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하산 인사 근절을 공언했던 박근혜 대통령의 약속이 국토교통부 공공기관장 인사에서는 지켜지지 않고 있다. 박근혜 정부에서 임명된 국토부 주요 공공기관장은 대부분이 해당 업무와 연관이 없는 낙하산 인사들이다.
대표적인 인물이 한국도로공사 사장에 내정된 김학송 전 의원이다. 경남 진해 출신인 김 전 의원은 한나라당과 새누리당에서 16~18대 국회의원을 지냈다. 대표적인 친박계 의원인 김 전 의원은 지난 대선에서 박근혜 캠프 유세지원단장을 맡기도 했다. 박 대통령이 선거에서 당선되는데 큰 공을 세운 만큼 김 전 의원이 좋은 자리를 받을 것이라는 소문은 끊이지 않았다. 특히 16·17대 국회에서 상임위로 건설교통위원회 활동을 했기 때문에 국토부 산하기관으로 올 것이라는 얘기가 많았다.
당초 김 전 의원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행이 유력하다고 알려졌지만, LH 내부 사정으로 좌절됐다. 결국 돌고 돌아 도로공사 사장 자리가 주어진 것이다. 김 전 의원은 도로공사 사장 공모에 원래 지원하지 않았다. 하지만 기획재정부 공공기관운영위원회는 갑자기 도로공사 사장 재공모를 결정했고, 김 전 의원이 재공모에 지원하면서 사장에 내정됐다.
정치인 출신인 김 전 의원이 도로공사의 재무구조 개선이나 고속도로 구조조정 등 시급한 현안을 해결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지난해말 기준으로 도로공사 부채는 25조원, 하루 이자만 32억원에 달했다. 하루 빨리 고속도로 건설 계획 구조조정을 하지 않으면 조만간 부채가 30조원을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한국수자원공사 최계운 사장과 한국철도공사(코레일) 최연혜 사장은 전문가를 임명한 것처럼 보이지만 역시나 낙하산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최계운 사장은 인천대 교수 출신으로 한국수자원학회 부회장, 인천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공동대표 등을 지냈다. 언뜻 보기엔 수자원 전문가로만 보이나, 한나라당 운하정책환경자문교수단을 맡았던 경력이 있다. 단순한 자문교수단이 아니라 이명박 정부의 4대강 사업의 이론적인 뒷받침을 해준 여당 인사로 분류될 수 있는 대목이다.
코레일 최연혜 사장은 박 대통령 선거 운동을 도운 대표적인 충청지역 여권 인사다. 최연혜 사장은 17대 총선에서 한나라당 비례대표를 신청했고, 19대 총선에선 대전 서구을에 출마하기도 했다. 사장 취임 전까지도 새누리당 대전시당 서구을 지역위원장으로 활동했다.
김석기 한국공항공사 사장은 서울지방경찰청장을 지냈던 인물로 공항이나 항공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 김 사장은 전문성 논란이 일자 "경찰 재직 당시 공항 보안과 안전을 책임지는 일을 수행했다"며 엉뚱한 대답을 내놓기도 했다. 한국공항공사는 총 부채가 3662억원으로 국토부 산하 공기업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많지 않지만, 부채 증가 속도가 매우 빠르다. 여기에 지방공항들의 저수익성 문제가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는데, 경영이나 재무에는 문외한인 김 사장이 한국공항공사를 맡게 된 것이다.
한국공항공사 사장 자리는 서울지방경찰청의 몫이라는 게 정부 안팎의 설명이다. 지금까지 10명의 한국공항공사 사장 가운데 3명이 서울지방경찰청장을 지냈다. 특히 2001년 이후 임명된 4명의 사장 가운데 3명이 서울지방경찰청장 출신이다.
한 정부 관계자는 "2000년대 들어서 한국공항공사 사장은 서울경찰청의 자리라는 인식이 굳어졌다"며 "낙하산으로 비판받을 수 있지만 경찰 조직의 반발을 무시할 수도 없어 관례대로 인사가 이뤄진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