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로템이 한국철도공사(코레일)를 상대로 제기한 KTX-산천 지체상금(지체 보상금) 반환 소송에서 승소했다.
22일 코레일과 관련업계에 따르면, 법원은 지난달 현대로템과 코레일의 KTX-산천 지체상금 반환 소송에서 현대로템의 손을 들어줬다.
이번 승소로 현대로템은 이미 지급한 141억원의 지체상금을 돌려받을 수 있게 됐다. 하지만 현대로템은 돌려받아야 할 돈이 더 있다며 항소를 제기했고, 코레일도 결과에 불복해 똑같이 항소를 제기한 상태다. 소송 결과에 따라 현대로템은 500억원 정도까지 추가로 받을 수 있을 전망이다.
지체상금은 KTX-산천 제작사인 현대로템이 납기를 제대로 맞추지 못했을 때 코레일에 지급해야 하는 금액이다. KTX-산천은 제작 및 시범운영 단계에서부터 여러 문제들이 드러났고, 실제 운행 중에도 고장이 나는 등 불안한 모습을 보였다. 이 때문에 코레일은 현대로템과 KTX-산천 고장 문제를 놓고 계속 줄다리기를 벌였다. 이 과정에서 현대로템은 KTX-산천 납기가 늦어지면서 지체상금을 물게 된 것이다.
문제는 이 지체상금에 상한선이 없기 때문에 기하급수로 늘어날 수 있다는 점이다. 철도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해외의 경우 지체상금에 한도가 있지만, 코레일은 별도의 한도를 두지 않아 납기를 지키지 못한 업체가 물어야 할 지체상금이 해외보다 많은 편이다. KTX-산천 납기를 못 지킨 현대로템이 물어낸 지체상금만 800억원 이상으로 추정된다. 한 철도업계 관계자는 "코레일은 지체상금을 떼어 내고 KTX-산천 비용을 지불했는데 금액이 크다보니 현대로템도 견디지 못하고 소송을 제기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번 소송 결과가 코레일과 현대로템이 벌이고 있는 다른 법정 다툼에 영향을 줄지도 관심사다. 현재 코레일과 현대로템은 KTX-산천을 놓고 여러 건의 소송을 진행 중이다. 현대로템이 1심에서 승소한 지체상금 문제 외에도 코레일이 현대로템을 상대로 제기한 피해구상 소송도 현재 재판이 진행 중이다. 이 소송은 KTX-산천의 잦은 고장 때문에 코레일이 영업에 피해를 봤다며 제기한 소송이다.
일각에선 코레일과 현대로템이 철도 이용객 안전은 뒤로 하고 법정에서 책임 떠넘기기에만 급급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 국정감사에서도 국회 국토교통위 정우택 의원(새누리당)이 "10년간 코레일이 고속철도 부품업체에 지체상금을 부과한 경우가 343건이나 된다"며 KTX 안전 관리감독을 철저히 할 것을 주문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