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재 한국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채권에서 주식으로의 자금 이동이라는 큰 그림은 당분간 흔들리지 않을 것이다. 전세계에서 경쟁력을 갖고 있는 국내 기업에 대한 투자를 길게 보고 늘려야 한다."

이준재 한국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내년 증시 전망에 대해 "박스권에 머물렀던 코스피지수가 내년에는 지금보다 10% 정도 상승한 2240까지 오를 수 있다"며 "선진국의 경기가 좋아지면서 수출 위주의 국내 기업들은 영업이익이 20% 이상 증가할 것이다"라고 예상했다.

이 센터장은 미국의 양적완화(중앙은행이 채권을 매입해 시중에 돈을 푸는 것) 축소로 국내 주식시장이 큰 피해를 입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양적완화로 돈이 풀렸을 때도 국내에는 외국인 자금이 유입되지 않았기 때문에 우리 경제가 직접적인 영향을 받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내년 유망 기업으로는 삼성전자(005930)와 현대차를 꼽았다. 이 센터장은 "이 기업들은 유망 수출기업이면서 선진국 경기회복의 수혜를 입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2013년도 증시를 평가한다면.
"지난 2년간 박스권에서 주가가 움직였다. 5~6월 테이퍼링(tapering·양적완화 축소) 이슈가 나오면서 1800을 밑돌다 하반기 들어 2000선까지 회복하고 지금 다시 밀렸다. 결국 박스권내에서 움직이고 있다. 이유는 특정 수급세력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기업들 이익이 작년에 이어 올해도 늘어났지만 이익추정치는 계속 떨어졌다. 특히 이익의 상당부분을 삼성전자(005930)와 현대차가 독차지하면서 실질적으로 기업이익이 늘어남에도 주가가 그만큼 반영을 하지 못했다."

―내년 한국증시 전망은.
"지수는 2250을 적정선으로 본다. 지금보다 10% 정도 더 상승할 수 있다. 일단 내년에는 기업이익이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20% 이상 증가할 것이다. 올해 선진국 시장이 좋았고 내년에는 더 좋을 것 같다. 선진국 경기가 좋아지면 기업의 이익이 영향을 받고 이것을 감안해 기업이익이 20% 이상 증가할 것으로 추정한다. 여기에 양적완화 축소가 불가피한 상황인데 금리가 올라가면 채권보다 주식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진다. 올해 테이퍼링 이슈 때 외국인이 국내 주식시장에 돌아온 것처럼 외국인의 귀환도 예상한다."

―세계 경제전망은 어떤가.
"미국이 가장 큰 축을 차지하고 있는데 미국은 완연한 경기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미국 정부는 제조업 위주의 새로운 성장을 모색하기 위해 다양한 정책을 내놓고 있다. 기업들은 현금이 쌓이고 있어 투자에 나설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유럽은 지난 2년간 안 좋았지만 지금 나타나는 각종 지표들은 플러스로 돌아서고 있다. 유럽도 중요한 것은 돈이 돌게 만들어야 한다는 점이고 은행간의 신뢰가 회복돼야 한다. 내년에는 유럽연합(EU)이 은행동맹을 출범시킬 예정이어서 돈이 도는 결정적인 계기가 될 것이다. 중국의 내년 경제성장률은 7.5%에 그칠 것으로 대다수의 경제기관들이 내다보고 있는데 이보다도 낮을 것으로 본다. 그럼에도 소비중심의 성장을 가져갈 수밖에 없고 이미 그런 정책들이 나오고 있다. 신흥국가들은 좋지 않다. 인도네시아, 태국, 필리핀 등의 성장률이 떨어지고 있고 금융위기 이후 외국자금이 많이 들어왔지만 테이퍼링이 시작되면 자금이 많이 빠져나갈 것이다. 지금도 경상수지 적자가 늘고 있는데, 이것을 막으려면 허리띠를 졸라매야 하는 상황이다."

