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그룹은 내년에 투자를 확대할 계획인 것으로 나타났다. STX·동양 등 일부 그룹이 재무적 어려움을 겪으며 구조조정 중이지만 대다수 그룹은 내년 중 글로벌 경기가 반등할 것으로 내다보고 "본격적으로 투자에 나설 때"라고 판단하고 있는 것이다.

20일 본지가 30대 그룹 주요 계열사의 CEO(최고경영자), CFO(최고재무책임자) 등을 상대로 내년도 경영 계획에 대해 설문조사한 결과 "이익금을 신규 투자에 우선적으로 쓰겠다"고 응답한 곳이 15개 그룹이었다. '위기에 대비한 유보'와 '차입금 상환'은 각각 8곳, 6곳이었다.

이는 작년 이맘때 본지가 조사한 결과와는 정반대다. 작년 11월 본지가 20대 그룹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서는 60%에 이르는 12개 그룹이 수익금을 '차입금 상환'이나 '위기에 대비한 내부 유보'에 우선적으로 쓰겠다고 답했다. 수익금을 '신규 투자'에 우선적으로 쓰겠다는 그룹은 8곳(40%)에 불과했었다.

국내 대기업은 최근 수년간 급변하는 대내외 환경에 대응한다는 명분으로 투자를 하지 않고 사내유보금(기업이 쌓아둔 현금 포함한 잉여금)으로 쌓아두는 바람에 한국 경제가 활력을 잃었다는 우려가 많았다. 기업 경영 평가 사이트인 CEO스코어는 국내 10대 그룹 82개 상장사의 사내유보금이 올 상반기 기준 477조원으로 3년 전인 2010년 말 331조원에 비해 43.9% 급증했다고 밝혔다.

이번 조사에서 내년 투자액을 올해보다 줄이겠다고 한 곳은 4개 그룹(13.3%)에 불과했다. 반면 2개 그룹이 올해보다 30% 이상 투자를 늘리겠다고 하는 등 모두 9개 그룹(30%)이 투자를 늘리겠다고 응답했다. 15개 그룹(50%)은 올해 수준으로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기업 경영에 가장 큰 걸림돌을 묻는 질문(복수 응답)엔 '일감 몰아주기 규제'(25.4%)와 '통상임금 확대(22.0%)' 논란 등을 꼽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