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과 겨울만 되면 극심한 공급 부족에 시달리는 국내 전력 시장이 건설사들의 새 '블루 오션'으로 떠오르고 있다. 해외 발전 플랜트 시장 경험이 풍부한 건설사들은 발전소를 짓는 데 머무르지 않고, 직접 발전소를 관리·운영하는 쪽으로 사업 영업을 넓히고 있다. 국내 부동산 시장 침체의 탈출구를 에너지 관련 사업에서 찾겠다는 뜻이다.

시공 능력 평가 3위인 대우건설은 지난달 900㎿(메가와트) 규모의 LNG 복합 화력발전소 건설 공사를 수주했다. 경기도 포천 신북면에 짓는 이 발전소는 총공사비가 8360억원. 작년 대우건설 연간 매출액의 10.2%다. 이 수주가 주목을 받은 건 발전소 주인인 대우에너지가 대우건설이 100% 투자해 세운 회사이기 때문이다. 대우건설 서병운 상무는 "발전소는 내년 7월 착공, 2016년 12월 완공될 예정"이라며 "그때는 에너지 기업 면모를 갖춘 대우건설을 보게 될 것"이라고 했다.

대림산업이 내년 가동을 목표로 짓고 있는 포천파워.

대림산업과 태영건설도 경기도 포천 창수면에 내년 상업 생산을 목표로 LNG 복합 화력발전소를 짓고 있다. 1호기는 내년 6월, 2호기는 12월에 가동 예정이다. 총투자비가 1조4000억원인 이 프로젝트의 발주사는 포천타워. 포천타워 역시 대림산업이 지분 33.3%를 보유한 최대 주주이고, 태영건설도 15.6%를 갖고 있다. 대림산업 김윤 대표이사는 "발전소는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기 위해 전사적으로 역량을 결집해 추진 중인 핵심 프로젝트"라고 말했다.

삼성물산도 지난해 현대산업개발과 손잡고 발전소 건설·운영에 뛰어들었다. 경기도 동두천에 1716㎿짜리 LNG 복합 화력발전소를 짓고 있는데, 내년 12월 완공 이후에도 발전소 운영에 직접 참여할 계획이다. 발전소 운영 회사인 동두천드림파워는 한국서부발전이 지분 49%로 가장 많지만, 삼성물산과 현대산업개발도 각각 35%, 16%를 갖고 있다. 두 건설사 지분이 절반을 넘는다.

국내 건설사들이 이처럼 발전소 운영까지 보폭을 넓히는 이유는 부동산 시장 침체 속에서 단순한 공사 수주만으로는 성장 동력을 찾을 수 없기 때문이다. 국내 전력 시장이 매년 블랙아웃(대정전)을 우려해야 할 정도로 불안해 상당 기간 전력 사업 전망이 좋을 것이라는 계산도 있다.

국내 건설사 사이에 발전소 건설·운영권을 둘러싼 치열한 경쟁이 펼쳐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삼성물산 이종섭 부장은 "건설 경기가 예전 같지 않은 데다 수주 경쟁이 더욱 치열해져 새로운 시장 발굴이 절실한 상황"이라며 "발전소 관리·운영은 리스크(위험)는 있지만 수익성이 좋아 건설사들이 큰 관심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발전소는 한번 지으면 30년 이상 운영이 가능한 것이 장점이다. 장기적 수익 확보가 가능한 것이다. 또 규모가 큰 발전소는 한 해 매출이 1조원 이상에 이른다. 대림산업과 삼성물산이 짓는 포천·동두천 발전소는 모두 완공 이후 예상 연 매출이 1조5000억원을 웃돈다.

외국 건설사들이 대형 SOC나 플랜트 관리·운영에 참여해 짭짤한 수익을 올리고 있다는 점도 국내 건설업체에 자극이 됐다. 해외건설협회 김태엽 실장은 "유럽 등 선진국 건설업체 중에는 플랜트 공사 이후 수십 년간 관리·운영을 맡아 장기 수익을 올리는 경우가 많다"며 "우리 건설사들이 국내 시장에서 경험과 노하우를 축적하면 해외시장에도 진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