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고용률 70% 달성을 위해 시간선택제 일자리 도입 방침을 밝힌 후 삼성, 롯데, 신세계 등 대기업들이 내년 상반기까지 시간선택제 직원 1만명 가량을 채용하겠다고 나선 반면 은행권은 시간선택제 채용에 유독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20일 은행권에 따르면 지금까지 시간선택제 채용 방침을 밝힌 은행은 신한은행과 기업은행 두 곳이다. 신한은행은 2016년까지 경력단절 여성 500명을 리테일서비스 직군으로 채용하기로 했다. 오후 4시간 근무를 통해 영업점 입출금 업무를 주로 담당하며 4대보험과 각종 복리후생, 정년 등이 기존 정규직과 동일하게 보장된다. 기업은행은 지난 8월 이와 동일한 조건의 시간선택제 일자리에 110명을 채용했다.

기업은행이 지난 8월 시간선택제 일자리 채용공고를 냈을 당시 2000명이 넘는 지원자가 몰렸을 정도로 일자리에 대한 관심은 뜨겁지만 현재 이 두 곳을 제외한 은행들은 시간선택제 채용 계획이 없는 상태다.

채용계획이 없는 은행은 이미 유사한 형태의 파트타임 일자리를 운영하고 있거나 수요가 없기 때문이라고 이유를 설명한다. 국민은행의 경우 현재 4대보험과 정규직 수준의 복리후생 등을 적용받는 파트타이머 300명을 고용하고 있어 추가 채용보다는 이들을 정규직화하는 방안에 집중하겠다는 입장이다. 외환, 우리, 하나은행은 추가 인력 수요가 없어 시간제 일자리는 지금처럼 각 영업점이 자율적으로 채용하겠다고 밝혔다.

대규모 시간선택제 채용의 필요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곳도 있다. 채용 계획이 없는 한 은행 관계자는 "은행은 민감한 개인정보를 다루는 곳이라 채용에 신중을 기하려는 것"이라며 "시간선택제 일자리를 채용한다면 내년에 고졸 채용이 그만큼 줄어들 수 있고, (시간선택제 일자리가) 정년이 보장되는 정규직 채용인 만큼 추후 노사 관계가 복잡해질 우려도 있다"고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유경준 한국개발연구원(KDI) 인적자원연구부장은 "은행업은 서비스업이지만 IT 연계업무 등 전문성이 요구돼 은행 입장에서는 (시간선택제 채용이) 비용 대비 효용이 낮다고 판단할 수도 있다"며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은행은 출산휴가를 떠나는 여성 직원을 대체할 인력을 얻을 수 있고, 구직자는 육아와 양립가능한 양질의 일자리가 생긴다는 점에서 점차 은행권에서도 시간선택제 일자리 채용은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