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우 신한금융지주 회장이 연임에 성공했다. 한 회장은 신한사태 후유증으로 뒤숭숭했던 지난 2011년 취임해 3년간 조직을 안정적으로 이끌며 다른 지주사에 비해 높은 수익을 창출하는 데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아 2017년 3월까지 3년 더 신한지주 사령탑을 잡게 됐다.

그러나 한 회장의 어깨에 얹어진 과제는 만만치 않다. 크게 두 가지로 요약된다. 신한사태 후유증을 말끔히 치유하는 과거청산과 저금리 장기화로 금융사의 수익성이 악화되는 상황에서 신한금융의 나아갈 방향을 밝히는 미래 청사진 제시다.

한동우 신한금융지주 회장

신한지주(055550)이사회는 12일 단독 후보로 추천된 한 회장의 연임을 승인했다. 전날 신한지주 이사회 내 회장후보추천위원회(회추위)는 한 회장과 홍성균 전 신한카드 부회장의 평판조회, 면접을 실시한 결과 만장일치로 한 회장을 이사회에 단독 후보로 추천하기로 결정했다. 신한지주는 내년 3월 주주총회에서 한 회장의 연임을 최종 의결할 계획이다.

한 회장은 1948년 부산 출생으로 부산고와 서울대 법대를 졸업했다. 1982년 신한은행 설립에 참여했고 1993년 신한은행 이사, 1999년 신한은행 부행장을 지냈다. 2002년 계열사인 신한생명 대표이사, 2007년엔 신한생명 부회장을 역임했다. 한 회장은 2009년 신한생명 부회장을 끝으로 현직에서 물러났었다. 그러나 2010년 최고경영진간 내분으로 신한지주 라응찬 전 회장, 신상훈 전 사장, 이백순 전 신한은행장이 동반 퇴진한 이후 신한사태를 수습할 소방수로 2011년 3월 신한금융지주 회장에 화려하게 복귀했다.

◆ '신한 2.0' 제시해야

저금리 추세 장기화와 STX 등 기업 부실 여파로 금융지주사의 실적이 추락하고 있다. KB금융(105560), 우리금융지주(316140), 하나금융지주(086790)의 순이익은 작년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그나마 신한지주는 올해 상반기 기준으로 금융지주사중 유일하게 순익 1조원을 넘겼다. 하지만 전년 대비로는 20% 이상 감소하는 등 부진하기는 마찬가지다. 국내 금융환경이 저성장, 저금리, 고령화, 양극화 등의 영향으로 힘든 전환기를 맞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최근 금융회사 최고경영진의 고연봉 논란, 동양사태로 대변되는 불완전판매, 국민은행의 횡령 사건 등 각종 사건 사고가 터지면서 금융회사에 대한 국민들의 평가는 바닥으로 떨어졌다.

신한지주의 미래를 위한 청사진 제시가 한 회장의 우선 과제중 하나로 꼽히는 배경이다. 이와 관련해 한 회장은 이달 초 창립 12주년 기념사에서 "고객은 창구에 온다는 생각, 지점은 많을수록 좋다는 생각, 상담의 목적은 상품판매라는 생각, 상품 제조와 판매는 불가분의 관계라는 생각, 금융업종간의 규제장벽이 영원할 것이라는 생각이 새로운 시대에는 다를 수 있다"면서 "단일 업권의 시야에서 벗어나 전체 그룹의 관점에서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법을 동업 금융지주회사보다 먼저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전날 후보 면접이 끝난 뒤 "고객을 먼저 생각하는 따뜻한 금융을 한단계 더 끌어올리고 신한금융이 금융권의 경쟁을 선도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청사진 중에서 해외 진출 전략도 강화해야할 부분이다. 이미 포화상태인 국내금융시장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선 글로벌화는 필수조건이다. 김우진 한국금융연구원 선임 연구위원은 "신한지주는 다른 금융지주사에 비해 상당히 균형잡힌 자산 포트폴리오를 가지고 있다"며 "아시아 지역을 중심으로 글로벌시장 진출을 강화해 수익 다변화에 나서는 것을 적극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 신한사태 후유증 치유도 과제.."적극적 중재자 역할 해야"

한 회장은 신한사태가 발생한 직후인 2011년 취임해 조직을 대체로 원만하게 이끌어왔다. 지난 5월 계열사 최고경영자(CEO) 인사에서 신상훈 전 사장의 측근으로 분류되는 이성락 전 신한아이타스 사장과 라응찬 전 회장의 측근으로 불렸던 위성호 전 부행장을 각각 신한생명, 신한카드 사장에 앉혔다. 한 회장이 탕평인사에 신경썼다고 평가되는 부분이다.

그러나 신한사태의 앙금은 말끔히 가라앉지 않았다. 지난 11월 초 신한은행의 퇴직임원들로 구성된 '신한의 미래를 생각하는 모임' 관계자 약 10명이 성명서를 통해 "한동우 회장이 라응찬 전 회장에게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신한사태의 주동자와 우호세력을 오히려 지주사와 계열사의 주요 포스트에 전진배치했다"며 한 회장의 연임을 반대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금융권 안팎에서 올해말 신한사태 관련 법정 공판이 마무리되는 만큼 한 회장이 신상훈 전 사장측과 라응찬 전 회장측간 화해를 위해 적극적인 중재자로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 회장은 이날 아침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12월 26일(신한사태 최종선고일)에 어떤 결과가 나올지 모르겠지만 당사자들과 주변이 있는 사람들이 힘을 합쳐 헤쳐나가야 한다"면서 "힘은 들겠지만 반드시 해야할 일"이라고 강조했다.

내부통제 강화도 숙제다. 지난 10월 김기식 민주당 의원은 신한은행이 지난 2010년 신상훈 전 사장과 관련있는 정재계 인물의 계좌를 무단으로 열람했다는 의혹을 제기했고 금융감독원은 이와 관련해 특별검사를 진행중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신뢰가 생명인 금융회사에서 고객의 계좌를 무단으로 조회한 사건은 변명의 여지가 없다"면서 "대부분의 금융사고는 내부통제 미비로 인한 균열로 인해 발생하는 만큼 이를 단속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 '회추위 룰 불공정 논란'도 과제

회장 선임 과정에서 불거진 '회추위 룰 불공정 논란'도 곱씹어봐야할 대목이다. 차기 회장 후보로 추천됐던 이동걸 전 신한금융투자 부회장은 현재 회장 선임 절차가 현직 회장에게 유리하게 진행된다며 후보 면접을 연기할 것을 요청했지만 거절당하자 전날 사퇴했다.

이 전 부회장은 "국내 리딩뱅크인 신한금융의 미래를 결정하는 중요한 순간을 단 30분의 면접으로 결론짓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면서 한동우 후보는 회추위와 2~3년 넘게 관계를 이어왔지만, 저의 경우 5명의 회추위원 중 한명도 만난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한 회장은 "과거에는 신한에서 이뤄지는 모든 과정이 스마트했는데 이번(선출과정)에는 그렇지 않게 외부에 비춰져서 안타깝다"면서 이동걸 전 부회장의 행동에 대해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금융지주 회추위가 모피아 등 외부세력의 진입을 막기 위해 내부 인사에게 유리하게 제도를 운영하는 측면이 있다"며 "하지만 그러한 제도가 장기 집권을 위한 도구로 전락해서는 안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