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자동차 업체들이 양산을 시작한 순수 전기차를 일반 가정에서 충전했다가는 예상보다 비싼 전기요금으로 인해 낭패를 볼 가능성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자동차 업체들이 전기차 경제성을 따질 때 계산 기준으로 사용한 '전기차 충전 전용 전력요금'은 기존 주택에는 적용되지 않는 특별 요금으로, 가정용 전기와 비교하면 누진제 적용도 없고 단가가 매우 싸기 때문이다.
또 전기요금이 향후 6년간 전혀 인상되지 않을 것을 전제로 한 계산이어서, 최근 급격히 오르고 있는 전기요금 사정을 감안하면 현실성이 크게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 가정용 전기로 한 달 타면 전기요금 '28만원'
4일 르노삼성자동차·한국GM에서 받은 전기차 연료비 계산식을 보면, 'SM3 Z.E.'와 '스파크EV'의 전기요금으로 1킬로와트시(㎾h) 당 100원을 적용했다. 이를 통해 르노삼성차는 SM3 Z.E.을 탈 때 가솔린 차량 대비 연간 242만원, 6년간 1453만원의 연료비를 아낄 수 있다고 밝혔다. 한국GM 역시 6년간 스파크EV를 탈 경우 전기요금이 143만원으로, 같은 크기의 가솔린차인 '스파크LS'의 연료비 1007만원 대비 863만원 저렴하다고 설명했다.
자동차 업체들이 전기차의 연료비, 즉 전기요금이 싸다고 강조하는 것은 전기차를 비교적 비싼 값에 사더라도 향후 6년간 절감하는 연료비를 통해 투자비를 회수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러나 업체들이 연료비 산정 기준으로 제시한 1㎾h 당 100원의 전기요금은 한국전력의 전기차 충전 전용 전력요금으로, 일반 가정에서 사용하는 220볼트(V) 전력요금과는 차이가 크다.
한국전력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가구당 평균 전력 사용량은 310㎾h. SM3 Z.E.을 구매해 연간 2만㎞, 월 1666㎞를 주행한다고 가정하면 약 378㎾h의 전력을 더 사용해야 한다. 도합 688㎾h의 사용량을 한국전력이 제공하는 가정용 전기요금 계산기에 대입해 계산하면 전기요금은 기존 4만8820원에서 28만750원으로 급증한다.
같은 거리를 달린 준중형 가솔린 세단의 한 달 연료비(23만9800)보다 오히려 더 비싸다. 르노삼성차가 SM3 Z.E.의 전기요금으로 제시한 월 3만8000원과는 격차가 매우 크다.
◆ 전기요금 오름세도 감안해야
이는 전기차 전용 전력과 달리 가정용 전기에는 사용량이 늘수록 단가가 올라가는 누진제가 적용돼기 때문이다. 전기차 전용요금은 매월 수백㎾h의 전기를 사용해도 단가가 100원/㎾h으로 동일하지만, 가정용 전기는 처음 100㎾h까지는 ㎾h(킬로와트시) 당 60.7원, 그 다음 100㎾h는 ㎾h 당 125.9원, 300㎾h까지는 ㎾h 당 187.9원 등 요금에 할증이 붙는다.
한국GM 관계자는 "최근 지방자치단체의 보급사업에는 보조금으로 집집마다 전기차 충전소를 설치해주기 때문에 일반 가정용 전기를 써서 충전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보급 사업 외에 개인적으로 전기차를 사거나, 보조금 자원이 고갈되면 개인 비용으로 충전소를 설치하거나 가정용 전기를 쓸 수 밖에 없다.
최근 급격하게 오르고 있는 전기요금도 전기차 경제성 산정에 반영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자동차 업체들은 전기차의 원가 회수 기간을 계산할 때 전기요금이 향후 6년간 동일하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
그러나 국내 전기요금은 2000년 이후 14차례나 인상됐다. 1년에 최소 한 번 이상 요금이 오른 셈이다. 2010년 8월 신설된 전기차 전용 요금 역시 전기요금 인상때 마다 매번 가격이 올랐다. 최근 전력난이 가중돼 앞으로 전기요금 상승률은 더욱 높아질 것이라는 점에서, 기존에 계산해 놓은 전기차 경제성 평가는 무용지물이 될 가능성이 크다.
김태헌 에너지경제연구원 에너지통계연구실(에너지정보통계센터) 실장은 "아직 미국·유럽 등 선진국에 비해 왜곡된 가격 구조를 조정하기까지 요금 인상은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며 "내년에 발전용 유연탄 과세가 적용되고 2015년 온실가스 관련 정책이 본격 시행되면 추가적인 전력 요금 인상은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