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3년차 이아름(여·27)씨는 그동안 직장생활을 하며 모아둔 돈을 불려볼 목적으로 올 초 은행창구를 찾아 직원이 추천해주는 자산운용사 간판 펀드에 가입했다. 운용사가 밀고 있는 펀드는 뭔가 달라도 다르지 않겠느냐는 생각에서였다. 하지만 최근 수익률을 들어다본 이씨는 은행 금리보다도 못한 수익률에 쓴웃음을 지었다.

자산운용사들이 주력 상품으로 내세우는 간판 펀드가 이름값을 못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간판 펀드는 운용사가 적극적으로 마케팅을 펼치고 운용에도 심혈을 기울이기 때문에 비교적 수익률이 높을 것으로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은 간판 펀드들이 많았다.

◆ 간판펀드 수익률 제각각

자산운용사 간판펀드 올 들어 수익률

3일 펀드 평가사 에프엔가이드에 자료를 의뢰해 설정액 2000억원 이상이면서 1년 이상 운용한 간판 펀드 20개의 올 들어 수익률을 뽑아본 결과, 국내 주식형 펀드의 평균 수익률(1.94%)에도 미치지 못한 펀드가 8개인 것으로 나타났다.

블랙록자산운용의 간판 펀드인 '블랙록월드광업주증권자투자신탁(주식-재간접형)(H)(A)'의 올 들어 수익률은 -23.98%를 기록하고 있다. 이 펀드는 금 관련 글로벌 광업기업에 투자하는데, 최근 금값 하락으로 수익률이 악화됐다.

성장주 펀드의 대표격인 삼성자산운용의 '삼성코리아대표증권투자신탁 1[주식](A)'은 -4.01%를 기록 중이다. 이 펀드를 간판 펀드로 키웠던 남동준 삼성자산운용 주식운용본부장은 최근 개인적으로 투자자문업을 하겠다는 이유로 사의를 표명했다.

지난해 투자자들에게 가장 인기가 높았던 NH-CA자산운용의 간판 펀드인 'NH-CA1.5배레버리지인덱스증권투자신탁[주식-파생형]Class A'의 수익률도 0.59%에 그치고 있다. 특정 지수를 따라가는 일반적인 인덱스펀드에 선물·옵션 등의 파생 상품을 지렛대로 활용하는 레버리지 개념을 도입해 시장 수익률의 1.5배 성과를 기대할 수 있도록 설계됐지만 생각만큼의 수익을 내지 못했다.

이밖에 '알리안츠기업가치향상장기증권자투자신탁[주식](C/A)'(-1.18%), '슈로더브릭스증권자투자신탁E(주식)종류C 5'(0.69%), 'JP모간코리아트러스트증권자투자신탁(주식)A'(1.11%), '교보악사Tomorrow장기우량증권투자신탁K- 1(채권)ClassA'(1.62%), '한국투자네비게이터증권투자신탁 1(주식)(A)'(1.76%) 등의 수익률이 부진했다.

반면 올 들어 전성기를 누리고 있는 가치주 펀드들은 선전하고 있다. 한국밸류자산운용의 '한국밸류10년투자증권투자신탁 1(주식)(C)'와 신영자산운용의 '신영밸류고배당증권투자신탁(주식)C형'은 각각 18.55%, 18.51%의 수익을 거두고 있다. KB자산운용의 'KB밸류포커스증권자투자신탁(주식)클래스C'도 9.37%의 수익률을 기록 중이다.

역시 올해 주목받고 있는 롱숏 펀드인 트러스톤자산운용의 '트러스톤다이나믹코리아50증권자투자신탁[주식혼합] A'의 올 들어 수익률은 10.62%다. 롱숏 펀드는 주가가 오를 것으로 예상하는 주식은 사고(long) 주가가 내릴 것으로 보이는 주식은 공매도(미리 빌려 파는 것·short) 차익을 남기는 상품이다.

'피델리티차이나증권자투자신탁(주식)종류A'(9.41%), '신한BNPP봉쥬르차이나증권투자신탁 2[주식](종류A)'(8.86%), '미래에셋차이나솔로몬증권투자신탁 1(주식)종류A'(7.95%) 등의 각 운용사 간판 펀드도 최근 중국 펀드의 부활과 함께 수익률을 회복하고 있다.

◆ 잘 나가는 펀드에만 돈 들어와

자산운용사의 간판 펀드라는 이름이 무색하게 자금은 밀물처럼 빠져나가고 있다.

수익률이 그나마 양호한 가치주 펀드인 '한국밸류10년투자증권투자신탁 1(주식)(C)'와 '신영밸류고배당증권투자신탁(주식)C형', 'KB밸류포커스증권자투자신탁(주식)클래스C'에 올 들어 각각 3600억~4700억원의 자금이 몰리고 롱숏 펀드인 '트러스톤다이나믹코리아50증권자투자신탁[주식혼합] A'에 4500억원의 자금이 들어온 것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간판 펀드가 투자자들의 외면을 받고 있다.

교보악사자산운용의 간판 펀드인 '교보악사파워인덱스증권투자신탁 1(주식-파생형)ClassB'와 '교보악사Tomorrow장기우량증권투자신탁K- 1(채권)ClassA'에서는 올 들어 각각 7400억원, 6100억원의 돈이 빠져나갔다. 수익률을 회복하고 있지만 여전히 '미운 오리' 취급을 받는 중국 펀드인 '신한BNPP봉쥬르차이나증권투자신탁 2[주식](종류A)'에서도 5000억원 가까운 자금이 순유출됐다.

'슈로더브릭스증권자투자신탁E(주식)종류C 5', 'JP모간코리아트러스트증권자투자신탁(주식)A'에서도 4000억원 가량의 자금이 빠져나갔다.

배성진 현대증권 연구원은 "운용사의 간판 펀드에 가입하더라도 운용 스타일이나 투자 대상이 다 다르기 때문에 꼼꼼히 확인하고 분산투자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