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성인 기자

요즘 부모들은 우는 아이를 달래기 위해 사탕이나 장난감 대신 스마트폰을 손에 쥐어준다고 한다. 아이들은 이 스마트폰으로 만화를 보고 게임을 한다.
'세살 적 버릇 여든까지 간다'는 속담처럼 태어나면서부터 스마트폰을 보고 자란 아이는 앞으로 평생 스마트폰과 뗄래야 뗄 수 없는 관계를 맺고 살 가능성이 크다.
그런데 문제는 스마트폰이 단순히 '손 안의 PC'로서 편리함만 있는 것이 아니라 중독성이 있어 사람에게 해(害)를 끼칠 수도 있다는 점이다.
과다한 스마트폰 사용은 학업이나 업무 집중력을 떨어뜨리고, 주의력 결핍 과잉행동장애(ADHD) 발생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지나치게 스마트폰에 의존할 경우 기억력 감퇴와 계산력 저하로 이어져, 사람의 이름이나 전화번호, 심지어 집과 사무실을 오가는 길을 기억하지 못하고, 간단한 덧셈과 뺄셈조차 못하는 '디지털 치매'에 이를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정보화진흥원이 지난해말 만 10~49세 스마트폰 사용자 1만68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전체의 11.1%가 스마트폰 중독자로 나타났다. 2009년 11월 아이폰이 처음 들어오면서 국내에서 본격적으로 스마트폰을 사용하기 시작했으니 불과 3년 만에 이 같은 현상이 벌어진 것이다.
연령대별로는 10대가 가장 높은 18.4%의 중독률을 나타냈고, 20대(13.6%), 30대(8.1%) 순으로 나타났다. 우리 초·중·고등학생들 중 상당수는 이미 스마트폰 중독에 빠져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성가족부와 교육부가 올 7월 발표한 결과에 따르면 전체 학생(170만명)중 14%인 24만여명이 스마트폰 중독 위험군으로 나타났다. 이는 인터넷 중독 위험군(10만5000명)보다 2배 이상 많다.
상황이 이런데도 우리 정부와 정치권에서는 아직까지 스마트폰 중독보다는 게임 중독 문제에만 골몰하고 있다.
심야에 청소년의 게임 접속을 금지하는 '셧다운제'는 시행된 지 만 2년이 지났고, 신의진 새누리당 의원은 지난 4월 게임을 알코올·도박·마약과 함께 관리하는 내용의 일명 '게임중독법'을 발의했다. 이처럼 중독성 있는 콘텐츠인 게임을 규제하기 하기 위해 갖가지 제도와 법안이 마련되고 있지만, 정작 스마트폰 중독 문제에는 누구 하나 앞장서서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모습을 찾아보기 힘들다.
앞서 이야기한 통계와 수치가 말해주듯, 스마트폰 중독은 더 이상 방치할 사안이 아니다. 이제부터라도 어떻게 스마트폰 중독이 더 이상 확산되지 않고, 이미 위험군에 빠진 사람들을 정상으로 되돌릴지 정부와 전문가들이 지혜를 모아야 한다. 곪을대로 곪아 응급처치도 하지 못할 상황이 되기 전에 어서 빨리 스마트폰 중독 문제를 객관적으로 진단하고 예방책을 마련하는 것이 정부와 우리 사회의 시급한 과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