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금리 상당기간 동결 시사…"근원물가ㆍ기대인플레이션 높아"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시장의 예상대로 기준금리를 현행 연 2.50%로 6개월 연속 동결했다. 금통위는 세계경제와 국내경제가 회복기조를 유지하고 있다고 밝혀 지난달과 같은 경기인식을 나타냈다. 이와함께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와 예산 및 부채한도 협상 등 불확실성이 남아 있다는 판단도 그대로였다.

전문가들은 금통위가 상당기간 금리 동결 기조를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고 관측하고 있다. 특히 유럽중앙은행(ECB)의 전격적인 금리인하 이후 우리나라에서도 고개를 들고 있는 '금리인하론'의 실현 가능성도 희박해 보인다. 김중수 총재는 이날 브리핑에서 "설비투자 증가율이 전월대비로 9월 -4.1%였지만 10월에는 플러스로 반전하고 그 폭도 작지 않을 것"이라며 "근원물가와 기대인플레이션이 기준금리를 인하한 유럽보다 높다"며 금리인하 가능성이 없음을 시사했다.

금통위는 14일 정례회의를 열고 11월 기준금리를 현행 연 2.5%에서 동결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금통위는 지난 5월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내린 이후 동결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 "세계경제, 국내경제 모두 회복세 유지"

금통위는 이날 발표한 '통화정책방향'에서 기준금리 동결 이유로 세계경제와 국내 경제가 회복기조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을 들었다.

미국 경제에 대해서는 '일부 경제지표의 개선추세가 일시 주춤하였으나'라는 표현을 새로 넣었으나 여전히 '경기가 회복기조를 유지했다'고 평가했다. 유로 지역도 '경기부진이 완화됐다'고 하면서 '미약하게나마'라는 표현을 새로 넣었다.

국내 경제에 대해서는 '내수관련 지표가 일시 부진했으나'라는 표현이 지난달과 달랐지만 '수출이 호조를 이어가면서 경기는 추세치를 따라 회복세를 지속했다'고 밝혔다. 지난달에는 '수출이 호조를 보이고 내수도 개선되면서 완만한 성장세가 지속됐다'라고 했는데 이번에 '추세치를 따른 회복세'를 언급한 것은 지난 3분기 국내총생산(GDP)의 전분기대비 성장률이 1.1%를 기록해 지난달 한은이 전망한 1.0%를 웃돌았다는 점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한은이 금통위에 보고한 '최근의 국내외 경제동향'에서도 '국내 경기는 회복세를 지속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한다'고 밝혔다. 9월중 내수 및 생산 관련 지표가 감소했으나 이는 추석연휴에 따른 조업일수 감소, 자동차 파업 등 일시적 요인이라는 설명이다. 10월 수출은 사상최고치를 경신했다는 점도 언급했다. 다만 성장경로에 대해서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 미국 정부의 예산 및 부채한도 협상 관련 불확실성 등 하방리스크가 우세하다'고 밝혔다.

◆ 김중수 총재, 기준금리 당분간 동결 시사

김 총재는 우리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는 설비투자와 관련해 "10월에는 마이너스에서 플러스로 돌아설 것이며 그 폭은 작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설비투자 전월대비 증감율은 7월 -2.6%, 8월 -0.1%, 9월 -4.1%로 부진했다. 이같은 발언은 경기회복 속도가 당초 전망했던 추세선을 따라 가거나 그보다 더 개선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 것으로 보인다.

한은은 지난달 발표한 '경제전망'에서 전분기대비 GDP 성장률을 올해 4분기 1.0%, 내년 1분기 0.9%, 2분기 1.1%, 3분기와 4분기 각각 0.9%로 예상했었다. 김 총재는 "한은 전망대로 내년 성장률이 3.8%를 기록하면 GDP 갭 마이너스가 내년 하반기쯤 해소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 총재는 물가에 대해서는 최근 기준금리를 인하한 유럽과 상황이 많이 다르다고 강조했다. 김 총재는 "유로 지역과 우리나라는 물가상승률이 0.7%로 같았지만 근원물가상승률이 유로지역은 0.8%, 우리나라는 1.6%로 우리나라가 훨씬 높다"며 "무상 보육, 무상 급식 등 정부 효과가 없었으면 근원물가가 2.1% 올랐을 것이다"고 말했다.

김 총재는 또 "우리나라가 선진국과 다른 것은 국민들의 기대인플레이션이 2.9%, 3%로 높다는 것"이라며 "공급측면 물가 하락 요인(국제유가, 농산물 가격 안정)이 언제 사라질지도 모른다"고 밝혔다. 경기가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 근원물가와 기대인플레이션이 여전히 높아 물가상승 우려가 있다는 것으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