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가 사운(社運)을 걸고 개발한 대형 세단 신형 '제네시스' 출시가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현재 대략적인 디자인과 규격은 공개된 상태지만, 유일하게 출시 가격만은 철저하게 베일에 쌓여 있다. 상시 4륜구동(AWD) 시스템인 'H트랙'과 각종 첨단 기능이 적용된 만큼 어느 정도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나, 경쟁 모델인 유럽 고급차들의 가격을 감안하면 손쉽게 차 값을 올리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는 26일 서울 그랜드 하얏트 호텔에서 신형 제네시스 출시 행사를 갖고 본격 판매에 돌입할 예정이다. 사전 예약 첫날 3500대, 나흘간 누적 예약 건수만 5200대를 넘기는 등 시장의 관심이 폭발적이다. 다만 판매 가격 만큼은 출시를 하루 앞둔 시점에도 비밀에 부쳐 고민을 고듭하고 있다.

26일 정식 출시되는 신형 제네시스 랜더링 이미지. 아직 출시 가격은 공개되지 않았다.

현대차는 사상 처음 탑재되는 H트랙과 전자제어 서스펜션(충격흡수장치) 등 금액으로 약 1000만원이 넘는 원가 상승 요인이 있으나 실제 가격 인상은 최초화하기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 강남 지역과 영등포 지역 대리점 관계자는 "H트랙이 적용된 등급만 200~300만원 정도 가격이 오르고, 나머지는 가격이 유지될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2013년형 제네시스 가격은 3.3 모델이 4338만원~5424만원, 3.8 모델이 5178만원~6394만원이다. 각 모델의 최고 등급이 200~300만원 정도 오른다면 4000만원대 중반에서 6000만원대 중후반에 가격이 형성될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 관계자는 "정확한 가격은 26일 오후쯤 공개될 예정"이라며 "값비싼 초고장력 강판이 많이 사용돼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지만 실제로는 인상을 최소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최근 출시된 유럽 경쟁차종 가격이 그대로 유지되거나 소폭 내렸다는 점에서 제네시스 역시 가격을 올리기는 힘들 전망이다. 메르세데스-벤츠의 중형 세단 'E클래스' 중 가장 싼 모델(E200)은 6020만원으로, 이미 제네시스 최고 등급 가격 아래로 내려왔다. 엔진 배기량이 비슷한 'E300 엘레강스' 가격은 6780만원으로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다. 벤츠측이 한·EU 자유무역협정(FTA) 관세 인하 효과를 등에 업고 가격을 종전 대비 200만원 가까이 내린 덕분이다.

메르세데스-벤츠 E클래스. 부분변경모델이 출시되면서 가격이 소폭 내렸다.

BMW '5시리즈' 역시 이번에 부분변경모델(페이스리프트)이 출시되면서 가격을 올렸지만 인상폭은 크지 않았다. 가장 인기가 많은 '520d' 기준으로 90만원 올라 6290만원에 팔리고 있다.

최저 가격이 6880만원부터 시작하는 최고급 세단 '에쿠스'와의 가격 간섭 현상을 방지해야 하는 것도 현대차로서는 가격 책정에 고민을 더해주고 있다. 특히 기아자동차가 'K9' 가격(5228만원~8538만원)을 시장 기대보다 높게 잡았다가 흥행참패를 기록했다는 점에서 섣불리 고가격 정책을 구사하기는 쉽지 않다.

기아차 K9. 시장 기대보다 출시 가격이 높게 책정되면서 흥행 참패를 기록했다.

나윤석 자동차 칼럼니스트는 "국내 차 시장을 석권한 현대차는 고급차 시장에서 만큼은 수입차에 도전하는 입장"이라며 "올해 초에는 제네시스 가격을 인하한 적도 있어 공격적인 가격 인상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