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 마리나베이샌즈 호텔 카지노장

# 21일 오후 9시 30분. 싱가포르 남단 끝 마리나베이샌즈(MBS) 호텔 앞에 중국인 관광객인 유커(遊客)를 비롯해 말레이시아인, 일본인 등 각국의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피부색도 언어도 다르지만 세계 각지에서 모인 관광객들은 매일 이 시간마다 열리는 레이저쇼와 화려한 불빛들을 보며 환호성을 지른다. 약 15분간의 쇼가 끝나자 이들은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 이 호텔 지하 카지노로 썰물 빠지듯 사라졌다.

우리나라 정선 카지노의 4.5배 크기인 마리나베이샌즈 호텔 카지노는 오픈 카지노 형태로 내국인과 외국인에게 카지노 입장을 모두 허용하고 있다. 카지노 안쪽에 들어가보니 담배를 입에 문 중국 관광객들 십여명이 딜러를 둘러싸고 화면 모니터를 응시하고 있다. 중국인들이 좋아하는 바카라 게임이다. 위쪽 빨간 부분은 '플레이어', 아래쪽 노란 부분은 '뱅커'라고 부르는데 이 둘 중 한 곳에 돈을 거는 게임이다.

세 사람이 각각 뱅커에 1000 싱가포르 달러(약 85만원)짜리 칩 두 개씩을 걸자, 딜러가 넉 장의 카드를 돌렸다. 위쪽 카드 두 장은 플레이어, 아래쪽이 뱅커 카드다. 카드를 뒤집자 한 중국인이 '하오(좋아)!'라고 외친다. 플레이어 카드는 9와 4, 중국인들이 돈을 건 뱅커 카드는 1와 6이다. 플레이어 합계는 13. 뱅커 합계는 7. 앞 자리 숫자는 빼고 뒷자리 3와 7만 비교해 큰 쪽이 이기기 때문에, 7이 나온 뱅커에 건 중국인들이 이긴 것이다. 딜러가 1000 싱가포르달러 짜리 칩 여섯 개를 건넨다. 딜러가 단숨에 약 510만원을 잃은 셈이다.

오른쪽으로 향하니 수십여대의 슬롯머신에 40~50대로 보이는 중국인 여성들이 앉아 버튼을 누르고 있다. 10 싱가포르 달러에 500번 게임이 가능한데 1,3,5,10배 베팅버튼을 눌러 더 높은 금액에 베팅할 수 있다. 일부는 퀭한 눈으로 기계처럼 버튼을 누르기도 하지만 일부는 게임에 열중하는 모습이었다. 중국인으로 보이는 한 여성은 슬롯머신을 껴앉으며 주문을 외우고 있는 모습도 보였다.

◆45년만에 빗장 푼 카지노‥-2% 경제성장률14.7%로 급반등

한해 2000만명의 관광객이 찾고, 연간 3조원의 매출을 올리는 곳, 바로 싱가포르 관광의 심장으로 불리는 마리나베이샌즈다. 리콴유 전 싱가포르 총리가 "내 눈에 흙이 들어가기 전에 카지노는 안 된다"는 명언을 남겼지만 싱가포르는 미래 성장동력 확보를 위해 45년만에 빗장을 열었다.

그 산물이 바로 이곳 마리나베이샌즈 호텔로, 올해 개장 3년째를 맞았다. 마리나베이샌즈가 주목을 받는 이유는 최대 52도 각도로 건물이 휘어진 화려한 외관도 있지만 싱가포르의 새로운 변화를 가져온 복합리조트(IR·Integrated Resort)의 대표주자이기 때문이다.

싱가포르 마리나베이샌즈에서 레이저쇼를 하고 있는 모습

작년 말 기준 싱가포르 복합리조트의 전체 매출액은 71억달러(약 7조5300억원). 이중 카지노 매출액은 약 6조2500억원으로 전체 매출액의 82.7%를 차지하고 있다. 카지노로 유명한 마카오 시장의 15.5% 규모로 성장한 것이다.

최근에는 중국 정부가 국내 카지노를 엄격히 규제하는 상황에서 중국 관광객들이 폭발적으로 이 곳으로 몰려들고 있다. 매년 100조원에 이르는 중국인들의 해외 도박 자금이 싱가포르로 몰리고 있는 것이다. 카지노를 비롯해 마리나베이샌즈 호텔이 개장하기 전 -2%를 기록했던 싱가포르 경제 성장률은 1년 만에 14.7%로 급반등했다.

