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임죄의 요건이 모호해 기업인들의 원성을 사는 우리나라와 달리, 주요 선진국에선 배임죄를 적용할 때 이유를 엄격히 정하고 예외 사유로 '기업의 경영 판단'을 존중하는 추세이다.
1532년 세계 최초로 배임죄를 법에 담은 독일 연방대법원이 최근 배임죄로 기소된 기업인에게 무죄를 선고한 판례를 보면 분명하게 드러난다. 1997년과 2011년에 배임죄로 기소된 보험사 아락(ARAG) 대표는 기업 매출이 늘어나면서 신규 사업에 투자했다가 대규모 손실을 냈다. 주주들은 이를 이유로 대표를 배임죄로 기소했다. 하지만 연방대법원은 "신규 사업 투자는 경영자의 경영 행위로 자율성이 인정된다"며 경영진의 손을 들어줬다.
독일은 배임죄 처벌 대상으로 '후견인, 관리인, 재산보호인, 재단관리인, 계량인, 측량인, 부두하역인' 등 행위자를 명시해 처벌받는 대상자를 제한하고 있다. 또 주식법 제93조에 '경영 판단의 원칙'을 명시해 "회사 업무에 관한 이사의 결정이 적절한 정보에 근거하고 회사의 이익을 위해 이뤄진 것이 합리적인 방법으로 인정될 때는 의무 위반으로 보지 않는다"는 예외 사유를 인정해주고 있다.
프랑스는 1985년 '로젠블룸(Rozenblum) 판결'을 통해 대기업 계열사 사이의 거래를 정당한 법률적인 권리로 인정하고 있다. 로젠블룸 판결의 핵심은 기업집단이 확실한 조직 구조를 가지고, 확고한 그룹 전략에 따라 행동할 때는 개개의 자회사나 계열사에서 발생하는 손해를 기업집단이 향후에 보상해 줄 것이라는 믿음이 있고, 따라서 일시적으로 계열사가 손해를 보더라도 이를 배임죄로 보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이 같은 원칙은 상법이 발달한 유럽 주요 국가에서 대부분 인정되고 있다.
일본은 1907년부터 배임죄를 형법에 규정했는데, 역시 '명백히 손해를 가할 목적'이 있어야 배임죄가 성립한다는 엄격한 규정을 두고 있다.
미국은 별도로 배임죄라는 범죄는 없다. 하지만 형법상 사기, 횡령, 절도, 금융 재산 사기죄 등으로 배임죄에 해당하는 죄를 처벌하고 있고, 판례로 '경영 판단의 원칙'을 적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