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가 5000억원을 투입해 개발한 신형 '제네시스'가 의외로 '겸손한' 가격에 출시돼 눈길을 끈다. 상시 4륜구동 시스템인 'H트랙'과 전자제어 에어서스펜션(충격흡수장치) 등 최첨단 기능이 망라된 것을 감안하면 300만원 안팎의 가격 인상폭은 크게 부담스럽지 않은 수준이기 때문이다.

신형 제네시스는 각종 첨단 기능들이 새로 탑재됐지만, 가격 인상은 300만원 안팎에 그쳤다.

아직 유럽 프리미엄 세단에 비해 브랜드 인지도·선호도가 낮은 현대차로서는 원가 인상요인 만큼 가격을 자유자재로 올릴 수 없었던 고민이 엿보인다.

◆ 같은 배기량의 유럽차와 비교하면 가격차 커

현대차는 신형 제네시스를 출시하면서 기존 '2013년형 제네시스'에 비해 300만원 정도 가격을 올렸다. 주력모델인 '3.3 프리미엄'이 230만원, 고급 모델인 '3.8 익스클루시브'는 332만원 인상됐다. '3.8 프레스티지'는 340만원 가격이 오른 6130만원으로 책정됐다.

등급별로 가격이 오르면서 경쟁 상대인 유럽 고급차와의 가격차도 다소 좁혀졌다.

메르세데스-벤츠 E클래스. 최저 등급 가격은 이미 제네시스와 비슷하지만 동일 배기량 모델은 아직 1000만원 이상 비싸다.

신형 제네시스 3.8 프레스티지 모델을 구입할 돈이면 메르세데스-벤츠 'E200(6020만원)'을 사고도 110만원이 남는다. 100만원 정도를 보태면 연비 좋은 디젤 모델 'E220 CDI(6230만원)'을 살 수 있다. 수입차 시장 베스트셀링카인 BMW '520d(최저 6290만원)' 역시 사정권 안에 들어온다.

그러나 이는 E클래스·5시리즈의 최저 등급과 비교한 것으로 제네시스와 배기량이 비슷한 모델과 비교하면 아직 가격차가 크다. 배기량 3.5L 가솔린 모델의 'E300'은 6780만원~7060만원으로, 신형 제네시스 3.3(4660만원~5260만원)에 비해 1000만원 이상 비싸다. 5시리즈의 디젤 3.0L 이상 모델은 기본 가격이 8000만원을 넘어선다.

◆ "아직 유럽차와 동일 경쟁 어려워"

현대차 역시 신형 제네시스의 가격 인상폭을 최소화 했다는 점을 인정하고 있다. 현대차 관계자는 "디자인 변경, 초고장력 강판, 헤드업디스플레이, 강화된 에어백 등 가격 인상 요인이 400만원~700만원 정도지만 실제 인상폭은 절반"이라고 설명했다.

기아차 K9은 출시부터 고가격 정책을 폈다가 시장에서 참패했다.

현대차가 원가 인상 요인 만큼 가격을 올리지 못한 것은 아직 브랜드 인지도나 선호도 면에서 유럽차와 동일 선상에서 경쟁하기는 쉽지 않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비싼 가격에도 불구하고 국내 시장에서 판매량을 늘리고 있는 유럽차들에게 대응하기 위해서는 가격적인 이점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기아자동차가 모든 기술력을 응집해 만든 'K9'의 경우 최저 등급이 5000만원이 넘는 가격(5228만원~8538만원)에 출시됐다가 시장에서 참패한 바 있다.

신형 제네시스에 탑재된 전장 부품들은 시간이 갈수록 생산원가가 떨어진다.

나윤석 자동차 칼럼니스트는 "안방인 국내 고급차 시장에서 현대차는 유럽차에게 도전하는 형국"이라며 "우선 가격 경쟁력으로 시장을 넓힌 뒤 제품 대 제품으로 경쟁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직은 가격차가 있지만 한·EU 자유무역협정(FTA)를 등에 업고 점차 저렴해지고 있는 유럽차 가격 역시 신경쓰지 않을 수 없는 대목이다. 메르세데스-벤츠와 BMW는 E클래스·5시리즈 부분변경모델(페이스리프트) 출시와 함께 가격을 내리거나 거의 그대로 유지해 소비자들의 문턱을 낮췄다.

부분적이지만 헤드업디스플레이·타이어공기압경보장치 등 각종 전장부품들이 기존 에쿠스·K9을 비롯해 다양한 차들에 적용되면서 생산 원가가 낮아졌다는 분석도 있다. 박영호 대우증권 연구원은 "자동차 부품 특성상 규모의 경제 효과가 큰데 IT 제품인 전장부품들은 시간이 갈수록 원가가 떨어지는 비율이 더 높다"며 "이 때문에 생각보다 원가 상승 요인이 크지 않았을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