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용 삼성 커뮤니케이션팀 사장은 2일 2014년 그룹 사장단 인사를 발표하면서 인사 원칙 중 하나로 '삼성전자 성공 DNA의 계열사 전파'를 꼽았다. 그 원칙에 따라 이뤄진 인사가 삼성전자의 조남성 부사장(LED사업부장)이 제일모직 대표이사 사장으로, 원기찬 부사장(인사팀장)이 삼성카드 대표이사 사장으로, 이선종 부사장(경영지원실 재경팀장)이 삼성벤처투자 대표이사 사장으로 자리를 옮긴 것을 들 수 있다. 특히 원기찬·이선종 두 사람은 전자에서 금융으로 이질적인 업종을 맡았다. 이들이 계열사로 옮기면서 이식할 것이 삼성전자에서 체질화한 성공 DNA라는 것이다. 무엇이 삼성전자의 DNA일까.
①글로벌 역량과 세계 1등과 싸워서 이기는 전투력
삼성전자는 그룹 전 계열사 중 가장 글로벌화(化)된 기업이다. 국내 전자부품·완제품 시장이 좁다 보니 해외로 나갈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첨단산업인 IT·전자 분야는 기술 수준이 뛰어난 선진국 기업들의 무대였다. 주요 제품군마다 외국 기업들이 1등을 차지하고 있었고, 삼성전자는 그들과 싸울 수밖에 없었다. 삼성전자 성장의 역사는 세계 1등 기업을 상대로 싸운 과정이기도 하다. 처음엔 턱도 없을 것 같았던 싸움이었지만 반복해서 승리를 거두었다. 세계 최강의 TV 제조업체였던 소니를 꺾었고, 휴대폰의 노키아, 스마트폰 시대엔 애플을 꺾으며 세계 1위 업체로 도약했다. 그 전엔 일본 반도체업체를 꺾고 메모리반도체 1위 자리를 20년째 지켜오고 있다.
②치열하게 일한다
SK그룹 계열사의 CEO인 S사장은 최근 미국 출장을 다녀왔다. 그가 탑승한 귀국 비행기 옆 좌석에 삼성전자 이돈주 전략마케팅실 사장이 타고 있었다. S사장의 목격담이다. 이돈주 사장은 자리에 앉자마자 좌석 앞 테이블을 꺼내 서류와 노트북을 올려놓았다. 그런 뒤 한국에 도착할 때까지 식사할 때와 화장실 갈 때를 제외하곤 눈 한번 붙이지 않고 계속 서류를 뒤지고 노트북 작업을 하면서 일을 했다. S사장은 "국내 다른 그룹 사장들과 비행기에서 동석하는 경우도 많지만 삼성전자 쪽 사람들은 분명하게 차이가 날 정도로 다르다"면서 "내부 경쟁인지 외부 경쟁인지 몰라도 뭐가 그리 치열한지 정말 지독하게 일한다는 것만큼은 인정해줄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퇴직한 삼성전자 한 임원은 윤부근 사장이 디지털영상사업부 제조팀 상무 시절 일화를 전했다. 입사 동기인 두 사람이 수원 공장 앞에서 술을 마시고 있는데 밤 11시 30분쯤 미국 출장 중이던 최지성 당시 디지털미디어 총괄(부사장)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시차가 있으니 내일 일찍 파악해서 보고해라"는 동기의 만류를 뿌리치고 윤 상무는 그길로 공장으로 다시 들어갔다. 그리고 새벽 3시 30분 최지성 총괄에게 이메일로 보고서를 보냈다고 한다. 이 이야기를 전한 전직 임원은 "최지성 실장은 지시한 내용이 몇 시간 내에 이행되는지 체크하는 사람"이라며 "밤낮을 가리지 않는 속도와 철저한 이행을 강조하는 문화가 삼성전자 업무 스타일에 녹아 있다"고 말했다.
③위기에 강하다
삼성전자는 변화와 위기에 강한 기업이다. 제품의 패러다임이 변해 업계 전체가 요동할 때 그 변화를 주도해 1위에 올랐다. 대표적인 예가 TV다. 2000년대 중반 100년 이상 써 온 브라운관 TV를 대신할 디지털TV가 등장하자 디지털TV에 모든 역량을 쏟아부었다. 2004년 'TV일류화 사업추진위원회'를 만들었고, 반도체 사업부 칩 개발 인력 200명이 TV사업부로 이동했다. 삼성전자 윤부근 사장은 "당시 원하는 것은 모두 지원받았다"며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고 회상했다.
마침내 2006년 삼성전자 TV가 소니를 꺾고 1위 자리에 올랐다.
2007년 애플이 아이폰을 출시했을 때도 마찬가지다. 세계 휴대폰업계 전통의 강자들 중 스마트폰 충격을 이겨내고 그 변화에 적응해 살아남은 업체는 삼성전자가 유일하다. 시장 1위였던 핀란드 노키아는 마이크로소프트에 흡수당했다. 미국 최대 휴대전화 업체였던 모토롤라는 구글이 집어삼켰다. 삼성전자만이 생존했을 뿐 아니라 시장 점유율에서 애플을 누르고 1위에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