마리나베이샌즈 호텔도 전체 면적 92만㎡ 중 카지노 면적은 3%에 불과하다. 하지만 매출 3조원 가운데 80% 가량이 카지노에서 나온다. 이 곳 카지노가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된 셈이다.

◆해외 자본에 오픈카지노 열어줘‥국부 유출 논란 여전

카지노를 포함한 복합리조트가 경제에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온다는 사실이 곳곳에서 입증되고 있지만 만만치 않은 부작용이 존재하는 것도 엄연한 사실이다.

특히 싱가포르가 오픈 카지노(내국인과 외국인이 모두 출입할 수 있는 카지노)를 자국 회사가 아닌 미국 라스베이거스의 샌즈 그룹에 허용해 주면서 3년을 넘어선 지금에도 외국 자본 유치에 따른 국부유출 논란이 여전하다는 점이다.

싱가포르 정부는 당시 카지노 입찰에 자국 회사들이 참여했지만, 경험이 없다는 이유로 자국 업체가 아닌 미국 샌즈그룹을 카지노 운영자로 선정했다. 이후 샌즈 그룹이 싱가포르에 투자한 돈은 6조원, 그러나 회수하는 데는 5년도 걸리지 않았다. 샌즈그룹은 싱가포르에서 투자금을 회수한 후 발생한 이익금으로 마카오와 스페인에 투자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이런 샌즈그룹은 한국 시장 베팅도 준비하고 있다. 카지노업계의 대부로 불리는 셸던 아델슨 샌즈그룹 회장은 올해 2월 방한해 "한국에 카지노 설립 허가가 나면 단독으로 40억~60억달러(약 4조3000억~약 6조5000억원)를 투자할 수 있다"고 말했다. 대신 전제를 붙였다. 내국인도 출입할 수 있는 '오픈 카지노'여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엔 내국인이 출입할 수 있는 카지노는 강원랜드 한 곳 뿐이다.

오픈 카지노를 도입한 싱가포르는 어떨까. 복합리조트가 관광, 교통 등 민간소비 활성화에는 기여했지만 내국인 입장이 가능한 오픈 카지노의 운영으로 사행심리가 확산되고 도박 중독으로 인한 개인과 가족 피해가 발생하는 점이 부작용으로 지적된다.

마리나베이샌즈 호텔 카지노 입구. 싱가포르 시민이거나 영주권을 가진 사람은 입장할 때마다 100싱가포르달러를 내야 한다. 외국인 관광객은 여권만 있으면 들어갈 수 있다.

◆카지노 60%는 내국인‥정부 각종 규제에도 도박중독률 상승

싱가포르의 카지노 방문객 중 약 60~70% 가량은 내국인으로 추정된다. 이에 따라 정부는 내국인들의 무분별한 카지노 출입을 막기 위해 입장료 제도를 도입했다. 하루 동안 카지노를 출입하려면 100싱가포르달러(약 8만4000원)를 내야 한다. 연간 입장료는 2000싱가포르달러(약 167만원)다. 이 조치는 카지노 중독을 막기 위한 것으로, 이 돈은 카지노가 갖는 것이 아니라 모두 도박중독자 치료를 위해 쓰여진다.

하지만 업계는 내국인에 대한 입장료·연회비 부과는 카지노 수요 억제 효과가 없으며, 대규모 복합리조트 때문에 싱가포르 내 사회적 취약계층의 카지노 중독이 발생하기 쉬운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싱가포르의 게임중독방지위원회(NCPG)가 지난해 2월 발표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18세 이상 싱가포르 성인의 도박 참여율은 2008년 54%에서 2011년 47%로 하락한 반면, 전체 싱가포르 거주민의 도박 중독 비율은 2008년 1.2%에서 2011년 1.4%로 증가했다. 도박하는 사람은 줄어든 반면 중독 비율은 더욱 올라간 것이다.

카지노 출입이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자 싱가포르 정부는 올 1월 카지노 관리 법규에 '카지노 24시간 이용 불가' 등의 신규 조항을 포함시켰다. 100싱가포르 달러의 1회 입장료를 내더라도 24시간만 카지노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정부는 또 재정적으로 취약한 싱가포르 시민 및 영주권자의 카지노 출입을 제한하는 카지노 방문 횟수 제한 제도도 올 6월부터 실시하고 있다. 이 조치로 약 4000명~6000명의 카지노 방문이 제한된 것으로 추정된다.

싱가포르 영주권 소지자인 김하나씨는 "주위에서 도박 중독자를 보는 경우가 꽤 있다"며 "100달러의 입장료를 내야 하고 정부 규제도 심하지만 싱가포르 시민의 도박 중독률은 꾸준히 상승하고 있어 정부의 골칫거리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