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X 남산타워

㈜STX가 채권단과 자율협약을 체결할 가능성이 커졌다. 채권단이 자율협약 체결을 위한 필수 조건으로 내세웠던 비협약채권 출자전환 안건이 20일 열린 사채권자집회 표결에서 통과됐기 때문이다. 다만 산업은행 등 채권단은 STX의 경영정상화 계획과 회생가능성 등을 평가해 추가 지원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날 STX는 서울 STX남산타워에서 제 88회 회사채와 제 97회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보유한 사채권자를 대상으로 사채권자집회를 각각 개최했다. 이날 사채권자집회에서 STX는 지난 11월 부결(88회) 및 표결 연기(97회)된 출자전환 안건에 대해 각각 출석한 채권 총액의 98.44%와 99.58%의 동의를 획득했다고 밝혔다.

88회와 96회, 97회 모두 ‘전체 사채권(발행사채 총 금액)의 3분의 1 이상, 출석 사채권의 3분의 2 이상 동의’ 조건을 충족하면서 STX는 채권단이 요청한 자율협약 체결의 요건을 갖췄다. 앞서 지난 8월 채권단은 ‘조건부 자율협약’을 결정하며, 비협약 채권자들이 채권 만기 연장과 금리 인하 등의 고통을 분담해야 자율협약을 체결할 수 있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이번 사채권자집회에서 출자전환 안건이 통과되면서 STX는 채권단과 자율협약을 체결하기 위한 수순을 밟게 된다. 먼저 사채권자집회 결의에 대한 법원의 인가절차를 거쳐 회사채 조건 변경을 진행할 계획이다.

물론 STX로서는 넘어야 할 관문이 남아있다. 채권단이 회계법인을 통해 STX에 대한 정밀실사를 진행한 이후, STX 측이 제출한 경영정상화 계획을 평가하기 때문이다. 이 계획이 회생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해야 채권단은 자율협약을 맺어 자금을 지원한다. 채권단은 앞서 이달 초 STX조선해양, STX엔진 등 계열사 거래분을 제외한 수익모델을 바탕으로 STX의 청산가치와 존속가치, 사업 전망 등을 재평가해 지원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채권단 관계자는 “STX가 제출한 사업모델의 타당성을 검토하고, 회계법인 실사를 통해 STX의 존속가치가 청산가치보다 큰 지 봐야 한다”며 “실사 결과가 내년 1월 중으로 나오면 채권금융기관협의회를 열고, 자율협약 체결 여부 등을 다시 논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산업은행 등 채권단이 보유한 협약 채권은 약 1조원 수준이다.

STX는 조기에 경영을 안정화하고, 전문 무역상사로서 자리매김한다는 방침이다. STX는 에너지사업(석탄·석유), 원자재수출입(철강·비철), 기계엔진(기계플랜트·엔진영업), 해운물류 서비스(물류) 등 4대 사업 축을 중심으로 전문 무역상사로서의 입지를 구축하는 한편, 현재 전체 매출의 65%를 차지하고 있는 외부(비계열사) 비중을 2017년 96%까지 끌어올려 독자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전략을 갖고 있다.

STX 관계자는 “남아있는 절차들을 성실히 진행하는 한편, 독자 생존력 확대와 재무 안정성 강화를 통해 조기 경영 정상화를 이룰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