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 경남 거제시에서 '장평 유림 노르웨이숲' 아파트를 분양한 중견 건설업체 유림E&C는 당첨자 계약을 오는 24일부터 사흘간 실시하기로 했다. 아파트 계약일을 연말 모임이 많은 크리스마스 연휴(24~25일)로 정한 것은 양도소득세 면제 때문. 이 아파트 분양 담당자는 "정부가 올해 말까지 제공하는 양도세 면제 시한(時限)에 맞추려고 계약 일정을 서두르다 보니 휴일에도 진행하게 됐다"고 말했다.
연말을 앞둔 건설사들이 양도소득세 면제 혜택을 누리려는 소비자들을 잡기 위해 파격적인 마케팅 전략을 펴고 있다. 아파트를 구입하는 계약자에게 분양가 할인이나 중도금 무이자 대출을 해주는 것은 기본이고 자동차나 가전제품 등 고가(高價) 경품을 주는 업체도 나오고 있다. 일부 건설사는 연말까지 계약을 마치기 위해 휴일에도 계약을 받기로 했다.
◇휴일에도 계약 받아
중견 건설사 부영은 최근 위례신도시에서 분양한 '위례 사랑으로' 당첨자들을 대상으로 올해 마지막 일요일인 29일에도 아파트 계약을 받기로 했다. 그동안 건설사들에 아파트 휴일 계약은 금기시돼 왔다. 참여율이 저조하고 현금 관리가 어렵다는 점에서다. 하지만 올 연말은 상황이 달라졌다. 올해 마지막 날(31일)까지 사흘간의 아파트 계약 일정을 소화하려면 늦어도 29일부터 당첨자 계약을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대구 달성군 '죽곡 대실역 한신 휴플러스'를 비롯해 경남 창원 '에코 센트레빌', 광주광역시 '송정 e-다움' 등 이번 달 분양한 5개 단지가 29~31일 아파트 계약을 받기로 했다.
성탄절인 25일에 계약을 받는 아파트도 5~6곳에 달한다. 한 중견 건설업체 주택영업팀장은 "입주자 모집공고를 시작으로 모델하우스를 개관하고 계약까지 마무리하는 데 최소 20일 정도 걸린다"며 "해당 관청의 인허가 문제 등으로 분양 일정이 늦어질 경우 자칫 계약일자가 내년으로 넘어갈 수 있어 휴일에도 강행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고가(高價) 경품 쏟아져
경기도 김포 풍무2지구에 들어선 '김포 풍무 푸르지오 센트레빌' 모델하우스는 크리스마스 연휴인 24~25일 연극·뮤지컬 공연장으로 변신한다. 모델하우스 방문객을 끌어모으기 위해 이틀간 가족들이 함께 즐길 수 있는 인형극과 뮤지컬을 공연하기로 한 것이다. 또 31일까지 계약을 마친 고객 중 한 명에게 아반떼 승용차를 주는 이벤트도 마련했다.
올 하반기 신규 분양 물량을 쏟아낸 건설사 중에는 아직 남아 있는 미분양을 소진하기 위해 계약자들에게 가전제품, 명품 핸드백 등 고가 경품도 내걸고 있다.
삼성물산은 '래미안 밤섬 리베뉴2차' 등 미분양 아파트를 연말까지 계약한 고객을 추첨해 500만원 상당의 스마트TV와 대형 냉장고를 주기로 했다. 현대산업개발은 경기 고양시 '삼송2차 아이파크' 계약자를 대상으로 명품 핸드백을 지급하는 경품 행사를 벌이고 있다.
◇분양가 할인·발코니 무료 확장
양도세 면제 혜택에 맞춰 미분양을 털어내기 위해 발코니 무료 확장은 물론 분양가를 절반 이상 깎아주는 '땡 처리' 아파트도 나왔다. 주택 소비자에게 세금 감면처럼 큰 혜택이 없는 만큼 시장 분위기가 조금이라도 좋을 때 최대한 많이 팔겠다는 전략에서다.
경기 고양시에 지어지는 '삼송 아이파크'는 최초 분양가에서 많게는 1억원까지 할인해주고 있다. 서울 동대문구 답십리16구역을 재개발한 '답십리 래미안 위브'는 발코니를 무료로 확장해준다. 서울 서대문구에 들어서는 'DMC 가재울4구역' 아파트는 나중에 더 나은 분양 조건이 나오면 이전 계약자에게도 똑같은 혜택을 적용해 주는 '계약 조건 안심 보장제'를 진행 중이다.
◇내년 시장 침체 걱정하는 건설사
건설사들이 이번 달 파격적인 마케팅 전략을 내놓는 것은 연말까지 팔지 못한 아파트는 내년에 악성 미분양으로 남게 될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더욱이 내년 초에는 세제 혜택 종료와 함께 계절적 비수기까지 겹쳐 투자 심리가 위축되고 시장이 다시 얼어붙을 수 있다는 부담감도 작용한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국민은행 박합수 부동산팀장은 "주요 부동산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지 못해 시장이 더 깊은 침체에 빠지기 전에 한 채라도 더 팔려고 건설사들이 총력전을 펴고 있다"며 "내 집을 장만하려는 실수요자라면 분양가 할인과 세금 감면 혜택을 활용해 보는 것도 좋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