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 범위를 정할 때 종업원 수를 기준으로 하고 매출액을 보조 기준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3년 평균 매출액 단일 기준으로 중소기업 여부를 판단한다는 정부의 '중소기업 범위 기준 개편안'과 상반되는 주장이다.
한국경제연구원은 12일 발표한 '중소기업 범위기준의 재검토 방향 : 국제비교와 정책시사점' 보고서에서 중소기업 범위를 정할 때 경기 변동에 영향을 받는 매출액보다 종업원 수가 더 안정적인 기준이 된다고 주장했다.
한경연은 보고서에서 "매출액은 경기, 물가 변동의 영향을 크게 받기 때문에 중소기업 범위를 주기적으로 변경해야 한다"고 지적하며 "미국을 제외하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소속 국가에서 매출액 단일 기준으로 중소기업 범위를 정하는 나라는 없다"고 설명했다.
보고서는 이어 근로자 수를 주요 기준으로 쓰되 자본금, 매출액 등 재무 지표를 보조 기준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두 가지 지표를 모두 활용하면 중소기업 범위를 현재보다 축소할 수 있고 이에 따라 중소기업 정책 지원 효과를 높일 수 있다는 의견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중소기업 비중은 미국, 일본, 유럽연합(EU) 국가 등 주요 국가들보다 크고 중소기업 종업원 비율도 86.9%로, 일본(76.1%), 미국(49.1%) 등보다 높다.
보고서는 "중소기업 범위 문제는 조세·금융지원의 정책 대상을 정한다는 정책적 의미를 띠기 때문에 보수적으로 설정돼야 한다"며 "지금보다 중소기업 범위를 좁혀 정책 지원의 효과가 큰 소규모 기업을 효율적으로 지원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현행 중소기업 범위제도는 상시 근로자 수나 자본금(매출액) 기준 가운데 하나의 요건만 충족하면 중소기업으로 인정하는 '택일주의' 형식을 채택하고 있다. 정부는 현 제도에서 성장한 기업이 상시 근로자 수를 인위적으로 조정해 중소기업 지위를 유지하려는 '피터팬 증후군'이 발생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3년 평균 매출액' 단일 기준을 도입해 보다 투명하게 중소기업 여부를 가린다는 것이 이번 개편안의 취지다.
보고서를 작성한 이병기 한경연 기업정책연구실 선임연구위원은 "중소기업이 스스로 성장을 기피하려는 현상을 '고용 조정'의 문제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고 설명했다. 현행 중소기업 범위 제도가 '근로자 수' 지표를 채택해서가 아니라 중소기업에 주어지는 금융 지원 등 정책적 수혜 때문에 피터팬 증후군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이 연구위원은 "기업의 성장을 효과적으로 촉진하는 지원책을 마련하지 않으면 어떤 지표를 적용해도 성장한 기업들이 중소기업 범위에 머무르려는 각종 편법들은 계속 발생할 것이다"고 지적했다.
그는 보고서를 통해 여러 기관에 분산된 중소기업 정책자금 제도를 통폐합해 지원 제도의 효과를 높일 것을 제안했다. 이어 중견기업으로 성장한 기업에도 금융 지원 등 필수적인 정책적 혜택을 제공하고 규제 부담을 풀어 지속적인 성장을 유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