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조달러'를 향해 뛴다.
국내 건설업체들이 해외시장을 거침없이 공략하고 있다. 세계적인 불황기에도 올해 해외건설 수주는 지난해 수준(649억달러)을 웃돌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괄목할 만한 기록도 세웠다. 해외건설 누적 수주액이 이달 6000억달러를 돌파했다. 현대건설이 1965년 태국에서 첫 공사를 수주한 지 48년 만이다. 매 1000억달러를 추가하는 기간도 빠르게 줄어들고 있다. 처음 1000억달러 돌파는 28년, 2000억달러 달성은 13년이 걸렸다. 이후 2년10개월→1년9개월 등으로 짧아졌고, 6000억달러 돌파는 5000억달러를 달성한 지 1년6개월 만에 이뤄냈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지금 추세라면 2020년 이전에 누계 1조달러를 달성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세계시장에서 우리나라의 위상도 높아지고 있다. 세계 건설시장 점유율(2012년 기준)은 8.1%로 세계 6위이다. 전년도 7위에서 일 년 만에 한 계단 올라섰다. 건설업계에선 "2017년 세계 5위권 진입이 목표"라는 말이 나온다.
국내 건설업계의 이런 성취는 특유의 도전정신과 탁월할 기술력이 바탕이 됐다. 최근에는 과거의 단점을 보완하고 새로운 장점을 갖추면서 경쟁력이 더욱 진보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한국 건설업계의 저력은 어떻게 발전하고 있는 것일까.
①선진국형 '투자개발' 사업으로 수익성 높인다
국내 업체들이 따내는 해외공사는 대부분 단순 도급이다. 공사를 수주하고 대금을 받아 건물·공장을 지어주면 끝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 대규모 프로젝트에 자본을 투자하거나 공사 대금을 조달해주는 역할까지 맡는 사례가 늘고 있다. 해외 선진국 건설업체들이 높은 수익을 올리는 방식이다. 삼성물산이 수주한 사우디아라비아 민자 발전소 프로젝트가 대표적이다. 올 11월 수주한 '라빅2' 복합화력발전소 프로젝트의 삼성물산 지분은 12.5%, 2011년 수주한 쿠라야 발전소 지분은 17.5%이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건물이 완공된 이후엔 운영 수익을 지분에 따라 받는다"고 했다. 이런 공사 형태는 민자 발전소, 상·하수도 등의 분야에서 나타나고 있다.
국내 에너지기업이 지분 참여한 프로젝트를 우리 건설업체가 따내는 경우도 늘고 있다. 우즈베키스탄의 21억1000만달러짜리 '우스투르트' 가스화학단지 건설공사는 한국가스공사와 LG상사 등이 지분 50%를 보유한 프로젝트로 삼성엔지니어링과 GS건설·현대엔지니어링이 공사를 따냈다. 해외건설협회 김태엽 정보기획실장은 "최근 가장 두드러진 현상이 투자개별형 공사 수주가 늘고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②아시아·태평양 시장에 눈 돌리다
중동 시장은 전체 누적 수주액의 57.8%를 차지했다. 사우디아라비아·UAE·쿠웨이트·카타르 등이 큰 손님이었다. 하지만 올 들어 아시아 시장의 부상이 두드러졌다. 11월 말 현재 전체 수주액의 6.7%를 차지한 베트남을 비롯, 카자흐스탄 등에서 공사가 쏟아졌다. 아시아 시장은 1965~2012년 전체 수주액의 29.7%였지만, 올해는 40.2%까지 치솟았다. 중동(42.0%)에 맞먹는 규모다. 호주를 중심으로 한 태평양 시장과 아프리카와 남미 시장에도 우리 기업 진출이 늘고 있다.
③토목 공사의 눈부신 성장
정유공장 등 플랜트 공사가 여전히 강세를 보이는 가운데 토목공사 비중이 크게 늘어난 것도 주요한 흐름이다. 올 들어 전체 수주액의 30.6%까지 커졌다. 특히, 철도공사가 새로운 시장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철도공사 수주액은 올 11월까지 111억5000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10배 이상이 됐다. 세계 건설 시장에서 철도 등 인프라 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은 3분의 1 정도로 추정된다. 오는 2015년까지 전 세계에서 약 50조달러가 투자될 것이란 전망도 있다. 건설산업연구원 이복남 연구위원은 "우리 건설업체는 이미 이 분야에서 국제적인 경쟁력을 갖고 있다"며 "국내 시장이 위축돼 향후 국제시장 진출이 더욱 활발해 질 것"이라고 말했다.
④해외 비중 늘리지만 저가 수주는 자제
현대건설은 해외시장 비중을 향후 70%(매출기준)까지 늘릴 계획이다. 대우건설은 현재 42%에서 향후 50% 이상으로, GS건설도 2020년까지 70% 달성이 목표다. 하지만 저가 덤핑 경쟁으로 호된 경험을 한 탓에 '출혈 수주'는 자제하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연세대 한승헌 토목환경공학과 교수는 "3~4년 전까지만 해도 우선 공사부터 따고 보자는 '수주 지향' 전략 위주였는데 요즘은 수익을 가장 먼저 고려하는 '수익 지향' 전략으로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국내 업체들의 해외 적자 공사가 30%에 육박, 외국 선진 업체의 10~15%보다 훨씬 높다는 점은 개선해야 할 점으로 지적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