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스마트폰 시장이 삼성전자의 숙제로 떠오르고 있다. 일본은 삼성전자가 차지하지 못한 사실상의 마지막 스마트폰 시장이다. 전 세계 주요 시장에서 대부분 1위를 차지하고 있거나, 1위를 한 경험이 있는 삼성전자가 유독 일본에서만큼은 고전하고 있다. 이 때문에 삼성전자는 최근 일본 시장 공략을 서서히 강화하기 시작했다.

세계 1위 삼성전자, 일본에선 4위

삼성전자는 전 세계 스마트폰 판매 1위 업체다. 주요 지역별 시장에서의 위상도 마찬가지다. 세계 최대 시장인 중국과 대표적 신흥시장인 인도에서 올 3분기까지 판매량 1위를 유지했다. 애플의 안방인 미국에서도 2분기 1위를 한 적이 있다. 국가별 규모 1∼3위 스마트폰 시장인 중국·미국·인도에서 모두 1위이거나 1위를 한 경험이 있다.

일본 외에는 잘나가는 삼성 - 추수감사절인 지난달 28일(현지 시각) 미국 조지아주 던우디시(市)에 위치한 전자제품 유통업체‘베스트바이’에서 소비자들이 삼성전자 스마트폰 코너의 제품을 살펴보고 있다.

하지만 넷째로 큰 일본 시장에서는 사정이 다르다.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SA)는 올 3분기 일본 시장에서 삼성전자가 스마트폰 100만대를 팔아 판매량 4위(점유율 9.9%)였다고 발표했다. 판매량은 지난해 4분기 190만대에서 계속 하락해 절반 수준까지 떨어진 것이다.

판매량 1∼3위는 애플·소니·샤프가 차례로 차지했다. 애플은 점유율이 2분기 21%에서 3분기 38.1%로 뛰어올랐다. 9월 일본 최대 통신사 NTT도코모를 통해 아이폰5S를 출시한 효과다. 소니는 전 세계 판매량에서는 중국 업체들에도 밀려 7∼8위권이다. 샤프는 세계 시장에서는 존재감조차 없다. 그런데도 일본에서는 세계 1위 삼성전자보다 점유율이 높다.

"한국 브랜드에 대한 편견에 삼성전자 고전"

일본은 전통적으로 전자산업이 강한 나라다. 소비자들의 자국 제품 선호도도 높아 '외국 전자업체의 무덤'으로도 불린다. 하지만 이것만으로 삼성전자가 일본에서 맥을 못 추는 이유를 모두 설명할 수는 없다. 애플이 아이폰으로 일본 시장의 1위를 지키고 있기 때문이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에 따르면 2009년 일본 휴대전화 시장은 샤프·파나소닉·후지쓰·NEC·교세라 등 5개 일본 업체의 점유율이 72.9%였다. 갤럭시S를 아직 일본 시장에 내기 전인 삼성전자는 10위 안에 들지 못했지만, 아이폰3G를 일본 시장에서 판매한 애플은 점유율 4.9%로 7위였다. KOTRA는 "전 세계에서 돌풍을 일으킨 아이폰이 일본에서도 인기가 커지면서 기존 시장 질서가 바뀌기 시작했다"며 "반면 삼성전자는 '제품이 망가지기 쉽다'는 일본 소비자들의 인식 때문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분석했다.

사정은 지금도 크게 다르지 않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일본은 최근 2년간 애플이 급격한 성장세를 보인 지역"이라며 "한국 브랜드에 대한 일본 소비자들의 편견(bias) 때문에 삼성전자가 고전하는 사이 애플은 NEC·파나소닉 등 일본 업체들이 스마트폰 사업을 접은 데 따른 반사이익까지 챙기고 있다"고 했다.

일본 공략 시동 거는 삼성전자

일본은 세계 4위의 스마트폰 시장이다. '세계 전자산업의 본산'이라는 상징성도 있다. 이 때문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최근 "일본 시장에서 1위로 올라서야 한다"고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의 움직임도 구체화하고 있다. 삼성전자 일본 법인의 이시이 게이스케 전무는 최근 아사히신문 인터뷰에서 "일본에서 판매하는 스마트폰 모델 수를 늘리고 최고급 이외의 기종도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프리미엄 제품 위주로 고급 이미지를 구축하던 기존 전략을 버리고 제품군을 확대해 점유율을 늘리겠다는 전략이다. 또 지난 10월부터 일본 2위 통신사 KDDI를 통해서도 제품을 출시하고 있다. 지금까지는 NTT도코모에 제품을 독점 공급했지만, 애플 제품을 취급하지 않았던 NTT도코모가 9월 아이폰5S를 출시하자 삼성전자도 제휴 통신사를 확대하며 대응에 나선 것이다.

10월에는 일본 내수시장 공략용 모델 '갤럭시J'도 출시했다. 이 모델에는 비상시 배터리 소모량을 평소의 절반 정도로 줄여 장시간 쓰게 해주는 '긴급 모드'가 탑재돼 있다. 지진 등 자연재해가 잦은 일본 환경에 맞춘 특화 모델로 일본 소비자들을 공략하겠다는 전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