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풍도 끝났으니 이제 겨우살이의 계절입니다. 겨우살이는 다른 나무에 기생해서 사는 나무로, 멀리서 보면 꼭 새둥지처럼 보이는 작은 나무입니다. 이름은 ‘겨울’과 ‘살이’가 합해지면서 지금의 겨우살이가 되었습니다. 즉, 겨울과 관련이 있는 이름입니다.

겨우살이는 다른 계절에는 잘 보이지 않다가 잎이 다 떨어진 겨울로 접어들면 노란 열매를 달며 모습을 드러냅니다. 겨울에도 푸른 잎을 달고 살아가는 상록성 식물입니다.

겨우살이(전북 내장산)

겨우살이가 기생해서 사는 나무는 기주목(寄住木)이라고 합니다. 겨우살이는 주로 참나무 종류에 얹혀살고, 그 외의 여러 나무에서도 자랍니다. 다만 침엽수는 예외입니다. 잎이 지는 활엽수를 기주목으로 삼는다고 보면 됩니다.

겨우살이가 자라는 나무(전북 내장산)

겨우살이는 다른 나무에 얹혀사는 신세지만, 스스로 광합성을 합니다. 몸빛이 초록색인 점이 이을 말해줍니다. 전적으로 기주식물한테서 양분을 취하는 식물을 전기생식물, 겨우살이처럼 스스로 광합성을 하기도 하는 식물은 반기생식물이라고 합니다. 전기생식물은 몸빛이 창백한 흰색이거나 누르스름한데 비해 반기생식물은 엽록소가 있어 초록색을 띱니다.

겨우살이(강원도 홍천)

겨우살이는 기본적으로 새를 이용해 번식을 합니다. 겨울까지 색깔 있는 열매를 맺어놓는 나무들의 심부름꾼은 대개 새입니다. 겨우살이 또한 콩알만 한 열매를 노란색으로 보기 좋게 익혀놓고, 단맛까지 품어 새를 유혹합니다.

겨우살이의 열매

흰 눈 내리는 겨울에 좀 더 새들의 눈에 잘 띄게 하기위해 붉은색 열매를 맺는 겨우살이도 있습니다.

붉은겨우살이(전북 내장산)

전북 내장산에 가보면 두 가지 색의 열매를 쉽게 볼 수 있습니다. 붉은겨우살이는 남부지방에만 분포하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남한의 북쪽 지역인 평화의 댐 근처에서도 발견되고 있습니다.

열매는 무언가에 달라붙기 위한 장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속은 끈적끈적한 점액질로 가득 차 있어서 터지면 다른 물체에 잘 달라붙습니다. 액은 마르면서 씨를 접착제처럼 단단히 고정해주는 역할을 합니다. 열매 안에는 점액질 외에 실 같은 조직이 씨에 붙어 있어서 나뭇가지에 걸쳐지는 확률까지도 높입니다. 그러면 발아할 기회를 얻는 씨가 좀 더 많아지게 됩니다.

겨우살이와 붉은겨우살이의 씨

이맘때에 겨우살이가 많은 나무 주변을 잘 살펴보면 거미줄 같은 조직에 매달려 바람에 흔들리는 겨우살이의 씨를 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