례 현지 바이어를 만났다. 미국 대형마트 베스트바이에 숍인숍 형태의 '삼성 스토어'가 들어선 것도 신 사장 작품이다. 그는 4월 빌 게이츠 빌·멜린다재단 이사장, 래리 페이지 구글 창업자, 삼성 수뇌부 등과 함께 IM사업 강화 전략을 모색하기도 했다.
신 사장은 "젊은 시절(갤럭시S 개발 당시)엔 3일 밤낮을 뜬눈으로 제품 개발에만 몰두하기도 했다. 72시간을 한 숨도 안 잤다. 그 정도로 독종이었다"고 말했다. 신 사장은 삼성전자를 세계 휴대전화 시장 1위에 올리겠다는 목표를 이뤘다. 이제 새 목표가 생겼다. 신 사장은 태블릿PC 분야에서도 세계 1위를 노리고 있다. 신 사장은 "삼성전자의 태블릿PC 출하량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늘기 시작했다. 올해 4000만대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했다. 신 사장의 '공돌이 신화'가 이어질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