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량용 반도체와 레이더, 카메라 기술이 눈부시게 발전하면서 첨단차 개발 경쟁에 불이 붙었다. 지난 10년간 글로벌 혁신이 휴대폰 업계에서 나왔다면 앞으로는 자동차가 주도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올해 연구·개발비 투자 규모가 많은 글로벌 기업 20위 안에 자동차 업체 9곳이 이름을 올렸다.

오는 26일 출시되는 신형 제네시스에는 이산화탄소(CO₂) 감지 센서가 달렸다. 조수석 수납함 아래쪽에 숨어 있는 이 센서는 달리는 차의 실내 CO₂ 농도를 감지해, 기준치 이상이 됐을 때 공조장치로 즉각 정보를 보낸다. CO₂ 농도가 다소 짙어진 상태면 일단 외부 공기를 실내로 유입하는 '외기모드'로 전환하는데, 그래도 수치가 확 떨어지지 않으면 강제로 공기순환 모터를 켜서 적극적으로 공기를 바꿔준다. 센서 한쪽 램프에서 반대편 감지부로 적외선을 쏘아 도달한 값을 측정하는 방식을 썼다. 공기 중 CO₂ 분자가 4.3㎛(마이크로미터) 파장의 적외선만 흡수하기 때문에 남은 적외선량으로 CO₂ 농도를 추산할 수 있다.

졸음운전을 방지하기 위해 개발된 이 장치가 장착된 차는 제네시스가 세계 최초다. 장거리 여행 때 온 가족이 잠에 빠지면 운전자마저 꾸벅꾸벅 조는 아찔한 상황에서 이 기능이 빛을 발할 것으로 보인다.

차량용 반도체, 레이더, 카메라, GPS 시스템 등의 눈부신 발전 덕분에 첨단 차량 기술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80년대 외화 시리즈 '원격 Z 작전'(원제 '나이트 라이더')에 나오는 첨단 무인자동차 '키트'가 갖췄던 영리함에는 못 미치는 수준이지만, '주인님'이 알아채기도 전에 완벽한 주행 상태를 유지하려는 다양한 아이디어만큼은 키트를 능가하고 있다.

알아서 길 읽고, 스스로 공기 정화

출시를 일주일 앞둔 현대차 신형 제네시스의 외관(위)과 인테리어 그래픽(아래).

메르세데스-벤츠가 지난 8월 유럽에서 먼저 공개하고 이달 말 국내에도 선보이는 신형 S클래스에는 도로 요철을 미리 읽어내고 대처하는 신기술이 들어가 있다. 룸미러 뒤쪽 블랙박스를 다는 부분에 설치된 스테레오 카메라(입체 카메라)가 15m 전방에서 다가오는 길 표면 상태를 재빨리 읽는다. 한쪽에 움푹 파인 부분은 없는지, 미세하게 높낮이 차이가 있는지, 혹시 자갈·돌이 뿌려져 있진 않은지 스캔한 뒤 네 바퀴로 정보를 보내 댐핑(진폭흡수) 시스템이 작용할 정도를 조절한다.

시속 130㎞로 달리면서도 3㎜의 오차까지 잡아내는 이 시스템은 사람 눈으로 길 상태를 확인하고 대처하는 속도의 한계를 크게 뛰어넘는다. 스테판 시트린스키(Cytrynski) 벤츠 매직보디컨트롤 프로젝트 매니저는 "비행기를 타고 활공하듯, 카펫 위를 미끄러지듯, 어떤 상황에서도 부드럽고 편안한 승차감을 구현하려는 게 이 기술의 콘셉트"라고 말했다.

볼보자동차는 보행자 식별 기능을 넘어서 자전거를 타고 달리는 사람의 돌발 행동까지 감지해내는 '사이클리스트(자전거 이용자) 감지 시스템'을 개발해 V40, S60 등 7개 모델에 탑재했다. 차량 전면 그릴에 장착된 광각 듀얼모드 레이더와 전면 유리 상단부의 고해상도 카메라가 합동으로 전방과 측방에서 자전거를 타고 이동하는 사람들을 찾아낸다. 차의 진행 방향 안으로 급히 들어오는 자전거가 발견되면 중앙제어장치로 신호를 보내 운전자에게 경고음을 보내고, 사고를 피하기엔 늦었다고 판단될 경우 운전자의 행동을 기다리기 전에 스스로 브레이크를 밟는다.

깜깜한 밤길에 적외선 열화상 카메라로 사람을 식별하는 기능은 이미 일반화됐다. BMW는 신형 7시리즈에 동물과 사람을 구별하는 기능을 추가했다. 동물과 사람의 보행 패턴 차이를 구별해, 동물로 판단되면 깜빡이는 빛을 쏘아 차가 다가간다는 사실을 알리고, 운전자에게는 사슴 모양의 경고 표시를 보낸다.

격화되는 기술개발 경쟁

주요 자동차 업체들이 속속 내놓는 각종 첨단 기술의 끝엔 결국 무인자동차가 있다. 각 업체는 차가 스스로 복잡한 상황을 판단해 다른 차와 다가오는 사람, 자전거, 동물을 모두 피해 신호를 정확히 읽으면서 목적지까지 매끄럽게 도착하는 시대가 2020년에는 열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구글 같은 실리콘밸리 기업들까지 IT를 앞세워 스마트카 개발 경쟁에 뛰어들면서, 앞으로의 첨단 기술 경쟁은 지금까지보다 한층 더 치열해질 전망이다. 보스턴컨설팅그룹(BCG) 조사 결과, 올해 연구개발비 지출 규모가 큰 글로벌 기업 20위권 내에 완성차 업체가 9개나 이름을 올렸다. GM·폴크스바겐·도요타는 물론이고 현대차·혼다도 포함됐다. 지난 2006년 대비 2011년 출원된 국제 특허는 내비게이션 분야가 43%, 서스펜션 분야가 35% 급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