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0월 무역지수 및 교역조건 (자료 = 한국은행)

지난 22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13년 10월 무역지수 및 교역조건’ 내역을 보면 10월 순상품교역조건지수는 작년보다 3.2% 가량 늘었고 소득교역조건지수는 같은 기간 12.2% 증가했습니다. 이 두 지수는 무엇을 뜻하며 우리나라 경제 상황과는 어떤 관련이 있을까요.

순상품교역조건지수와 소득교역조건지수는 수출과 수입으로 대외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 경제의 교역조건을 살펴볼 수 있는 지수입니다. 즉 국내 상품을 해외로 수출할 때 여건이 괜찮은지, 외국산 제품을 국내로 수입하는 것이 더 이익인지 따져볼 수 있는 기준이 됩니다.

순상품교역조건지수는 우리나라가 해외에 물건 한 개를 수출하고 받은 돈으로 외국산 물품을 몇 개나 수입할 수 있는지 알 수 있는 지표입니다. 이 값은 수출단가를 수입단가로 나눈 후 100을 곱해 알 수 있습니다.

올해 10월 기준 순상품교역조건지수는 89.2를 기록했습니다. 이 지표는 해외에 우리 물품 하나를 팔아 받은 달러로 같은 종류의 외국품 0.892개를 사올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다시 말해 우리 물품을 팔아 번 돈으로는 외국 물품을 제대로 사올 수 없으니 수출해서 벌어들인 돈 보다 수입할 때 쓰는 비용이 더 크다는 뜻 입니다. 순상품교역조건지수가 100이하로 내려갈수록 우리나라 경제 상황은 나빠지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순상품교역조건지수는 2010년 100을 기준으로 지난 2012년 4월에는 84.6까지 내려갔다 최근 들어 다시 오르고 있습니다. 전날 조선비즈의 ‘교역조건 8개월 연속 개선…원자재 등 수입가격 하락’이라는 기사를 보면 “원자재 등 수입가격이 수출가격 하락 폭 보다 크게 내려서 순상품교역조건지수가 개선됐다”고 분석했습니다. 이는 무슨 뜻 일까요?

산업의 근원이 되는 원자재는 하루 아침에 수입 물량을 줄이기 어렵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따라서 원자재의 가격이 오르고 내림에 따라 전체 수입가격도 비례해 움직입니다. 지난 21일 블룸버그는 골드만삭스가 낸 보고서를 통해 “내년 말 금 값이 온스당 1050달러선까지 내릴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이어 “금 뿐만 아니라 철광석, 콩, 구리 등 원자재 가격이 하락 흐름을 이어갈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이처럼 원자재의 값이 하락해 수입 물량을 들여오는 가격이 크게 내렸다면 우리나라 입장에서는 수입을 할수록 이익이 나겠죠. 순상품교역조건지수는 오르고 교역조건은 개선됩니다.

한편, 순상품교역조건지수는 가격 동향만 반영할 뿐 물량이 늘어나고 줄어드는 상황을 반영하지 못합니다. 이 한계를 보완하고자 교역 물량까지 반영한 지수가 소득교역조건지수인데요, 소득교역조건지수는 수출해 받은 총액으로 수입할 수 있는 외국산 제품의 양을 말합니다. 가령 국내 생수 100병을 판 돈으로 외국 생수 120병을 사올 수 있다면 소득교역조건이 개선됐다고 볼 수 있습니다. 소득교역조건지수는 순상품교역조건지수에 수출물량을 곱해서 구할 수 있습니다.

순상품교역조건지수와 소득교역조건지수는 꼭 비례해서 움직이는 것은 아닙니다. 예를 들어 수출가격을 10% 인하해서 총 수출물량이 50% 늘었다면 이익은 이전보다 훨씬 더 커져 소득교역조건지수는 개선된 것으로 나올 수 있습니다. 그러나 순상품교역조건지수는 수출 가격만 비교하기 때문에 교역조건이 악화된 것으로 나올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