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 '신의 직장'이라고 하면 연봉이 높고 복지가 좋으면서 정년 보장이 되는 기업을 뜻합니다. 적지 않은 사람들이 공기업을 신의 직장이라고 인식하곤 합니다.

그런데 연봉만 놓고 보면 절대 남부럽지 않을 업종이 하나 있습니다. '신의 직장, 저리 가라' 수준인 곳이죠. 바로 증권사 리서치센터의 애널리스트들입니다.

2010년만 해도, 5~8년차에 연봉 2억~3억원을 받는 애널리스트가 '수두룩'했습니다. 언론사나 증권 관련 단체가 선정하는 베스트애널리스트에 선정되면 5억원을 넘게 받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2010년, 한 증권사의 리서치센터장은 '연봉 10억원에 계약했다'는 소문이 돌기도 했습니다. 30대 중반의 나이에, 6억원의 연봉, 상무 직함을 얻은 애널리스트도 있습니다.

하지만 지난해와 올해, 그리고 내년을 거치며 천정부지로 치솟았던 애널리스트 연봉이 일반 직장인 수준으로 떨어질 전망입니다. 좋은 시절이 다 간 것입니다.

H증권사는 지난해 연봉이 20% 삭감됐고, 올해 30% 가량 줄었습니다. 내년 또한 연봉 삭감 조치가 내려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 증권사의 중견 애널리스트는 "대학 동기들은 매년 연봉이 10% 정도 늘어나는데, 3년째 역주행하다보니 이젠 일반 대기업에 다니는 친구들과 비교해도 금전적 메리트가 전혀 없다"면서 "애널리스트는 근무 시간이 무척 긴 편이고, 40대 중반만 돼도 퇴직해야 하는 직종인데 금전적으로도 나은 것이 없다면 이 일을 더 해야 할지 의문이 생길 지경"이라고 말했습니다.

7년차 때 1억대 중반의 연봉을 받던 한 중소형 증권사의 애널리스트도 "내년쯤엔 1억원선이 깨질 것 같다"고 털어놨습니다. 이 애널리스트는 "맡고 있는 업종이 너무 안좋다"면서 "애널리스트 숫자가 줄면서 새로 맡아야 하는 업종이 많아졌는데, 대부분 안 좋은 업종들 뿐"이라고 말했습니다.

증권사 애널리스트 보조, 이른바 RA들은 아예 씨가 마를 지경입니다. RA는 보통 한주에 80~90시간씩 근무하는데, 연봉이 3000만원 이하로 책정되기 때문입니다. 원래는 RA 초봉도 4000만~5000만원이었지만, 오랜 불황으로 지난해 중소형 증권사들이 2000만원대 연봉을 책정한 뒤 대형 증권사들도 이를 따라하는 추세입니다.

한 애널리스트는 "RA 구하기가 힘들어 죽을 지경"이라며 "RA를 하려면 영어를 어느 정도 해야 하고, 숫자를 잘 다뤄야 하며 인맥 관리 능력도 필요한데, 일은 힘들고 돈을 적게 주니 아무도 하려고 하지 않는다"고 토로했습니다.

애널리스트 몸값은 왜 이렇게 떨어졌을까요? 전문가들은 세 가지 이유를 댑니다.

일단 당연히 증권업 불황의 영향이 큽니다. 고액 연봉을 받는 리서치센터 애널리스트들은 비용 절감이 화두에 오를 때마다 타깃이 되기 일쑤입니다.

게다가 요즘은 애널리스트의 영업력이 많이 떨어졌다고 합니다. 과거엔 연기금 등이 애널리스트를 좋게 보면 일감을 몰아주곤 했지만, 이제는 내부 시스템이 강화된 영향으로 쉽지 않다고 합니다. 돌려 말하면 증권사 선정 과정이 투명해진 것이죠. 이와 함께 '애널리스트의 보고서를 믿을 수 없다'는 인식이 애널리스트의 설자리를 없애고 있습니다. 애널리스트들은 '요즘엔 쓴소리도 많이 하지 않느냐?'고 얘기하긴 하지만, 글쎄요, 아직까지는 신뢰가 많이 쌓이지 않은 듯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