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봉영 사장(왼쪽) 리조트·건설부문, 윤주화 사장 패션사업부문.

삼성에버랜드는 올해 사장단 인사를 통해 이부진·이서현·김봉영·윤주화 4명의 사장이 함께 근무하는 '4인 동거 체제'를 이루게 됐다. 삼성 계열사 가운데 에버랜드보다 사장 수가 많은 곳은 삼성전자가 유일하다.

에버랜드는 외형상으로는 작은 계열사다. 연간 매출이 4조원 안팎으로 그룹에서 차지하는 매출 비중이 1% 정도에 불과하다. 외형에 비해 사장 수가 많은 것은 그룹에서 차지하는 위상이 막강하기 때문이다. 에버랜드는 그룹 지배 구조의 정점(頂點)에 위치해 사실상 지주회사 역할을 하고 있다. 에버랜드는 최대 금융 계열사인 삼성생명 지분 19.34%를 보유하고 있고, 삼성생명은 삼성전자·삼성화재·호텔신라·삼성증권의 주요 주주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과 그의 세 자녀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에버랜드 사장은 모두 이 회사의 주요 주주다.

이서현 에버랜드 사장은 2일 사장 승진과 동시에 에버랜드로 자리를 옮겨 패션부문 경영기획담당을 맡게 된다. 그가 삼성 입사 이후 애정을 갖고 맡아온 제일모직 패션사업부문이 지난 1일자로 삼성에버랜드로 이관됐기 때문이다. 언니인 이부진 사장은 종전과 마찬가지로 리조트·건설부문 경영전략담당을 겸임한다. 자매가 에버랜드의 양대(兩大) 사업부문인 리조트·건설부문과 패션부문을 각각 맡아 선의의 경쟁을 벌이게 된 것이다.

여기에 삼성전자 출신 사장이 양대 사업부문장을 각각 맡아 이들 자매와 개별적으로 호흡을 맞추게 됐다. 리조트·건설부문장인 김봉영 사장은 삼성전자 감사팀장 출신의 감사통이고, 패션사업부문장인 윤주화 사장은 삼성전자 CFO(최고재무책임자)를 거친 재무통이다. 표면적으로 '이부진·김봉영 조합'이 리조트·건설부문의 일류화 실현을 위한 책임을 지고, '이서현·윤주화 조합'이 제일모직에서 넘어온 패션부문의 안정화에 총력을 다해야 하는 양상이다.

올해 사장단 인사로 삼성에버랜드에서 함께 일하게 된 이부진(가운데), 이서현(오른쪽) 사장 자매가 지난해'호암상 시상식'에 참석하기 위해 서울 중구 순화동 호암아트홀에 입장하는 모습. 오빠 이재용(왼쪽) 부회장은 삼성에버랜드의 최대주주다.

재계에선 장기적으로 이 회장의 경영권 승계 작업이 구체화되면 자매가 본인이 맡은 사업부문을 따로 분리해 떨어져 나갈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오고 있다. 삼성 관계자는 "이번 인사에 따라 자매가 각각의 사업부문을 독립 경영한다고 보면 된다"면서 "후계 승계 구도를 언급하는 것은 지나치게 앞서가는 이야기"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