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이 은행·증권·보험사로부터 걷는 감독분담금을 올해 1980억원에서 내년에 2530억원으로 27.8% 올리겠다고 금융위원회에 신청했다. 금감원은 분담금을 더 걷어 올해 42억원인 급여성 복리비를 내년에 58억원으로 16억원 늘리고 임금도 5% 이상 올려달라고 요구했다. 금감원이 요청한 임금인상률은 올해 은행권 임금인상률(2.8%)의 배(倍) 수준이다.
20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감원은 이런 내용을 담은 2014년도 예산 계획안을 금융위에 보고했다. 계획안에 따르면 올해 2933억원인 금감원 총 예산은 내년에 3416억원으로 16.5% 늘어난다. 금감원은 금융회사로부터 걷는 감독분담금과 기업들이 회사채 등을 발행할 때 내는 발행분담금이 전체 예산의 약 95%(2013년 기준)를 차지하는데 올해 792억원인 발행분담금은 내년에 739억원으로 예상했다. 내년에도 회사채 시장이 어려워 회사채 발행 물량이 줄어들 것으로 본 것이다.
금융회사들은 내년에 감독분담금을 대폭 올리겠다는 금감원 계획에 불만을 표시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분담금을 올리면 금융회사는 낼 수 밖에 없지만 내년에도 경기가 불투명한데 감독분담금이 30% 가까이 오르는 것은 부담이 된다"고 말했다.
금감원이 분담금을 과다하게 책정한다는 지적은 그동안 꾸준히 제기됐다. 감사원이 2007년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감독분담금은 99년 출범 당시 547억원에서 2006년 1879억원으로 연평균 19.3% 증가했다. 인건비와 복리성 경비가 이 기간에 연평균 12.9%씩 늘었기 때문이다. 2008년 2006억원까지 늘었던 감독분담금은 2010년에 1694억원으로 줄었지만 2011년 1867억원, 2012년 1973억원으로 다시 매년 늘고 있다.
금감원은 감독분담금을 걷은 다음 쓰고 남은 금액은 금융회사에 돌려주는데 2008년부터 작년까지 반환한 금액은 총 1219억원에 달한다. 송광호 새누리당 의원은 지난달 금감원 국정감사에서 "금융회사들이 그 돈을 금감원 계좌에 묵히지 않고 다른 곳에 투자했다면 더 많은 부가가치를 창출했을 것"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금감원은 불공정 거래 등 신규 감독 수요가 늘고 낙후한 금감원의 복지 수준을 개선하기 위해서 예산 증액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금감원의 복지 수준은 다른 금융 공기업과 비교해 낮은 수준"이라며 "우수한 인력을 붙잡아 두고 직원들의 사기를 높이기 위해 예산 증액을 요청했다"고 말했다.
금감원 직원의 지난해 평균 보수액은 9196만원으로 14개 금융 공기업 가운데 중간 수준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2008년부터 3년간 임금이 동결되거나 삭감됐기 때문에 누적 인상률은 낮은편"이라며 "같은 근무 연수의 한국은행 직원과 비교하면 임금이 20~30% 정도 낮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금융위에 신청한 내년도 예산안은 금감원의 희망사항이고 신청한대로 확정될 가능성도 낮다"며 "금융소비자 보호 문제가 부각되면서 감독 수요가 늘어날 것에 대비해 요청한 것"이라고 말했다. 금감원은 올해 전체 예산도 작년보다 10% 이상 올려달라고 요청했지만 실제 인상률은 3.1%에 머물렀다.
금융위는 다음 달까지 금감원이 신청한 예산안을 심사해서 임금인상률 등을 결정할 계획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금감원이 감독분담금을 과다하게 걷는다는 지적이 나온 만큼 인건비 등 지출을 최대한 줄일 수 있도록 심사할 계획"이라며 "임금인상률 등은 공공기관 예산편성지침에 따라 2% 안팎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