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 증권사 직원의 주문 실수로 해당 증권사나 투자사가 거액의 손해를 입게 되면, 곧바로 구제 절차를 밟게 됩니다.

“잘못된 주문이었으니 한판 물러달라”고 요청하는 것이죠. 그리고 이는 되도록이면 받아주는 것이 관례입니다. 한맥투자증권 사태가 터진 뒤 한국거래소 요청으로 열린 증권사 사장단 회의(실제로는 대부분 파생상품 담당 임원이 참석)에서도, “우리에게도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한맥투자증권을 돕자”는 목소리가 많았다고 합니다.

물론 관례가 항상 지켜지는 것은 아닙니다. 지난해까지 D증권과 M증권이 외환딜러의 주문 실수를 놓고 소송을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아무래도 먹고 살기 어려운 팍팍한 시절인 만큼, 관례가 꼭 지켜진다고 볼 수는 없는 것이죠.

하지만 관례가 잘 지켜질 수 없는 또 다른 이유가 있습니다. 여러 이유로 주문 실수가 제대로 복원되지 않습니다. 그 이유 중 하나가 ‘주문 실수의 수혜를 외국인이 다 가져갔다’입니다. 이번 한맥투자증권 주문 실수에서도 외국인 투자자들이 거의 대부분의 이익을 가져갔다는 말이 나오고 있습니다.

증권업계 관계자들의 말을 들어보면, 이는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고 합니다.

일단 외국인은 이상 주문을 감지하고 주문을 내는 프로그램이 있다는 얘기가 있습니다. 한맥투자증권, 그리고 그에 앞서 KTB투자증권, KB투자증권의 주문 실수 때도 이 때문에 외국인이 돈을 벌었다는 얘기가 많았습니다.

그런데 외국인이라고 ‘앗, 이상한 매매가 나왔다. 모조리 사들이자’는 식의 시스템이 있는 것은 아니라고 합니다. 이는, 현재 가격과 괴리율이 높은 주문이 나올 경우에 대비해 걸어두는 주문일 때가 많습니다. 이를 테면, 삼성전자의 주식이 주문 실수로 급락할 때를 대비해 현 시세보다 훨씬 낮은 가격에 매수 주문을 걸어놓는 것이 있을 수 있습니다.

또는 얼마 이상 떨어질 때는 신호가 뜨고, 곧바로 매수할 수 있는 조건 매매가 있습니다. 조건 매매는 국내 기관투자자들은 물론 개인도 사용이 가능합니다.

선물이나 옵션의 이상 주문 때는 일시적으로 급락한다고 하더라도 곧바로 복원되곤 하는데, 아무리 프로그램이 정교하다고 해도 이를 모두 감안해 단기매매를 할 수는 없습니다. 이것이 만약 가능하다면 IT 개발자들은 떼돈을 벌었을 겁니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외국인 투자자라고 우리는 상상 못할 프로그램이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하며 “IT 기반은 한국이 가장 잘 돼 있지 않느냐”고 되물었습니다.

다만 외국인은 그간의 오랜 증권투자 역사에서 보듯, 여러 상황에 맞는 다양한 투자 기법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코스피200 지수 선물이 260에서 250으로 급락한다면 이는 실수 때문’이라고 확신하는 그런 기준치가 있는 것 같다고들 합니다. 그때는 공격적으로 매수하곤 하는 거죠. 갑작스럽게 시세가 변하면 “혹시 내가 모르는 악재가 있는 것 아닌가”라고 생각하며 주식을 팔아치우는 대부분의 개인 투자자와는 다른 투자 패턴입니다.

그런데 또 하나. 외국인이 돈을 번다는 것 자체가 거짓말이라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혹시나 물어달라고 할까봐 외국인 핑계를 대는 경우도 많다”며 “사실 이는 다소 복잡한 내부 사정 때문인데, 투자자가 증권사를 통한 매매로 수익을 낸 상황에서 ‘당신이 지금 번 돈은 주문 실수 때문입니다. 돌려주세요’라고 말할 수가 없다. 그래서 그냥 외국인 핑계를 대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누구의 말이 사실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