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의 성능을 결정하는 중요한 부품 가운데 하나가 바로 메모리다. 스마트폰에는 모바일 D램이라는 메모리가 들어간다. 모바일 D램은 PC에 들어가는 일반 D램보다 전력 소모가 적은 제품이다. 일반 D램은 모양이 모두 같아 어느 PC에나 꽂아 쓸 수 있지만 모바일 D램은 주문 제작하는 제품으로 모양이 각각 다르다. 당연히 일반 D램보다 비싸다.

현재 시장에서 살 수 있는 스마트폰 가운데 가장 모바일 D램이 많이 들어가 있는 제품은 삼성전자의 갤럭시노트3와 팬택의 베가 시크릿노트다. 두 제품은 3기가바이트(3GB) 메모리를 자랑한다. 내년 주요 제조업체들이 내놓을 최고급 스마트폰에도 3기가바이트 메모리가 들어간다.

현재 3기가바이트 모바일 D램을 만드는 회사는 삼성전자가 유일하다. SK하이닉스는 연말이나 내년 초 3기가바이트 제품을 양산할 계획이다. 삼성전자가 3기가바이트 메모리를 만드는 과정은 생각보다 복잡하다. 4기가비트(Gb) 메모리칩을 만들어 6개를 묶어 24기가비트 제품을 만든다. 8비트(bit)는 1바이트(byte)다. 즉 24기가비트는 3기가바이트다. 경쟁업체들도 4기가비트칩을 만들지만 이것을 묶어서 3기가바이트칩을 만들지는 못한다.

지난 7월 하이닉스는 8기가비트 칩을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는 보도자료를 냈다. 재밌는 것은 그리고 석 달이 지난 10월 말 하이닉스가 이번엔 6기가비트칩을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는 자료를 발표한 것이다. 상식적으로 6기가비트보다 8기가비트가 더 만들기 어렵다.

그런데 굳이 하이닉스가 6기가비트 제품을 만든 이유가 있다. 바로 내년 3기가바이트 메모리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메모리칩은 반드시 짝수를 써야 한다. 쉽게 말해 6기가비트 제품 3개나 5개를 써서 제품을 만들지 못한다는 것이다. 메모리칩이 쌍으로 움직이기 때문에 셋째나 다섯째 칩은 일하지 못하고 놀아 버린다. 6기가비트칩 4개를 묶어서 24기가비트 즉 3기가바이트 모바일 D램을 만들겠다는 의도다.

다른 재미있는 사실은 현재는 4기가바이트 이상 용량의 메모리를 만들어도 쓸 수가 없다는 것이다. 32비트인 안드로이드 운영체제와 안드로이드용 AP가 4기가바이트 이상 메모리를 인식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반면 애플의 최신 아이폰은 64비트 칩과 운영체제를 사용해 이런 제한이 없이 메모리를 끼워 넣을 수 있다. 그러나 애플은 아이폰에 메모리를 달랑 1기가바이트만 넣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