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릴린치 투자 효과에 대해 회의적이다. 우리가 얻은 게 무엇인지 냉철하게 따져서 만약에 없다면 메릴린치 주식을 팔 수도 있다."

한국의 국부펀드 격인 한국투자공사(KIC)의 새 사령탑이 된 안홍철<사진> 신임 사장이 KIC의 메릴린치 지분을 매각할 수도 있다고 6일 밝혔다.

KIC는 2008년 2월 메릴린치 주식에 20억달러를 투자했지만 글로벌 금융 위기 여파로 주가가 급락하며 큰 손실을 봤다. 이후 메릴린치가 뱅크오브아메리카(BOA)에 합병되면서 KIC는 주당 27달러에 BOA 주식을 받았지만 주가 하락으로 여전히 손실이 크다. BOA 주가는 현재 15달러 수준이다. 안 사장은 "다른 금융주 투자 수익과 비교해서 이익이 난다는 계산이 선다면 투자처를 메릴린치에서 다른 곳으로 옮길 것"이라고 말했다.

대학 시절 럭비 선수를 했고, 스트레스 해소법이 노래 부르기일 정도로 외향적인 성격이다. 부산 경남고와 연세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안 사장은 70년대 초 신촌의 독수리 다방 DJ로 윤형주·송창식·이장희 등과 어울리던 '신세대 대학생'이었다. 20년간 경제 관료 생활 중 절반 동안을 세계은행(WB) 시니어 이코노미스트 등으로 해외에서 보냈고, 영어·독어·러시아어·일본어 등 4개 국어를 구사하는 국제 금융통이다.

국부펀드의 수장으로 그가 중시하는 가치는 "첫째도 둘째도 진실성(integrity)"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비밀주의로 일관한 KIC 정책에 대해서도 최대한 공개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안 사장은 "외환 위기가 온 것도 관료들이 단기 외채 등의 수치들을 감춘 영향이 크다"며 "당장 우리의 운용 명세 등을 공개하면 공격을 받을 수 있지만 그러면서 KIC는 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구체적인 투자 전략에 관해선 "국부펀드 운용은 보수적이어야 하기 때문에 리스크(위험) 관리를 우선으로 하는 수비형 포트폴리오(자산 배분) 전략을 짤 것"이라며 "그러다가 기회를 포착하면 독수리처럼 먹이를 낚아채는 방식으로 수익을 낼 생각"이라고 말했다. 또한 "어디에 투자하느냐보다는 언제 투자할 것이냐에 더 중점을 두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