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조향장치의 주요 구성품인 샤시부품, 정밀가공부품, 보수용부품, 슬리팅제품을 생산하는 코스닥시장 상장사 화신정공(126640). 솔직히 인지도가 높지 않은 기업이다. 하루 거래대금이 1억원을 넘는 날이 거의 없을 정도다.

하지만 실적만 놓고 보면 최고 기업 중 하나다. 2008년 538억원이었던 매출액은 지난해 1870억원, 올해 2020억~2400억원(예상치)으로 증가할 전망이다. 영업이익 또한 2008년 30억원에서 지난해 72억원으로 늘었다.

가파른 성장세의 비결은 무엇일까. 증권업계 전문가들은 창업주인 정호 회장의 뒤를 이어 2000년대 중반부터 그룹 계열사 경영을 책임지고 있는 정서진 대표이사의 힘이라고 말한다(화신정공 대표이사로는 2012년 취임).

◆ 은둔형이지만…공격적 경영 철학 갖고 있는 정서진 대표

정서진 화신정공 대표이사

화신정공을 소개하려면 스팩(SPAC•기업인수목적회사)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다. 화신정공은 스팩의 성공 사례 중 하나다.

스팩이란, 장외의 우량기업과 합병하기 위한 목적으로 설립되는 페이퍼 컴퍼니를 뜻한다. 금융 감독 당국은 우량 장외기업을 주식시장으로 이끌기 위해 이 제도를 도입했다. 화신정공은 HMC투자증권이 설립한 HMC스팩1호와 합병하는 방식으로 코스닥시장에 입성했다.

HMC투자증권은 현대차그룹의 증권사이고, 화신정공은 현대차의 협력사 중 하나다. 돌려 말하면 화신정공은 자동차업종을 잘 아는 HMC투자증권이 비상장 협력사 중에서 '고르고 고른' 기업이란 의미다. 현 주가는 비록 HMC스팩1호의 2010년 8월 상장 당시 공모가(2000원)보다 낮지만, 올해 2월 1190원까지 하락했다가 이후 꾸준히 상승하는 추세다.

앞서 언급했듯이 화신정공은 인지도가 높지 않은 편이다. 화신정공은 물론이고, 화신그룹 계열사들이 모두 상대적으로 홍보 활동을 적극적으로 하지 않고 있다. 화신정공 역시 상장했을 당시 기업설명회(IR)를 한 차례 열었을 뿐, 주가 관리를 위한 작업에 전혀 나서지 않고 있다.

이는 화신정공이 보수적인 기업 문화를 갖고 있기 때문인데, 사실 이는 대기업 제조사의 1차 협력사들에게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현상 중 하나다. 대기업의 영향력이 크다보니 기업 홍보 활동에도 조심스럽게 접근하는 경우가 많고, 이는 결국 정보 부족으로 이어져 주가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치곤 한다.

하지만 화신그룹 창업주인 정호 회장, 그의 아들인 정서진 대표이사의 경영철학은 상당히 공격적이고, 또 적극적이다.

이는 무엇보다 실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화신정공이라고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보수적인 경영 스타일을 갖고 있을 것 같은데, 의외로 공격적으로 신규 사업을 시도한다. 매출 및 영업이익이 큰 폭으로 좋아지는 것은 정서진 대표를 필두로 경영진이 공격적으로 신규 사업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일례로 지난해 3월 새로 시작한 슬리팅 라인(철판 가공) 사업의 경우, 당초엔 외부에 맡겨왔던 사업이다. 하지만 그룹 내에서 소화하기로 방침을 정한 뒤 화신정공이 담당하게 됐다. 포스코에서 구매한 냉연강판을 재단해 판매하는 사업이라 수익성 자체는 높지 않지만, 매출 증가에는 톡톡히 기여하고 있다는 것이 HMC투자증권의 분석이다.

차량경량화 작업 또한 화신정공이 선두에 서 있다. 업계 최초로 알루미늄 샤시 부품을 개발했는데, 양산을 시작한 상태라 추후 시장이 커질 경우 큰 수혜가 기대된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알루미늄 샤시는 기존의 스틸보다 40% 이상 가볍다. 현재는 일부 고급 차종에만 도입되고 있다.

고객사 뚫기에도 상당히 적극적이다. 당초 화신정공은 그룹내 계열사인 화신과 새화신, 그리고 현대차그룹 계열사들(현대모비스, 현대위아 등)을 주 고객으로 두고 있었는데, 2008년부터 한국GM을 신규 고객사로 두게 됐다. 현대차그룹 의존도를 적극적으로 낮추고 있는 것이다. 그룹 내 계열사로의 매출 비중은 50% 이상이지만, 매년 조금씩 낮아지는 상태다(2008년엔 80% 이상이었다).

◆ 40년 넘게 주요 자동차 부품사…"기술 개발에 주력해온 결과"

적극적인 신규사업 진출, 그리고 기술 개발은 화신그룹 계열사들의 오랜 경영철학이라고 관계자들은 얘기한다.

화신정공, 그리고 계열사 화신은 1969년 설립된 화신산업사를 모태로 하고 있다. 자동차 산업의 태동기 때부터 주요 부품기업으로 자리 잡아온 것. 화신그룹 창업자인 정호 회장은 화신그룹의 강점으로 '기술력'을 꼽는다. 실제 화신은 1987년 큰 규모로 연구소를 설립했는데, 이는 대기업 협력사 중에서는 드문 사례였다. 정 대표는 "자동차시장은 친환경, 경량화 등 아직도 발전해야 할 여지가 많다"며 "화신그룹이 앞서나갈 수 있도록 기술 개발을 게을리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애널리스트들은 화신정공이 저평가된 우량 부품주라는데 의견을 모으고 있다. 그 근거로 꼽히는 것이 바로 화신정공의 우량한 자금력이다.

하나대투증권에 따르면, 화신정공은 화신 지분 등 매도 가능한 금융자산이 424억원에 달하고, 현금성 자산 49억원, 자기주식 23억원 등을 갖고 있다. 이에 반해 화신정공의 시가총액은 570억원 정도. 보유 현금 정도밖에 되지 않는 기업은 저평가라고 판단할 수 있다는 것이 애널리스트들의 의견이다.

차입금이 없는 것도 강점이다. 2008년 7.7%였던 차입금 의존도는 2013년 현재 1.6%까지 낮아졌다. 사실상 남의 돈을 전혀 쓰지 않는다는 의미다. 부채비율도 50% 밑으로 관리되고 있다. 올해 영업이익은 90억원 이상일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 경우 영업이익률 또한 지난해보다 0.8%포인트 가량 개선된다. 이익률이 좋아지고 있는 것 또한 긍정적이라고 애널리스트들은 얘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