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시작된 대규모 온라인 공개 강의 ‘무크(MOOCㆍMassiv Open Online Courses)’가 빛의 속도로 진화하고 있다. 무크는 고대 그리스 플라톤의 아카데미 이후 대학 체제의 두 가지 근간 즉, 학점 인정 권한과 등록금 책정 독점권을 근본으로부터 흔들고 있다.

무크시대의 도래를 두고 하버드대학 총장은 올 가을 신입생 축사에서 미국 대학체제에 대한 ‘지진(seismic)’이라고 지칭했고 스탠퍼드대학 총장은 미국대학들에 ‘쓰나미(Tsunami)’가 몰려오고 있다고 말했으며 MIT 총장은 ‘전복적(disruptive)’이라고 평가했다. 뉴욕타임즈의 컬럼니스트 토머스 프리드만(Friedman)은 무크가 기존 대학 체제에 미칠 영향을 ‘대학 혁명(Revolution)’이라는 용어로 정리했다.

급기야 지난 8월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무크를 적극적으로 이용해 대학 교육의 질을 높이고 학비를 줄이는 대학을 우선적으로 차등 지원하겠다는 대학 교육개혁안을 발표했다.

무크는 10여년 전 시작된 미국 명문대의 공개 강의(OCW/Open Course Ware)와는 차원을 달리한다. 첫째, 무크는 온라인으로 진행하지만, 강의, 시험, 채점, 토론, 수료증 등이 정규 수업과 똑같이 진행된다는 점이다. 수업당 인원수는 거의 제한이 없고 수업료도 거의 무료로 제공된다. 둘째, 무크가 대학들의 정규 학점으로 인정될 가능성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 여러 주에서는 법적인 보완이 이루어 졌거나 법적 절차가 진행 중이다.

앞으로 5년내 세계 유명 대학이 제공하는 무크 강좌는 무섭게 늘어날 것이다. 교양수업과 전공 입문 수업은 무크로 대체하는 3년제, 2년제 대학도 생겨날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되면, 대학 등록금도 지금보다 4분의 1 혹은 2분의 1 수준으로 줄어들 것이다.

한국 대학들은 무크시대를 맞아 어떤 준비를 해야할까. 혹자는 영어권 대학에 대한 지적 두려움을 한국적 무크 제작으로 대응하려 하는가하면 혹자는 온라인 고등 교육에 대해 비판일색으로 아예 외면하려 한다. 하지만 나는 한국 교수들이 무크 시대에도 과연 생존할 수 있냐 없냐의 관점만으로 무크 현상을 바라봐서는 안된다고 본다.

무크를 통해 인류의 집단지성들이 최초로 학술 분야 빅데이터(Big Data)를 생성하고 있으며 한국 대학 사회, 더 나아가 한국의 지성계가 이러한 ‘학술적 빅 데이터’를 이용하는 방법을 마련하고 있느냐가 더 중요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한국 정부와 대학들은 미국과 유럽국가들이 막대한 재정과 인력을 투입해 축척해 놓은 학술자료들을 체계적으로 수집, 분류, 정돈하는 작업을 진행해야 한다. 일종의 디지털 휴마니티즈(Digital Humanities) 허브를 구축함으로써 대학생과 전문가들이 지속적으로 새로운 자료를 손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하는 것이다. 영국 정부의 지원으로 설립된 JISC(Joint Information Systems Committee)와 미국 조지 메이슨 대학의 역사 및 뉴미디어 센터(Center for History and New Media) 등이 좋은 예다.

무크에 대한 즉각적인 대응책으로는 교수들이 각자의 수업과 관련된 해외의 무크를 소위 혼합수업(Blended Course) 형태로 이용하는 방법도 있다. 누구나 인터넷을 통해 무크를 듣고 수료증을 취득할 수 있는 체계적인 시스템을 구축해 주는 방법도 고려해볼만 하다.

국내 대학들도 외국의 무크 수강을 통해 취득한 학점을 인정해야만 하는 시기가 생각보다 빠르게 도래할 것이다. 무크는 일종의 '학문적 개국'이라 많은 마찰과 저항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후대의 학문적 융성의 기반 확보라는 거시적인 관점에서 민첩하고도 체계적으로 접근하는 대학만이 앞서 나가게 될 것이다.

무크현상(Phenomenon) 내지는 무크운동(Movement)의 핵심은 단순히 미국을 위시로한 세계의 유명대학들이 무료로 수업과 수료증을 제공한다는 차원이 아니고 고등지식을 누구나 인터넷 접속만되면 누릴 수 있다는 것, 인류 문명사 차원의 지식전달 혁명인 것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혹자는 무크(MOOC)의 인류문명사적 의미를 구텐베르크의 금속활자가 인류의 지식문명에 끼친 영향과 견주기도 한다. 무크 출현의 근원은 인터넷을 통한 지식정보의 민주화라는 인류문명전환에 기인하는 것으로 외면하거나 돌이킬 수 있는 일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