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이들이 "막상 돈을 벌어도 손에 쥐는 돈은 항상 부족하다"고 말한다. 수입에 비해 고정 지출이 많으면 그만큼 경제적인 여유를 느끼기 어렵다. 가처분소득(DI·disposable income)은 수입에서 고정지출을 제외하고 남은 돈이 얼마인지 알려주는 지표다. 가처분소득은 개인이 취미생활을 하든 저축을 하든 임의대로 사용할 수 있는 돈이기 때문에 개인의 소비와 저축이 얼마나 되는지 알아보기 위해 이용하기도 한다. 월급 이외에 사회보장금, 연금을 받거나 이자 소득이 있다면 이는 소득으로 인정한다. 고정 지출 가운데는 각종 세금, 연금, 보험, 대출 원리금 등이 있다. 가정에 따라서는 자녀의 학비, 부모님 용돈, 월세 등도 고정 지출로 계산하기도 한다.

연봉 5000만원을 받는 사람과 4000만원을 받는 사람이 있다고 하자. 이 둘을 비교하면 5000만원을 받는 사람의 수입이 많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소득이 많다고 반드시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다는 것을 뜻하지는 않는다. 만약 이 사람이 주택자금대출을 받아 1년에 1500만원의 원리금을 갚아야 하는 상황이라면 어떨까. 연 소득은 5000만원이지만 실제 손에 쥐는 돈은 3500만원이 된다. 이른바 '하우스푸어', '카푸어' 등 집이 있고 차가 있는데도 경제적으로 여유가 없는 사람들 역시 가처분소득이 적기 때문에 나타난다. 집과 차를 구입한 비용을 감당하지 못하게 되면 저축을 줄이거나 다른 비용을 줄여야 하기 때문이다. 수입은 고정돼 있는데 이자율이 높아져 지출이 늘어나거나, 지출하는 규모는 고정돼 있는데 수입이 줄게 되면 가처분소득은 그만큼 줄어들게 된다.

이 자료는 국민경제에서 소득분배 수준이 어느 정도나 되는지 알아보는 지표로도 이용된다. 만약 연 소득이 1억원인 사람과 8000만원인 사람이 있다면 소득 차이는 1:0.8 수준으로 나타난다. 하지만 이들이 지출하는 고정비용이 똑같이 5000만원이라면, 가처분소득은 각각 5000만원과 3000만원이 되면서 차이는 1:0.6 수준으로 벌어지게 된다. 실제 사용할 수 있는 자금의 차이가 벌어지면서 소득 분배 정도가 더 벌어지게 되는 것이다.

부채가 많은 집일수록 이자와 원금을 갚아야 하는 비중이 커지기 때문에 가처분소득이 적어지는 현상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지난 9월 기준 상위 20%의 가처분소득은 저소득층의 5.05배를 기록했다. 작년 같은 기간 4.98배보다 늘어난 수준이다. 소득의 양극화가 그만큼 커진 것을 의미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개인 가처분소득에 비해 가계 부채 비율은 156.3%(2011년)로 주요국 중 가장 높은 수준으로 나타났다. 1년 내내 저축과 다른 소비를 하지 않은 채 빚만 갚아도 부채를 다 해결할 수 없다는 뜻이다. 만약 한 나라의 국민 소득 수준을 살펴보려 한다면 국내총생산(GDP)이나, 1인당 국민총생산(GNI)와 함께 가처분소득도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