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케어 산업이 신성장 동력이 되기 위해서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구체적으로 개발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리처드 바커 영국 지속 가능한 의료혁신센터 대표는 14일 서울 소공동 웨스틴 조선호텔에서 열린 '헬스케어 이노베이션 포럼'에서 "지속 가능한 헬스케어 산업을 만들려면 의료 비용을 줄여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제도가 유연해져야 한다"면서 이렇게 말했다.

바커 대표는 25년간 미국과 유럽의 생명과학·제약 의료 정보학 분야에서 활약한 컨설턴트다. 글로벌 컨설팅 회사 매킨지의 헬스케어 분야 유럽대표와 IBM 헬스케어솔루션 부문 총괄 매니저를 역임한 바 있다.

◆ "낭비되는 비용 줄이려면 규제 간소화해야"

바커 대표는 먼저 헬스케어 산업이 지속 가능한 산업이 되기 위해서는 각종 비용을 줄여야 한다고 말했다. 헬스케어 관련 기술을 개발하는 과정을 간소화해 사회적 비용을 줄여야 한다는 것.

리처드 바커 영국 지속 가능한 의료혁신센터 대표가 14일 열린 헬스케어 이노베이션 포럼에서 지속가능한 헬스케어 산업을 위한 조건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다

그는 신약 개발 과정을 예로 들었다. 다양한 질병이 나타나는 만큼 신약 개발 과정은 점점 복잡해지고 있다. 정부의 규제나 허가 규정도 점점 복잡해지는 추세다. 제약회사는 여러 관문을 통과하면서 환자에게 새로운 약이 가치가 있다는 것을 증명해야 한다. 기초 연구에서 시작해 임상시험 단계를 거치고, 허가까지 받는 이 과정에 엄청난 돈이 들어간다.

하지만 신약으로 허가를 받는다 해도 병원이나 의사가 선택하지 않으면 제품이 사장되기도 한다. 바커 대표는 "안전을 위한 절차지만, 잘 살펴보면 전체 비용의 3분의 1 정도가 낭비되고 있다"며 "비용 낭비와의 전쟁까지 필요한 상황"이라고 했다.

그는 비용 낭비를 막기 위해서는 제도의 유연성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미국은 희귀질환의 경우 새로운 의약품을 조기에 승인해 환자 맞춤형으로 제공하고 있다. 한 백혈병 치료제가 해당 제도를 통해 실제로 유통되고 있다고 바커 대표는 설명했다.

그는 또 유럽의 적응 라이센스(adaptive license)도 좋은 예라고 소개했다. 시행착오를 줄이기 위해 환자와 약을 만든 회사, 보험회사 등이 협업해 효과성과 안전성을 공동으로 입증하는 방식이다.

◆ 융합은 필수, 구체적 비즈니스 모델 만들어야 성공

바커 대표는 이어 기술 융합이 없으면 헬스케어 산업이 지속 가능한 성장을 할 수 없다고 했다. 그는 "기술 융합에는 엄청난 잠재력이 존재한다"면서 "헬스케어 산업은 다른 산업과의 융합을 통해 전혀 새로운 산업으로도 변신할 수 있다"고 말했다.

14일 열린 헬스케어 이노베이션 포럼에서 리처드 바커 영국 지속 가능한 의료혁신센터 대표의 강연하는 모습

바커 대표는 또 한국이 헬스케어와 기술 융합의 가장 앞선 국가라고 했다. 바커 대표는 "한국은 헬스케어 기술 융합을 조기에 적용하고 있는 국가라고 생각한다"라며 "영국의 옥스퍼드 같은 대학은 물론 다른 어느 나라보다도 한국이 많은 시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헬스케어 산업을 활성화해야 한다는 점은 모두가 알고 도전하는 기업도 많지만, 구체적인 비즈니스모델이 부족한 점을 문제로 지적했다. 헬스케어 산업은 1%의 환자들이 20% 이상의 비용을 쓰는 구조다. 고령화 사회가 되면서 80~90대 인구가 급증하는 것 역시 비용 압박을 키우고 있다. 이것은 산업계 입장에서는 기회의 요인이다.

하지만 이를 감당할만한 구체적인 비즈니스 모델은 많지 않은 상황. 바커 대표는 "여러 병을 한번에 앓는 환자가 많아지면서 응급실 비용이 급증하고 있다"면서 "이런 상황은 큰 시장을 창출할만한 환경을 제공하지만, 제대로 된 사업 모델을 제시하는 곳은 많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 시장에 도전하는 것이 꼭 대기업이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면서 "작은 회사라도 구체적인 사업 모델을 먼저 만들어내면 시장을 선점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