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7일 오전 4시 30분(현지 시각) 사우디아라비아 주베일산업단지 내 사다라(Sadara) 석유화학단지 건설 현장. 20시간 가까이 콘크리트 타설 작업을 벌이던 마지막 펌프가 멈추자 대림산업 직원들과 발주처 관계자들이 손뼉을 치며 환호했다. 지상 25층 높이의 아파트 1개 동(150가구)을 짓는 데 필요한 콘크리트 5000㎥를 19시간 동안 끊김 없이 타설하는 데 성공한 순간이었다.
당초 이 사업의 발주처인 사우디 국영 정유회사 아람코와 세계 최대 화학제품 제조업체 다우케미칼은 사우디 현지에서 최초로 시도되는 연속 타설 공법에 대해 인력·장비·자재 수급 문제를 들어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대림산업은 작년 12월부터 발주처를 끊임없이 설득했다. 성공을 쉽게 장담하기 어려운 고난도의 기술이지만, 이를 통해 100일 이상의 공기(工期) 단축과 20만달러 이상의 원가 절감 효과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었다. 콘크리트 균열을 사전에 제거함으로써 품질 향상까지 이끌 수 있다는 점도 포기할 수 없는 이유였다. 대림산업은 이를 위해 주베일 산업단지 인근의 장비와 인력을 모두 끌어모았고 타설 작업이 중간에 끊기지 않도록 분(分) 단위로 실시간 모니터링해 19시간에 걸친 '마라톤' 작업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사우디에서만 150억달러 누적 수주
사우디는 세계 최고 수준의 글로벌 건설사들이 기술력을 앞세워 치열하게 경쟁을 벌이는 중동의 최대 건설 시장이다. 그만큼 중동 안에서도 가장 엄격한 공정 관리와 공사 자격 요건을 시공사에 요구한다.
대림산업은 이처럼 진출 벽이 높은 사우디에서 지난해 7억1000만달러 규모의 합성고무 플랜트 공사를 수주하며 국내 건설사 최초로 사우디에서만 누적 수주액 150억달러를 달성했다. 올해 1월에도 3억달러 규모의 부탄올·합성가스 플랜트 건설 프로젝트를 맡는 등 현재 사우디에서 진행 중인 플랜트 공사 현장만 13곳에 달한다.
대림산업이 사우디 시장에서 명성을 쌓을 수 있었던 것은 풍부한 경험과 기술력 덕분이다. 1970년대부터 대림산업은 사우디 현지인들로부터 '오른손에는 용접봉, 왼손에는 빵'이라고 불릴 만큼 근면함과 성실성을 인정받았다. 2008년 대림산업이 맡았던 카얀(Kayan) 고밀도 폴리에틸렌 공장 프로젝트가 대표적이다. 연간 생산량 40만t 규모의 이 공장 건설은 당초 중국 건설사가 맡았다. 하지만 공사에 차질을 빚자 발주처가 대림산업에 수의계약으로 맡겨 원래 계획(2011년 준공)대로 사업을 마칠 수 있었다.
◇신시장·공종 다변화로 글로벌 개척
대림산업은 국내 건설 시장이 성장 한계에 도달했다고 판단하고 신시장 개척과 공종(工種) 다변화를 통한 해외 사업 비중 확대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지난 30여년간 중동에서 쌓은 경험과 신뢰를 바탕으로 사우디, 쿠웨이트 등에서 입지를 공고히 다지는 동시에 동남아시아와 유럽, 아프리카 등지로 진출하는 데 속도를 내고 있다.
이를 위해 기존 토목·건축·플랜트 사업본부의 해외영업 인력을 하나로 통합한 해외영업실을 올해 초 신설했다. 국가와 프로젝트별 해외 전문 인력 확보에도 나섰다. 이러한 노력으로 대림산업은 올 들어서만 약 57억달러의 해외수주 실적을 달성했고 이 가운데 절반 가까이(25억달러)를 신규 시장 등지에서 거둬들였다.
대림산업은 주력 사업인 정유·가스 플랜트뿐만 아니라 해외 발전(發電) 플랜트 비중도 확대해나가고 있다. 2011년 10월에는 독자적인 설계안을 사우디 전력청에 제시해 12억달러 규모의 쇼아이바Ⅱ 복합화력발전소를 단독으로 수주한 것을 비롯해 최근 2년간 베트남·필리핀·말레이시아 등지에서 총 24억달러 규모의 발전소 건설 프로젝트 4개를 따냈다.
대림산업 김윤 부회장은 "사우디를 비롯한 세계 각지에서 쌓은 풍부한 경험과 독자적인 기술력을 바탕으로 글로벌 시장 개척에 적극 나서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