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관순 한미약품 대표, 위기 속에 빛을 발한 경영 능력

이관순 한미약품 대표이사

이관순(51) 대표가 취임하고 지난 3년간 한미약품이 얼마나 성장했는지 보면 최고경영자(CEO)의 역할에 새삼 놀라게 된다. 2010년 12월 이관순 대표이사 사장이 취임한 이후 한미약품의 영업이익은 연평균 719.5% 성장했다. 시가총액도 14% 가까이 늘었다.

최근 한미약품은 복합신약과 개량신약을 잇따라 출시하며 국내·외 제약시장의 판도를 바꾸고 있다. 연구소장 출신인 이 대표의 진두지휘 아래 이미 세계적으로 성공한 약을 새롭게 바꿔 '아모잘탄', '로벨리토', '에소메졸', '낙소졸' 등으로 내놨다.

한미약품의 아모잘탄은 두 가지 고혈압 치료 성분을 결합한 복합 신약으로 미국 엠에스디(MSD)와 세계 51개국 수출 계약을 맺었다. 이후 프랑스 사노피와 고혈압과 고지혈증 치료제를 하나로 합친 로벨리토를 공동 개발했다. 에소메졸은 미국에서만 연매출 6조원을 올리는 아스트라제네카의 넥시움을 개량해 만들었다. 국산 개량신약으로는 처음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를 받고 오리지널 특허가 끝나기도 전에 미국에서 판매 중이다. 낙소졸은 항궤양제인 에소메졸에 진통소염을 더한 복합제다. 이 대표는 또 비아그라와 효과가 같은 '팔팔'을 물 없이 씹어먹는 제형으로도 출시해 히트시켰다.

새로운 사업모델을 개척하고 글로벌 제약회사와 협력한 결과, 2년 연속 적자에 빠져있던 한미약품은 흑자로 전환했다. 어려운 여건에도 연구개발(R&D) 투자를 지속한 것이 성장동력으로 이어졌다는 평가다. 이 대표는 "열성을 가진 직원들과 함께라면 앞으로도 새로운 성과는 얼마든지 만들어 낼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새벽 4~5시에 일어나 임·직원이 보낸 100여통의 이메일에 일일이 회신하는 소통의 리더십으로 유명하다.

이 대표를 최근 서울 방이동 한미약품 본사에서 만났다. 그는 1982년 서울대 화학교육과를 졸업한 뒤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서 화학과 이학 박사를 받았다. 1984년 한미약품에 입사해 1997년부터 2009년까지 12년간 제약업계 최장수 연구소장을 맡았다. 이어 전무이사에서 부사장을 거치지 않고 사장으로 바로 특진했다. 2010년 1월 연구개발(R&D) 사장을 거쳐, 12월에는 대표이사 사장에 올랐다.

-이 대표가 맡고 회사가 크게 성장 했는데.
"당시 회사 상황이 나빴다. 적자인데다 제약업계에서도 어려웠다. 어떻게 해서든 흑자 전환을 해야 했기에 전체 직원이 이른바 죽을 각오로 열심히 일했다. 특별한 게 있었다면 어려운 상황에서도 R&D 투자를 계속했다는 것. 글로벌 제약사도 어려워지면 R&D 비용부터 줄인다. 그러나 R&D는 한번 중단하면 1년이 중단되는 게 아니라 회생 불가능하게 탄력을 잃는다. 제약회사의 미래는 R&D라고 생각했다."

-자금이 부족한데 R&D에 어떻게 투자했나.
"추진하던 R&D 프로젝트를 개발 기간과 성공 확률 등에 따라 정리했다. 시장 가능성이 높으면 돈이 들더라도 직접 임상시험을 하고, 미래가 불투명하면 라이선스 아웃을 했다. 직접 개발하지 않더라도 훗날 성공하면 일부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주사용 항암제를 경구용으로 전환하는 오라스커버리 기술이 대표적이다. 이런 식으로 장기 R&D에 대한 부담을 줄이면서 각각의 프로젝트를 더 발전적으로 진행시켰다."

-한미약품이 복합신약 명가로 부상했는데.
"최근 제약업계 트렌드가 개량신약에서 복합신약으로 바뀌고 있다. 시장을 보다 오래 독점할 수 있다. 개발한 아모잘탄이 MSD와 협력하면서 성공하자 다른 글로벌 제약사에서도 러브콜이 왔다. 로벨리토도 사노피와 그렇게 협력하게 됐다. 지난해부터는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과도 복합제를 공동 개발하고 있다. 우리 실력을 인정받은 것이다."

-최근 에소메졸이 미국 진출에 성공했는데.
"단순 제네릭(복제약)으로는 미국시장 진출이 어려워 차별화된 제품을 고민했다. 기존에 성공한 오리지널 넥시움의 염을 바꿨다. 개량신약이니 넥시움 특허가 끝나기 전에 다른 제네릭보다 먼저 시장을 선점할 수 있다. 국내에서 개발한 약으로 해외에 나가면 오래 걸리고 실패 확률이 높다. 글로벌 시장에 나갈 약은 한 번에 글로벌에서 개발해야 겠다고 생각했다."

-제약업계가 리베이트로 몸살을 앓고 있는데.
"다 같은 제네릭을 갖고 경쟁하면 영업이 어려울 수 밖에 없겠더라. 반면 차별화된 제품을 개발하면 리베이트를 주지 않아도 약이 좋아서 환자를 위해 쓰지 않겠나 싶었다. 제품 공부를 더 많이 해가서 설명해 파는 방식으로 바꿨다. 또한 영업에 대한 내부 가이드라인과 교육을 강화했다. 비용 지출을 엄격히 관리하고 문제 사례는 자주 적발해 징계했다. 많이 개선됐다."

-또 다른 성장 비결이 있다면.
"그동안 조직 안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모든 경우의 수를 따져 시도한 것 같다. 어려움을 통해 조직이 더 강해졌고 지금은 그 여세를 몰아 미래 성장동력을 차례로 낼 수 있게 됐다. 제 역할은 직원들이 새 아이디어를 내면 교통정리하고 다듬어주는 것이다. 벽이 없어야 서로 많은 생각을 주고 받을 수 있을 것 같아 직원들과 술도 자주 마셨다."

-직원들을 소중히 여기는 것 같다.
"사람이 가장 중요한 자산이다. 사람만 있으면 새로운 일은 얼마든지 만들 수 있다. 필요한 사람을 잘 뽑고 조직에 잘 적응시켜 일을 잘하게 만드는 것. 결국 다 사람이 해낸 일이 아니던가. 직원들이 최선을 다하면 개인도 회사도 더 크게 발전할 수 있다. 요즘은 팀 프로젝트가 많아서 인성이 좋고 협업을 잘하는 사람이 빨리 성장하고 결과물도 좋더라."

-내년 2월이면 입사 30년인데.
"한미약품 연구소에 입사한 1984년 첫 해 '세포탁심'이란 항생제를 개발했다. 지금은 직원이 수백명에 첨단장비도 많아 상품화가 빠르게 진행되지만 그때는 연구, 생산, 허가, 출시 등의 모든 과정을 혼자했다. 이 과정에서 많은 걸 배웠다. 회사가 일할 수 있는 터전을 줘서 개인이 성장하는데 월급까지 주니 즐겁지 아니한가. 지금도 매일 배우는 마음으로 출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