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마포구 공덕동에 위치한 효성그룹 본사

법인세 탈루, 비자금 조성, 오너 일가의 횡령·배임 등의 의혹을 받고 있는 효성그룹이 사면초가(四面楚歌)에 몰렸다. 오너 일가가 줄줄이 검찰로부터 소환조사를 받으면서 검찰의 수사 강도가 높아지고 있고, 29일에는 원전 부품 시험 성적서 위조 사건과 관련해 검찰로부터 본사를 압수수색당했다. 재계 관계자들은 ‘효성에 대한 사법처리가 임박한 것이 아니냐’는 해석을 하고 있다.

◆ 조현준 사장 검찰 재소환…조석래 회장, 삼남 조현상 부사장도 소환 예정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부장검사 윤대진)은 29일 조석래 효성그룹 회장의 장남인 조현준 효성그룹 사장을 전날에 이어 재소환했다. 검찰은 전날 조 사장을 12시간가량 조사한 뒤 이날 새벽 집으로 돌려 보냈지만, 횡령·배임 혐의와 관련한 조사가 추가로 필요해 다시 소환 조사를 실시했다. 검찰은 조 사장에게 역외 탈세와 횡령·배임, 비자금 조성 혐의 등에 대해 물었다. 조사 과정에서 검찰은 조 사장이 100억원대 회삿돈을 횡령한 혐의도 추가로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현준 효성그룹 사장

앞서 검찰은 지난 13일 조 회장의 차남인 조현문 전 부사장을 소환했고, 27일에는 이상운 부회장을 불러 조사했다.

검찰은 이르면 다음주 초쯤 조 회장을 소환해 분식회계와 비자금 조성 등을 지시했는지 확인하고, 삼남 조현상 부사장 역시 조만간 부를 계획이다.

검찰은 효성그룹이 1997년 외환위기 당시 해외 사업에서 발생한 부실을 계열사에 떠넘기는 수법으로 수천억원대의 법인세를 탈루한 의혹이 있는지 보고 있다. 해외법인 명의로 빌린 돈을 해외 페이퍼컴퍼니에 빌려주고, 회수불능 채권으로 처리해 부실을 턴 뒤 이 자금을 국내 주식거래에 쓴 의혹도 조사 중이다.

조 회장 일가가 1990년대 이후 1000억원이 넘는 차명재산을 운용하며 이 차익에 대해 양도세를 안 낸 의혹에 대해서도 살펴보고 있다. 조 회장 일가와 임원 등이 효성그룹 계열 금융사인 효성캐피탈에서 1조2000억원대의 불법 대출을 받았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수사 중이다.

앞서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민병두 민주당 의원은 효성캐피탈이 2004년부터 올해까지 조 회장 일가와 특수관계인, 그룹 계열사들에 모두 1026회에 걸쳐 1조2341억원(취급금액기준)의 자금을 대출해 줬다고 주장했다.

원전 비리까지 연루… "엎친 데 덮쳐"

이날 부산지검 동부지청 원전비리 수사단은 원전 부품 시험성적서 위조 사건과 관련해 서울 마포구에 있는 효성 본사를 압수수색했다. 원전 부품 시험 성적서를 위조한 혐의로 구속된 효성 직원 2명에 대한 증거를 확보하기 위해서다.

검찰은 앞서 지난 26일 원전 부품 시험 성적서를 위조한 혐의로 효성 직원 2명을 구속했다. 이들은 신고리 3·4호기에 저압 전동기를 공급하면서 시험 성적서를 위조하고, 3억원을 편취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컴퓨터 파일과 회계장부 등의 증거를 확보하고, 시험 성적서 위조 과정에서 회사 임원들이 개입했는지를 알아보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수사 중인 사안이라 자세한 것을 확인해 줄 수 없다”며 “압수수색 영장을 법원에서 발부받아 영장을 집행 한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효성은 이날 “압수수색이라는 표현보다는 수사관 2명이 단순 ‘현장조사’를 나온 것”이라며 “전자결재 내역을 확인하기 위해 회의실로 안내했고, 회사 측은 조사에 협조했다”고 설명했다.

효성 관계자는 “이번 건은 지난 8월초 회사 측이 자체 조사를 통해 당시 담당자들이 임의로 위조한 사실을 확인해 자진 신고한 것”이라며 “위조 성적서 관련 부품 가격도 3억원이 아니라 200만원”이라고 말했다.

효성 "내년 경영전략 차질" 우려 심각

오너 일가의 검찰 소환조사와 검찰의 압수수색 탓에 효성 내부 분위기도 좋지 않다. 무엇보다 내년을 준비해 경영 전략과 투자 계획을 짜야 하는 상황인데, 현재 이 계획들은 중단된 상태다.

효성 관계자는 “내년 경영 계획과 세계시장 진출 전략 등에 집중해야 하는 시기인데, 현재 회사가 이를 전혀 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