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독특하게도 게임을 스포츠로 승화시킨 콘텐츠 강국입니다."

데이비드 김(한국명 김태현) 블리자드 게임 밸런스 디자이너(기획자)는 17일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에서 열린 국내 최대 게임전시회 '지스타 2013'에서 "한국은 게임 개발을 비롯해 소비, 유통까지 게임을 산업화하는데 성공한 국가로서 블리자드 내부에서도 한국 이용자들의 의견과 반응은 가장 중요한 포인트"라며 이같이 말했다.

김씨는 "한국의 e스포츠 선수들이 전 세계 게임대회를 휩쓸고 있는 것처럼 한국의 게이머들은 상상 이상의 실력을 갖추고 있다"며 "전 세계 게임 산업의 한 축을 한국이 담당하고 있다는 점에서 한국인으로서 자랑스럽다"고 덧붙였다.

데이비드 김 블리자드 게임 디자이너가 내년 초 베타베스트를 앞둔 '히어로즈 오브 더 스톰'의 포스터를 배경으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는 모습

김씨는 블리자드 소속의 몇 안되는 한국인 개발자다. 캐나다 게임 개발사에서 근무하다가 2007년 블리자드에 합류했다. 현재 '스타크래프트2'와 출시를 앞두고 있는 '히어로즈 오브 더 스톰'에서 캐릭터와 지도의 밸런스를 맡고 있다.

밸런스는 게임에서 캐릭터나 지형지물 같은 환경이 특정한 플레이어게만 일방적으로 유리하게 만들어지지 않도록 균형을 잡는 것을 뜻한다. 자신의 캐릭터가 다른 캐릭터에 비해 일방적으로 약하다면 이용자는 게임의 흥미를 잃을 수도 있다. 반대로 너무 강하면 사용자들의 캐릭터 선택이 한쪽으로 몰릴 수 있다. 이런 이유로 밸런스는 게임 품질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다.

김씨는 "최근 블리즈컨에서 열린 스타2대회 성적을 집계한 결과 테란, 저그, 프로토스 세 종족의 승률이 각각 30%씩으로 내부적으로도 놀랄만큼 좋은 균형을 보여줬다는 평가를 들었다"고 소개했다. 그는 "한국 게이머들은 게임에서 새로운 전략과 수준 높은 조작을 하는 등 다양한 시도를 하다보니 게임 개발자들에겐 까다로운 소비자에 속한다"고 말했다. 그만큼 발빠르게 균형을 맞추는 고도의 기술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히어로즈 오브 더 스톰 게임 화면.

출시한지 19년이 된 스타크래프트(이하 스타)가 여전히 인기를 끌고 있는 비결도 소개했다.

김씨는 "국내 시장에 1995년 처음 등장한 이 게임이 20년 가까이 지난 지금까지 사랑방고 있는 것에 대해 회사 내부에서도 놀라워하고 있다"며 "함께 모여 경쟁하는 것을 좋아하고 체스처럼 전략과 계산이 필요한 게임을 즐기는 한국인의 문화가 스타의 인기비결"이라고 설명했다.

김씨는 내년 초 베타테스트가 예정된 히어로즈 오브 더 스톰도 살짝 소개했다.
김씨는 "지스타에서 공개된 체험판에는 총 18명의 영웅이 등장하지만 영웅의 캐릭터는 계속 증가할 것"이라며 "현재 스타2에 등장하는 알타니스 캐릭터를 영웅으로 개발하고 있다"이라고 설명했다.

알타니스는 스타에서 프로토스 종족의 메인 캐릭터다. 스타를 좋아하는 게이머라면 누구나 잘 알고 있는 인물이다. 또 아르타니스는 이달초 미국에서 폐막한 블리즈컨(블리자드 축제)의 포스터의 주인공으로 등장할 만큼 전 세계 게이머들 사이에서 온갖 추측이 나돌기도 했다.

김씨는 "블리자드는 철저히 게임 이용자들의 의견에 따라 움직이기 때문에 게이머가 원한다면 일꾼(SCV)도 영웅이 될 수 있다"며 "과거 블리자드가 출시했던 게임의 모든 캐릭터는 영웅이 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게이머들의 의견을 기다리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스타크래프트에서 등장한 알타니스 캐릭터의 모습.

현재 일부 게임 매체를 통해 디아블로에 등장한 '바바리안(야만용사)'과 스타2의 '제라툴' 캐릭터가 영웅으로 개발되고 있다는 것은 알려진 사실이다. 하지만 알타니스가 히어로즈 오브 더 스톰의 영웅으로 개발 중이라는 사실은 개발자 언급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히어로즈 오브 더 스톰은 블리자드가 내년 상반기 베타서비스를 준비 중인 야심작이다. 이 게임은 최근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라이엇게임즈의 '리그오브레전드'와 같은 AOS(대전액션과 상대방의 건물을 공략하는 공성전이 결합된 게임) 장르의 게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