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건설이 시공한 싱가포르 마리나베이 샌즈 호텔 전경.

군인공제회가 2010년 3월 쌍용건설이 보증을 선 남양주 화도 사업장에 빌려준 대출액 중 원금 850억원은 내년까지 나눠서 받고, 이자는 이자율을 낮춰 2년간 분할해 받겠다는 안을 채권단에 제시했다. 원래 군인공제회가 받을 금액은 이자까지 합해 총 1235억원이었으나 이자율을 낮추면 쌍용건설 부담액이 50억원 이상 줄어들 전망이다. 그러나 채권단이 요구한 출자전환(금융회사가 기업에 빌려준 대출금을 주식으로 전환해 기업의 부채를 조정하는 방식) 참여는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채권단은 군인공제회가 받을 돈을 전액 출자전환하거나 원리금을 3년 유예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금융당국이 9일 쌍용건설 주채권은행인 우리은행과 군인공제회를 다시 불러 회의를 주재하고 있어 극적인 타협점을 찾을 수 있을지 주목되고 있다.

군인공제회 관계자는 "올 6월 쌍용건설이 워크아웃(재무구조 개선작업)에 들어갔을 때 채권단은 8월말까지 400억원을 우선 지급하기로 문서까지 작성했다"며 "채권단이 일방적으로 약속을 어겨놓고 이제 와서 출자전환에 참여하라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 군인공제회는 연말까지 400억원을 받고 내년까지 남양주 사업장을 공매해 나머지 원금 450억원을 회수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군인공제회는 내년에 원금을 회수하면 대출금리를 연 10.5% 복리(複利·원금 외 이자에도 이자를 받는 방식)에서 회원에게 지급하는 이자 수준으로 낮추겠다고 제안했다. 군인과 군무원의 복지증진을 위해 설립된 군인공제회는 회원에게 연 5.4~6.1%의 금리를 주고 있다. 군인공제회 관계자는 "2010년 3월에 대출한 뒤로 4년간 이자를 한푼도 못 받았다"며 "회원들에게 주는 금리만 받겠다는 입장을 채권단에 전달했다"고 말했다.

채권단은 군인공제회에 쌍용건설 우이동 사업장의 2순위 채권자 자리를 주겠다고 역제안했다. 쌍용건설은 서울 강북구 우이동에 콘도를 짓고 있는데 채권단은 이 사업장의 매각을 추진 중이다. 채권단은 쌍용건설에 1300억원을 지원하면서 이 사업장을 담보로 잡았다. 채권단이 우이동 사업장을 매각하면 채권단 자금을 먼저 회수하고 차액을 군인공제회에 주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군인공제회 관계자는 "언제, 얼마에 팔릴지 모르는 우이동 사업장의 2순위를 주겠다는 제안은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말했다.

채권단은 군인공제회가 원리금 전액을 출자전환하거나 원리금을 3년 정도 유예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출자전환이 이뤄지지 않으면 추가 지원을 할 수 없다"는 기존 입장보다는 한발 물러난 것이다. 채권단 관계자는 "쌍용건설은 돈이 없어서 난리인데 은행이 자금을 지원하면 군인공제회가 가져가는 지금 구조로는 도저히 지원이 어렵다"며 "출자전환을 하든지 원리금 상환을 유예해야 한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우리은행과 군인공제회가 원만하게 합의하도록 유도할 계획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해결책을 찾기 위해 모인만큼 최대한 타협점을 찾아보겠다"고 말했다. 군인공제회는 원리금 분할 회수, 채권단은 원리금 유예를 주장하는 상황이어서 중간 지점에서 타협이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 군인공제회 관계자는 "원금은 내년까지, 이자는 이자율을 낮춰서 2년간 분할해 받겠다는 방침이며 더 이상의 협상안은 없다"고 말했다. 채권단 관계자는 "군인공제회의 의견을 확인하고 전체 채권단 회의를 통해 입장을 정리하겠다"고 말했다.

올 6월 워크아웃 개시 후 쌍용건설에 3100억원의 신규자금을 투입하고 2450억원을 출자전환한 채권단은 추가 자금을 지원할 상황이 되자 군인공제회 등 비협약채권자도 출자전환에 동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군인공제회는 채권을 회수하기 위해 최근 쌍용건설 사업장 계좌에 가압류를 걸었고 현재 쌍용건설의 모든 국내 사업장은 공사가 중단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