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서울 마포동 대한병원협회에서 병원 관계자들이 정부의 비급여 제도 개선 방안에 관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왼쪽부터 이계홍 병원협회 부회장, 김성덕 대한사립대학병원협회 회장, 박상근 상급종합병원협의회 회장, 김윤수 병원협회 회장, 오병희 국립대병원장협의회 회장, 나춘균 병원협회 대변인.

최근 정부가 선택진료제와 상급병실료 등 비급여 제도에 대한 개선 방안을 발표하자, 병원계가 반발하며 재검토를 촉구하고 나섰다. 국민의 의료비 부담을 줄이기 위한 방안이지만 제도 개선에 따른 재원 확충 등 대안도 없이 병원계 희생만 강요한다는 주장이다.

대한병원협회를 비롯한 상급종합병원협의회, 국립대병원장협의회, 사립대의료원협의회, 대한사립대병원협회 등 병원계 5개 주요 단체는 27일 서울 마포동 병원협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는 발표한 방안을 철회하고 재검토하라고 밝혔다.

김윤수 병원협회 회장은 "정부의 지속된 저수가 정책으로 많은 병원이 도산 위기에 놓인 가운데 대안 없는 포퓰리즘적 국정 수행과 불합리한 정책 추진으로 보건의료 핵심 공급축이 붕괴될 상황"이라고 전했다.

병원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상급종합병원의 의료수익은 전년 대비 36.5% 감소하고, 순이익도 126.8% 급감하는 등 경영이 악화되고 있다. 또한 지난해 상급종합병원 42곳 중 23곳이 순이익 적자를 기록했다.

국내 상급종합병원 경영 현황.

나춘균 병원협회 대변인은 "비급여 제도 개선 논의를 하면서 수행 주체인 병원계를 제외한 것은 문제"라며 "이들 제도는 원가에 못 미치는 건강보험 급여 저수가를 보전하기 위한 차원에서 만들어졌다"고 말했다.

나 대변인은 이어 "비급여 제도를 개선하려면 수가부터 보전하라"면서 "개선에 필요한 추가 건강보험 재정 규모와 재원 확보 방안도 구체적으로 제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정부가 기존 개선 방안을 그대로 추진하면 병원 경영 악화를 넘어 존폐 문제에 직면하고, 결국 국민이 누려온 값싸고 질 좋은 의료서비스가 중단돼 건강권을 침해할 것이라고 주장을 거듭했다.

김성덕 사립대병원협회 회장은 "선택진료제가 사라지면 의료 전달 체계가 더 왜곡돼 일부 대형 상급종합병원에 환자가 더 쏠리는 문제가 심화될 것"이라며 "잘못된 정책 추진에 따른 결과는 정부와 추진 당사자들이 책임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오병희 국립대병원협의회 회장은 "선택진료제 등이 사라지면 대학병원의 교육과 연구 기능마저 위축될까 걱정된다"며 "제도에 바람직하지 않은 부분도 있겠지만 병원계 의견도 충분히 개진되길 바란다"고 유감을 표했다.

한편, 보건복지부는 올해 안으로 선택진료비, 상급병실료, 간병비 등 3대 비급여 제도에 대한 개선 방안을 최종 발표할 계획이다. 앞서 복지부는 지난 4월 국민행복의료기획단을 발족하고 국민의 의료비 부담 주범으로 꼽히는 이들 제도를 조사하고 폐지와 축소 등의 방안을 내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