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트렌드 2014

김용섭 지음ㅣ부키ㅣ320쪽ㅣ1만5000원

연말이면 각종 트렌드 분석서가 봇물처럼 쏟아져 나온다. 하지만 대개 통계와 수치 자료를 제외하면 알맹이는 부실한 책들이 다반사다. 이런 가운데 일상생활 속 풍부한 사례를 수집해 올 한 해 우리나라를 관통한 소비 트렌드를 분석한 책이 나왔다.

‘그녀의 작은 사치’라는 부제가 붙은 이 책은 지난해 출시됐던 ‘라이프 트렌드 2013 : 좀 놀아 본 오빠들의 귀환’의 후속작이다. 지난해 30~40대 남성의 소비문화를 집중적으로 조명한 데 이어 올해에는 20~30대 여성들의 ‘일상 속 사치’에 담긴 의미를 짚어보기 위해 나왔다.

한때 우리나라 젊은 여성들의 소비문화에 항상 따라다니는 단어는 ‘된장녀’였다. 점심은 분식집에서 조촐하게 먹더라도 후식으로는 밥값을 넘는 스타벅스 커피를 사 먹는 여성을 비꼬는 말이다. 이 책은 이들 ‘된장녀’들을 자기만족형 소비를 추구하는 현대 소비자의 표본이라고 분석한다.

경기 불황이 장기간 이어지며 최근 떠오른 소비 트렌드는 ‘자기 위안형 사치’다. 고가 명품 가방이나 수입 외제차에 돈을 쓰지 못하는 아쉬움을 일상 속 작은 사치로 대신하는 이들이 늘고 있는 것이다. 작은 사치를 누리는 이들은 여성뿐이 아니다. 남성 소비자는 물론 전 연령, 전 세대에서 찾아볼 수 있다.

예컨대 고급 위스키 시장에서 우리나라가 최대 소비국 1위라는 타이틀을 지키게 해 주는 주역은 남성 소비자다. 세계적으로도 유례가 없을 정도로 폭발적인 성장을 보이는 국내 아웃도어 시장의 일등공신은 4050세대다. 30대 싱글족들은 결혼 자금과 내 집 마련을 위해 저축하는 대신 하이파이(준전문가용 고급 음향기기) 오디오를 장만하기 위해 월급을 쏟아붓고 있다.

저자는 이같이 다양한 소비 트렌드로 알고 그 트렌드에 편승하는 사람이 기회를 잡을 수 있다고 말한다. 돈을 얼마나 버느냐와 상관없이 이제 소비는 교육과 건강처럼 인간의 보편적 권리로 자리 잡았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소비를 통해 단순히 물건을 사는 것을 넘어 자신의 가치를 드러내고 존재를 증명하고 있다.

캠핑족의 부상, 창조경제 바람을 탄 창업 붐, 웨어러블(몸에 착용하는) 전자 기기의 등장 등 올 한 해 신문을 장식한 새로운 경제 이슈와 소비 문화를 일목요연하게 정리했다. 여성과 남성, 2030세대와 4050세대, 초식남과 싱글족 등 다양한 계층의 입장에서 문화 트렌드를 분석한 점도 흥미롭다. 22가지 소주제로 구성돼 있으며, 처음부터 순서대로 볼 필요없이 관심이 가는 주제부터 골라 봐도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