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어 양식장에서 작업자들이 출하시킬 광어를 골라내고 있다(왼쪽) 왼쪽 광어는 2kg이상 짜리, 오른쪽 광어는 1.2kg짜리(오른쪽).

"광어는 커지는디 커저부난 초마초마 햄수다"(광어가 커져가는데 커질수록 마음이 조마조마해집니다)

지난 13일 제주도 서귀포시 남원읍 소재 광어 양식장 진일영어조합. 겨울 제철 생선인 광어가 잘 팔리지 않아 양식 어민의 한숨 소리가 커지고 있다. 일본 방사능 오염수에 대한 우려에 소비자들이 수산물 구입을 꺼리면서 광어들의 양식장 생활이 길어졌기 때문이다.

오태규 진일영어조합법인 사장은 "소비 부진에 광어 출하 가격은 내려가는데 사료 등 광어 유지 비용으로 생산원가는 높아지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제주도는 전국 광어 물량의 60%를 책임진다. 제주도는 광어 양식장을 265개(43만~45만평) 운영하고 있다. 올해 제주 양식 광어 출하량은 2만여톤. 광어 양식은 전체 제주 농·수산물에서 감귤 다음으로 큰 비중을 차지한다. 제주도 양식에서 98%가 광어인 셈이다. 우리나라 광어 수출량 중 제주산이 차지하는 비중 95%에 달한다.

이마트에서는 5일부터 제주특별자치도와 제주 광어 양식 생산자와 공동으로 2kg 이상 광어 200톤을 평소보다 15~20%가량 저렴한 1만9800에 판매하고 있다. 고영종 제주어류양식수협 팀장은 "광어가 양식장에 있으면서 몸집이 커지면 그만큼 사료 값은 더 들어가 돈이 든다"며 "광어가 커진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지금쯤 어린 물고기인 치어(稚魚)를 받아 양식장에 새로 키워 내년을 준비해야 돼 어떻게든 광어를 판매하는 것이 좋다는 것이다"고 말했다.

이날 오 사장이 운영하는 양식장에서는 이마트에 보낼 광어 선별작업이 한창이었다. 10여명의 작업자가 양식장 안에 들어가 흰 바구니에 2kg 이상 되는 광어를 9마리씩 담았다. 흰 바구니는 물 밖으로 꺼내져 곧바로 체중계에 올려졌다.

"올리라. 올리라. 20. 22. 25"

김길준 진일영어조합법인 상무가 부르는 숫자는 무게(kg)다. 9마리씩 한 바구니에 담으니 체중계가 18kg을 넘어가면 통과다. 2kg 이상 되는 광어는 한눈에 보기에도 1.2~1.5kg짜리 광어와 몸집이 다르다. 길이도 길이지만 두께가 확연히 토실토실해 힘이 넘친다. 몸을 한번 펄떡거리면 바구니를 빠져 나올 정도였다. 체중계를 통과한 광어는 물차에 올라 24시간 내에 이마트 매장 매대에 오르게 된다.

제주도 서귀포시 남원읍 소재 광어 양식장 진일영어조합법인에서 출하시킬 광어 선별 작업 중이다.

◆ 엔저에 방사능까지…커져버린 광어

광어는 일반적으로 1년 정도 키우면 무게가 1.2~1.3kg다. 일반적으로 출하되는 무게다. 지금은 1.5kg 이상 몸집 큰 광어가 25~30%를 차지한다. 크기가 크다고 맛이 없는 것은 아니다. 광어는 1.5kg에서 2.5kg 사이가 맛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적당히 크면 그만큼 탄력도 좋고 고소한 맛이 더 산다.

문제는 통상 1.5~2kg짜리 광어가 3~5% 넘지 않아야 양식어민의 적정 수준의 마진을 얻을 수 있다는 점이다.

제주 광어 양식 어민들은 올해 초 엔저현상 때문에 일본 수출이 큰 타격을 입었다. 매출이 10%가량 줄었다. 팔리지 않는 광어를 국내 시장에 팔려고 했지만, 8월부터는 오히려 방사능 여파로 국내 소비가 부진해졌다.

광어 소비가 줄면서 판매원가도 하락하고 있다. 제주어류양식수협에 따르면 제주도산 광어는 1kg 기준으로 지난해 출하 단가가 1만1000원이었지만, 최근(9일 기준)에는 8500원~9000원으로 떨어졌다. 작년에 1만3500~1만4000원이었던 2kg짜리는 1만원~1만1000원에 팔린다.

광어 출하 단가 가격 증감 현황.

◆ 오히려 일본·미국서는 더 많이 찾아

오히려 최근 들어 제주산 광어는 일본에서 인기다. 제주도산 광어가 안전하고 청정한 지역에서 키워져 맛있다고 소문이 나며 일본 수출이 증가한 것이다. 일본 광어시장의 절반은 제주도산이다. 제주어류양식수협은 일본에 수출되는 제주도 광어는 올해 전년(2800톤)보다 7% 소폭 늘어난 3000톤에 달할 것으로 추산했다.

양용웅 제주어류양식수협 협회장은 "미국이나 일본은 오히려 제주도산 광어가 맛있다고 찾아 수출 물량이 증가하는데 국내에서는 소비가 부진하다"며 "일본으로의 수출은 소폭 늘었어도 늘어난 물량이 엔저 현상으로 수익을 내주는 수준은 아니라 어려운 상황이다"고 말했다.

그는 또 "광어를 일본에 수출할 때 거치는 검사 절차보다 이마트 등 국내 유통 절차가 3~4단계 더 까다로워 안심하고 먹어도 된다"고 자신있게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