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분만에 완판."

최근 자동차 시장에서 홈쇼핑에나 나올 법한 용어를 동원한 뉴스가 등장했다. 계약을 시작한지 7분만에 올해 판매 물량 1000대가 모두 판매된 차가 있다는 것. 르노삼성이 내놓은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SUV) QM3의 이야기다.

QM3는 그 동안 국내 완성차 5사가 내놓은 차들과 다른 좀 독특한 차다. 르노삼성의 엠블럼을 달고 나왔지만, 원산지는 스페인이다. 벤츠에도 공급되는 르노의 1.5L dCi 디젤 엔진과 독일 게트락사의 6단 듀얼클러치 변속기가 들어간 르노의 캡처가 원형 모델인데, 르노삼성이 국내 실정에 맞게 사양을 조금 바꿔 들여와 QM3라는 이름으로 판매한다. 국산 로고를 달고 나온 수입차인 셈이다.

QM3 앞모습

QM3가 돌풍을 일으킨 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우선 수입차인데도 국산차와 경쟁할만한 가격에 출시됐다. 가격이 2250만~2450만원으로 국산차와 비교해도 크게 비싸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체급이 다소 큰 현대차의 투싼 디젤은 2090만~2930만원이고, 가솔린 엔진을 달았지만 체급이 비슷한 소형 SUV인 쉐보레 트랙스의 가격은 1940만~2289만원이다.

여기에 공인 연비가 수준급으로 나왔다. 복합 연비 기준 L당 18.5km로, 역시 투싼의 최고연비(L당 14.4km)나 트랙스 연비(L당 12.3km)보다 좋다. 간혹 폴크스바겐의 골프와 비교를 하는 이도 있는데, 참고로 골프 1.6L 디젤 모델의 연비는 L당 18.9km다. 이 밖에 좋은 평가를 받는 것이 개성 있는 디자인이다. 차체의 위쪽과 아래쪽 색상을 다르게 만든 투톤 방식을 채용한 것이 눈길을 끈다. 이 차를 몰고 서울 잠실종합운동장에서 동탄까지 왕복 100km 구간을 달려봤다.

도심 구간에서의 주행 느낌은 "부드럽고 경쾌했다"로 요약이 된다. 유럽 차이지만 다소 무르게 설정한 서스펜션(충격 흡수 장치) 덕분에 높은 과속방지턱도 부드럽게 넘어갔고, 소형 SUV인 만큼 차체도 그리 크지 않아 회전을 할 때 운전자 몸이 쏠리는 현상도 적은 편이었다. 승차감이 좋았다는 이야기다. 속도를 높여보면 듀얼클러치 변속기는 재빠르게 반응하며 변속 충격 없이 기어 단수를 높여줬고, 경쾌한 가속이 진행됐다. 듀얼클러치 변속기는 연비가 좋은 대신 수동의 느낌이 나는 불편함이 있는 것이 단점인데 이를 잘 극복한 셈이다.

평균 시속 67km로 44.6km를 주행한 다음 측정한 연비

연비를 강점으로 내세운 차인 만큼 동탄까지 가는 동안 연비부터 알아봤다. 일부러 연비가 잘 나오도록 운전을 하지는 않았고, 뒤에 아이를 태우고 다닐 때를 생각하며 최대한 평소 처럼 몰아봤다. 대부분 자동차 전용도로인 코스를 44.6km 달린 연비는 L당 22km로 공인 연비보다 좋게 나왔다. 이 구간을 달린 평균 시속은 67km였다. 연비는 운전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천차만별로 나오기 때문에 운전한 사람마다 결과가 제각각 이었지만, 이 날 연비에 최대한 신경 쓰며 운전한 다른 기자는 L당 29.9km를 기록하기도 했다.

돌아오는 길에는 이런 저런 시험을 해가며 주행 능력을 점검해봤다. 고속도로에서의 가속감도 경쾌한 편이었다. 가속페달을 조금씩 깊게 밟아가며 속도를 높이면 시속 120km 정도까지는 답답하지 않은 가속을 경험할 수 있다. 속도를 더 높이면 가속이 더뎌지면서 커진 소음이 실내로 유입되는 것이 느껴지기 시작한다.

