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서 신용등급이 높은 사람들은 평균 신용카드 2장을 가지고, 월평균 120만원씩 쓰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력 신용카드를 몇 개만 정해 놓고 이를 집중적으로 사용하고 있다는 뜻이다.

23일 개인신용평가회사 KCB(코리아크레딧뷰로)가 우리나라에서 금융 활동을 하는 전 국민 4000만명의 자료를 분석한 결과, 신용등급 1~3등급의 고(高)신용자 1700만명은 평균 3.7개의 카드를 갖고 있고, 이 중 2.1개를 집중적으로 사용해 월 120만원씩 쓰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신용자들은 전체 국민 중 42%를 차지한다. 전체 국민은 평균 3.4개의 카드를 갖고 있고, 이 중 2.5개를 사용해 월 92만원을 쓰는 것으로 조사됐다. 고신용자들이 국민 평균보다 카드 이용액은 컸지만 사용하는 카드 수는 더 적은 것이다.

개인 신용등급은 총 10개 등급으로 KCB는 부채 규모(점수 비중 35%), 연체 경험 등 상환 이력(25%), 은행·카드 등 대출 형태(24%), 신용거래 기간 등 신용 이력(16%) 등을 반영해 한 달에 두 번씩 등급을 평가·수정한다.

◇고신용자들, 현금서비스 잘 안 쓰고, 연체율은 제로(0)

고신용자들은 현금서비스 사용액이 국민 평균치의 절반에 그쳤다. 고신용자들의 지난 1~10월 월평균 신규 신용카드 현금서비스는 27만원인 반면, 전 국민 평균은 50만원이었다. 현금서비스의 경우 빌린 돈을 1~2개월 후 전액 일시 상환해야 하는 무담보 신용 대출이라 급전이 필요한 저신용자들이 주로 쓰는 것으로 풀이된다.

반면 지난 1~10월까지 평균 대출액 면에선 고신용자들이 4100만원에 달해, 2200만원에 그친 국민 평균치의 배 수준이었다. KCB는 고신용자들이 현금서비스는 덜 쓰는 대신 은행에서 돈을 많이 빌리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고신용자 중 카드와 대출금을 연체하고 있는 비중은 각각 0.0002%와 0.00006%로 거의 제로(0)에 가까웠다. 반면 전 국민 평균은 각각 0.5%, 2.5%였다.

KCB의 신용 정보 제공·관리 프로그램 '올크레딧'을 사용하는 사람을 신용 관리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라고 본다면, 자기 신용 관리에 가장 관심을 많이 갖는 연령층은 30대로 나타났다. 올크레딧을 사용하는 전체 45만명 중 30대 이용자 비율이 38%에 달했고, 20대·40대(이상 24%), 50대(11%)가 그 뒤를 이었다. 60대 이상은 3%에 그쳤다.

◇고금리 대출 상품 자주 이용하면 신용등급 떨어진다

전문가들은 고신용을 회복하거나 유지하기 위해 지켜야 할 몇 가지 사항을 언급한다. 먼저, 신용거래를 오래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 따라서 오래전부터 사용해 온 신용카드가 있다면 중도에 바꾸지 말고 계속 쓰는 게 좋다.

신용카드는 물론 각종 대금 연체를 피하는 건 기본 수칙이다. 현재 규정상 10만원 이상, 그리고 평일 5일 이상 연체가 돼야 신용등급에 영향을 미치긴 하지만 연체하지 않는 습관을 갖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불가피하게 연체가 여러 건 발생했다면 오래된 것부터 갚아나가야 한다. 특히 연체 3개월을 넘기면 금융 채무 불이행자로 은행연합회에 등록되기 때문에 이 시한을 꼭 지키는 게 중요하다. 동일 연체 기간이라면 규모가 큰 것부터 갚아야 한다.

캐피탈 등 고금리 대출도 줄여야 한다. 이자율이 높은 금융사의 신용거래는 신용등급에 부정적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김대영 KCB 홍보팀장은 "특히 고금리 대출 상품일수록 신청 절차가 간단한 편이기 때문에 진짜 자금 상황이 급하지 않다면 조심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