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광공업생산 등 주요 경제지표가 자동차산업의 희비에 따라 좌지우지되고 있다. 우리나라 경제가 자동차, 휴대폰, 반도체 등 일부 품목에 편중돼 있다는 것은 어제 오늘의 지적은 아니지만 자동차산업의 영향력은 갈수록 커지는 추세다. 전문가들은 서비스 등 다른 산업을 키워 이 같은 산업별 편중현상을 완화하고 다양화하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통계청이 29일 발표한 ‘10월 산업활동 동향’에서 가장 눈에 띈 것은 자동차생산이 전년동월대비로 10.5% 급증한 것이다. 작년 12월에 투자했던 설비들이 약 50만~60만대 생산규모인데 그동안 본격적으로 가동되지 않다가 지난달부터 정상가동된 영향이라고 통계청은 설명했다.

이러한 자동차생산 호조는 10월 광공업생산 증가율(전월비 1.8%, 전년동월비 3.0%)을 11개월만에 최대치로 끌어올렸다. 지난 9월에는 정반대였다. 자동차업계의 파업으로 자동차생산이 전년동월대비 9.4% 감소했고 그 결과 광공업생산은 3.9% 줄었다.

기여도 기준으로 봐도 자동차산업의 위력은 잘 드러난다. 전년동월대비 자동차 생산의 전체 광공업생산에 대한 기여도는 9월에는 -1.02%P였던 반면 10월에는 1.23%P였다. 전월대비 수치로 따지면 9월에 -2.36%P, 10월에는 1.82%P로 더 컸다.

자동차산업의 기여도는 반도체나 휴대폰에 비해 크다. 전월대비로 10월 반도체 및 부품의 기여도는 -0.54%P였으며 휴대폰이 속해 있는 영상음향통신은 0.22%P였다.

지난 9월과 10월은 파업과 설비라는 특수요인 때문에 자동차생산과 광공업생산의 관계가 더욱 극명하게 드러났지만 그동안에도 월별로 따져보면 두 수치의 상관관계가 매우 높았다. 게다가 최근 몇 년동안 조선업이 불황을 겪으면서 자동차산업의 비중이 더 커진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자료 : 통계청

2011년 10월부터 월별 자동차생산과 광공업생산 증감율을 보면 대부분 같은 방향으로 움직였다. 자동차가 플러스일 때 광공업생산도 플러스였고 반대로 마이너스일 때는 마이너스였다.

전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자동차와 자동차부품은 올해 1~10월 13.1%로 지난해 같은 기간(12.9%)보다 다소 확대됐다. 반도체(10.0%), 휴대폰(4.9%) 보다도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전체 수입에서 자동차 수입의 비중이 1% 정도에 불과해 자동차 산업의 무역수지 흑자는 올해 1~10월 기준으로 594억달러를 기록해 전체 무역수지 흑자(357억달러)에 절대적인 기여를 하고 있다. 결국 지난달 월별 사상 최고인 100억달러에 육박하는 경상수지 흑자를 달성한 것도 자동차산업이 있었기 때문이다.

전백근 통계청 산업동향과장은 "자동차 생산이 전체 광공업생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예전보다 높아진 게 사실"이라며 "전체 생산이 자동차 쪽에 편중됐다고 말할 정도는 아니지만 자동차 생산의 영향력이 커졌고 앞으로도 공장이 정상가동되기만 하면 이런 추세는 유지될 것"이라고 말했다.

임희정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산업별, 대기업별로 쏠림현상이 있고 그런 주력들이 어떻게 되느냐에 따라 경제가 너무 크게 좌우되니까 이를 보완하는 정책이 필요하다"며 "의료 교육 등 규제완화를 통해 서비스산업을 제대로 육성하자는 얘기가 나오는 것도 그런 맥락"이라고 밝혔다.

핀란드의 노키아 사례에서 보듯이 기업 하나가 망가졌다고 해서 국가경제가 타격을 받는 경제 구조는 문제가 있다. 미래먹거리를 제공할 수 있는 다른 산업을 육성해 반도체 휴대폰(삼성)과 자동차(현대차)에 편중된 구조를 다원화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