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건설주채권은행인 우리은행이 군인공제회와 협상을 중단하고 출자전환(기업에 빌려준 대출금을 주식으로 전환해 기업의 부채를 조정하는 방식)과 신규자금 지원 등의 내용을 담은 안건을 부의(附議)하기로 했다. 우리은행 이외의 채권은행들은 대부분 출자전환에 부정적이어서 쌍용건설은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신청할 가능성이 커졌다. 쌍용건설이 협력업체 등에게 지급할 대금은 이달 중 약 1000억원을 포함해 총 3000억원 규모다. 채권단 지원이 없으면 1400여개 협력업체에서 줄도산이 발생할 전망이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22일 "군인공제회와는 더 이상 협상이 어렵다고 보고 기존 안건에 대해 이번 주 초까지 다른 채권은행들의 의견을 물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군인공제회는 쌍용건설에게서 받을 돈 1235억원 중 원금 850억원은 연내 400억원, 내년 450억원으로 나눠서 받고 이자는 2015년 말까지 이자율을 낮춰서 받겠다는 입장이다. 반면 우리은행은 원리금을 3~5년 뒤에 받아야 한다고 맞서는 상황이다.
우리은행이 다른 채권단에 제시한 안은 출자전환, 3000억원 신규자금 지원, 김석준 쌍용건설 해임 안이다. 출자전환은 다시 두 개의 안으로 나뉘는데 첫 번째는 5000억원을 출자하는 안, 두 번째는 3800억원만 출자전환 하는 안이다. 5000억원을 출자전환하면 쌍용건설은 상장을 유지하면서 자본잠식에서 벗어날 수 있지만 3800억원만 출자전환하면 전액 자본잠식만 벗어나고 상장폐지될 가능성이 크다. 신규자금 3000억원 중 약 1200억원은 군인공제회에 지급하고 나머지 1800억원은 쌍용건설의 운전자금으로 계획돼 있다.
이들 안건은 채권단 75%의 동의를 얻어야 통과한다. 쌍용건설 채권단 중 우리은행의 의결권 비율이 27%로 가장 높고 서울보증보험·산업은행(각 17%)·신한은행(13%)·국민은행(9%)·하나은행(8%)·무역보험공사(3%)·외환·수출입은행(각 2%) 순이다.
채권은행들은 대부분 우리은행 안건에 부정적이다. 산업은행과 신한은행만 반대해도 우리은행 안건은 부결된다. A은행 관계자는 "군인공제회에 줄 돈은 그대로 두고 출자전환하는 안건에는 절대 동의할 수 없다"고 말했다. B은행 관계자도 "출자전환과 신규자금 지원 안건엔 동의하기 어렵다"며 "출자전환 없이 신규자금만 지원하는 안건은 가능할 수 있다"고 말했다. C은행 관계자는 "이번에 지원해도 나중에 또 어려워질 수 있는데 계속 지원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반면 D은행은 "지원하는 게 반갑진 않지만 국가경제에 미칠 영향을 고려하면 지원 필요성이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채권단이 알아서 판단할 문제라며 한발 물러서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아직까지 채권단과 군인공제회를 다시 불러 중재할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우리은행이 통과 확률이 낮은 안건을 부의하면서 쌍용건설은 법정관리가 유력한 상황이다. 채권단 관계자는 "군인공제회와 막판 타협 가능성이 있어서 단정짓긴 어렵지만 지금 상황으로는 법정관리가 유력해 보인다"고 말했다.
쌍용건설이 법정관리에 들어가면 금융거래 뿐만 아니라 상거래 채권 채무도 동결되기 때문에 협력업체의 피해가 불가피하다. 또 해외에서 수주한 공사를 제때 마무리하지 못해 국제 소송도 우려된다. 업계 관계자는 "해외에서 주로 사업한 쌍용건설이 법정관리에 들어가 공사에 차질이 생기면 국내 건설사가 해당 국가에 진출하기가 더 어려워질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