90마력의 힘을 내는 작은 엔진을 단 만큼 급가속을 시도해보면 힘의 한계는 조금 일찍부터 느껴지는 편이었다. 가속페달을 끝까지 밟고 급가속을 시도해봐도 엔진의 분당 회전수(rpm)가 높아지며 소음이 커지는 것에 비해 가속은 더딘 편이었다. 이 차를 바라보는 눈 높이를 소형 SUV에 맞춰놓으면 불만이 없겠고, 그래도 유럽차인데 하고 조금 많은 기대를 했다면 실망을 할 수도 있겠다. 고속으로 코너를 돌 때나 차선을 급하게 바꿀 때, 급제동을 했을 때 안정감은 합격점을 줄 만했다. 차체가 작은 만큼 SUV 치고 재빠른 동작을 할 수 있었다는 것도 기억에 남는 점 중 하나다.

QM3 실내

실내를 살펴보면 간결하다는 느낌이 먼저 든다. 겉모습의 디자인이 인상적이었던 것에 비해 실내는 소박하다. 대시보드와 문짝을 감싼 소재는 고급스럽지는 않지만 단단한 느낌을 줬고, 센터페시아(운전자와 조수석 사이 공조장치 등이 있는 곳)의 구성은 기능적으로 단순하게 배치됐다. 스티어링휠(운전대)은 운전자가 주로 잡는 윗부분(시계로 치면 9시에서 3시까지)만 가죽으로 전체를 감쌌다. 등받이 각도 조절이나 시트 이동을 모두 수동으로 해야 한다는 점도 비용 절감 요소다.

슬라이딩 방식의 글로브 박스는 12L로 매우 넓어 활용도가 높아 보였다. 반면 운전석 주위에는 별다른 수납 공간이 없고, 컵홀더가 너무 낮은 곳에 있는데다 꽂아둔 생수병을 제대로 지탱하지도 못했다는 점은 다소 아쉬웠다. 정속주행장치 버튼도 너무 낮은 곳에 있어 고속주행 중 허리를 굽혀 눌러야만 했다.

실내 공간은 소형 SUV임을 감안하면 비좁지는 않은 수준이다. 장거리 여행이 아니라면 성인 4명까지는 거뜬히 탈 수 있을 듯했다. 트렁크 공간은 SUV 치고는 작은 편이다. 뒷좌석을 앞으로 조금 밀면 다소 넓어지기는 하는데, 다른 SUV처럼 유모차도 쑥쑥 넣을 수 있는 정도는 아니다. 전반적으로 작은 차라는 점을 미리 감안했다면 크게 불만을 가질 요소는 아닐 수도 있겠으나, SUV를 선택한 이유가 넓은 적재공간이라면 한 번쯤 다시 봐야 하는 부분이다.

QM3 뒷모습

눈에 띄는 아이디어 요소는 직물 시트를 떼었다 붙였다 할 수 있게 한 점이다. 지퍼를 열고 떼어내 세탁을 할 수 있게 한 것인데, 음식물을 자주 흘리게 마련인 어린 아이가 있는 부모라면 매우 좋아할 대목이다. 등받이 부분과 엉덩이받이 부분이 분리가 돼있어 오염된 부분만 떼어내 세탁할 수 있다.

르노삼성은 수입차이지만 470여곳에 달하는 르노삼성의 서비스망을 이용할 수 있고, 부품 값도 국산차 수준으로 책정했다는 점을 QM3의 강점으로 소개하고 있다. 유럽 신차 안전성 평가인 유로 NCAP에서 최고 등급을 받은 안전성도 경쟁력 요소다.

7분만에 1000대가 팔리고, 벌써 계약된 차만 5000대가 넘는다는 것은 소비자의 눈에 이 차가 그 만큼 매력적으로 보였다는 증거다. 무엇보다도 높은 연비와 착한 가격은 다시 봐도 잘 했다는 생각이 든다. 회사 입장에서는 잘 팔릴만한 요소이겠지만, 소비자 입장에서는 다른 자동차 회사들이 차 값을 올리는 것을 억제하는 효과도 있을 것 같기 때문이다. QM3가 올해 완성차 5곳중 꼴찌까지 떨어진 르노삼성에 구원투수 역할을 해 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