―한국의 경제전망은 어떤가.
"한국경제는 어려운 상황이다. 미국과 유럽의 경기가 돌아서고 중국이 7% 성장을 해준다면 중국 경기가 악화되면서 위축된 수출의 상당부분을 만회할 것이다. 하지만 눈에 띄게 큰 반등을 기대하긴 힘들다. 따라서 우리도 내수 위주의 성장을 가져가야 한다. 문제는 정부가 경기부양기조를 유지하고 금리를 내려야 하는데 쉽지 않을 것 같다."

―양적완화 축소가 미치는 영향은
"양적완화로 돈이 풀렸을 때 신흥국가로 자금이 많이 몰렸지만 우리한테 들어온 돈은 별로 없었다. 외국자본이 한국시장에 많이 들어오지 않았기 때문에 테이퍼링으로 우리나라 경제가 직접적인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다."

―엔화 약세가 한국기업에 미칠 영향과 아베노믹스의 전망은.
"일본 정부가 아베노믹스의 방향을 선회할 가능성은 적다. 계속 엔화약세 정책을 펴 갈 것이고, 수출 위주의 정책에 초점을 맞출 것이다. 어떤 식으로든 아베노믹스의 효과는 나올 것이다. 과정에 논란이 있겠지만 일단 일본의 기업 경쟁력이 어느 정도 회복될 것으로 보인다. 상당히 오랜기간 소비가 위축됐던 부분과 관련해 소비를 진작하는 정책이 나오고 있어서 아베노믹스의 성공 가능성은 50% 이상으로 본다. 한국기업에 미치는 영향과 관련해서는 과거에 비해 환율 때문에 영향을 받는 상관계수가 많이 떨어졌다. 사실은 미국 달러화에 대한 엔화 환율은 70~80엔대에서 최근 100엔대까지 왔는데 우리나라 수출기업들이 타격을 많이 받지 않았다. 현대차의 생산기지 50% 이상이 해외에 있고 삼성전자도 그렇다. 제조업체의 70~80%가 해외에 생산기지를 두고 있다. 환율에 타격을 받는 영향이 줄어들었다. 일본과 직접적인 경쟁관계에 있는 기업들이 일부 타격을 받을 수는 있다. 대기업의 하청 종소기업들은 부품가격에 대해 압박을 받을 것이다. 구매처가 다변화된 중소기업은 괜찮겠지만 그렇지 않은 기업은 어려움이 예상된다."

―눈여겨봐야 할 이슈는.
"가장 중요한 건 삼성전자와 현대차가 잘 하고 있는가다. 그리고 중국의 구조조정이 제대로 이뤄지고 있는지도 잘 살펴봐야 한다."

―유망업종은.
"삼성전자와 현대차 그리고 완성차 부품업체들은 올해도 좋았고 내년에도 일부 환율요인이 있겠지만 좋을 것이다. 다만 이익 규모는 줄어들 수 있다. 일부 내수 업종 중에서 상대적으로 올해 내내 안 좋았던 섹터들이 내년에는 좋아질 것이다. 유통, 음식료 쪽에서 큰 폭으로 떨어진 종목들이 반등을 모색할 것이다. 중국에 생산기지를 두고 판매망을 선점한 오리온(271560), 아모레퍼시픽(090430), 코스맥스(192820), 한국콜마(161890)등도 좋아 보인다. 정유는 여전히 안 좋을 것 같고 화학은 회복에 대한 확신이 없다."

―투자에 유의할 점은.

"채권에서 주식으로의 자금 이동이라는 큰 그림은 향후 1~2년 동안 이어질 것이다. 채권보다 주식이 더 낫고 그 중에서 상대적으로 전세계 경쟁력을 갖고 있는 기업에 길게 보고 투자하는게 맞다. 위험을 더 회피한다고 보면 주가연계증권(ELS)과 같은 상품으로 일정부분 손실을 막을 수 있다. 원자재는 약세를 보일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