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애틀랜타 국제공항에서 85번 고속도로를 타고 한 시간 달려 도착한 기아자동차조지아 공장. 한창 자동차를 만드느라 정신이 없던 11일(현지시간) 오후, 완성차 조립라인에서 처음 마주친 자동차는 공교롭게도 현대자동차의 스포츠유틸리티차(SUV) '싼타페'였다. 두툼한 인상의 테일게이트(트렁크 문), 차체 군데군데 적용된 곡선을 보고 기아차 '쏘렌토R'이겠거니 생각했지만, 전면 통풍구 한 가운데에는 현대차를 상징하는 은색 'H'로고가 선명하게 새겨져 있었다.
기아차 조지아 공장은 쏘렌토R과 플랫폼(차의 기본 뼈대와 엔진·변속기 등)이 동일한 싼타페를 같은 라인에서 생산 중이었다. 각각 2005년과 2009년 미국에 진출한 현대·기아차는 이처럼 모델·차급은 물론, 브랜드까지 넘나드는 혼류 생산을 통해 공장의 생산성을 극대화하고 있었다.
◆ 기아차 공장에서 '싼타페' 생산하는 이유는?
현대차 앨라배마 공장에서 조지아 공장까지의 거리는 134㎞. 차로 한시간 반 남짓 떨어진 두 공장은 사실상 한 몸처럼 움직이고 있었다. 자동차의 동력 계통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엔진은 현대차 공장에서 만들어 기아차로 공급하고, 변속기는 기아차 공장에서만 만들어 현대차 공장에서 나눠쓴다. 두 공장에서 각각 엔진·변속기를 모두 만들때보다 훨씬 효율적이고 전문성도 높아진다.
스튜어트 카운테스 기아차 이사는 "조지아 공장은 설립 전부터 인력 배치, 생산 계획, 작업 환경 등 여러 부문에 걸쳐 효율성을 극대화할 수 있도록 많은 준비를 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분업화된 생산 공조 덕분에 조지아 공장은 2005년 앨라바마에 진출한 현대차 보다 4년 늦은 2009년 연말 생산에 들어갔지만, 만 4년여만에 누적 생산 80만대를 돌파하는 등 빠르게 생산량을 늘리고 있다.
현재 조지아 공장은 약 20만2400㎡(약 6만1000평) 크기에 프레스·차체·도장·의장 공장 및 변속기 공장, 모듈공장 등이 빼곡히 들어차 있다.
특히 용접 공장이 인상적이었다. 여러 명의 작업자가 차체에 붙어 용접 작업을 하고 있을 거라는 예상은 완전히 빗나갔다. 292대의 로봇으로 가득찬 용접 공장에서는 가끔 불꽃 튀기는 소리 정도가 들려올 뿐 단 한명의 작업자도 보이지 않을 만큼 자동화율이 높았다.
철판을 차체의 각부에 맞게 굽히고 펴는 프레스라인에서는 1분당 최대 15대분의 철판을 만들어냈다. 프레스라인 역시 현대차 싼타페를 동시에 생산할 수 있게 6분 만에 금형을 바꿔 끼우는 모습이 일사불란해 보였다. 도장 공장은 친환경 도장공법을 적용하고 저소음 운반설비 등을 갖추는 등 최적의 작업환경을 유지하고 있으며, 의장 공장의 경우 라인 사이드 공급 등을 통해 물류 동선을 최적화하고 품질완결시스템을 통해 품질 불량을 최소화했다.
◆ 3교대 안정화로 가동률 100%↑
2011년 도입한 3교대제는 기아차 조지아 공장의 가동률을 끌어올리는데 결정적 계기가 됐다. 기존 2교대제에서는 '10시간+10시간'체제로 근무했었지만, 3교대 전환 이후에는 '8시간+8시간+8시간' 체제로 바뀌었다. 덕분에 공장을 하루 24시간 빈틈 없이 가동할 수 있게 됐다. 최근 주간 연속 2교대제를 시행하면서 야간 근무를 철폐한 국내와는 정반대다.
직원들 입장에서는 근무 시간이 짧아져 연봉이 다소 줄었지만, 대신 가족과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이 늘어 3교대제로 전환하는데 직원들의 저항은 거의 없었다고 기아차측은 설명했다. 대신 회사에서는 토요일 근무 수당을 1.5배 늘리고, 인센티브를 추가해 연봉 감소에 따른 불만을 최소화했다
3교대제로 생산물량이 증가함에 따라 근무인원이 늘어난 것도 직원들이 3교대제를 반기는 이유다. 기아차 조지아공장은 3교대제 전환과 함께 823명을 새롭게 채용했다. 랜디 잭슨 기아차 조지아공장 인사팀장(부사장)은 "연봉이 줄어드는 대신 직업 안정성은 훨씬 높아진 셈이 되기 때문에 직원들이 3교대제를 반기고 있다"고 말했다.
기아차 조지아 공장은 당초 연간 30만대 생산 규모로 세워졌지만 3교대 전환 이후 추가 증설 없이도 연간 36만대까지 생산할 수 있게 됐다. 차 한 대를 생산하기 위해 투입되는 시간을 나타내는 'HPV'도 15.9시간으로, 국내 현대차 공장(28.4), 브라질 현대차 공장(21.2)보다 훨씬 짧아졌다.
기아차 조지아 공장에서 공정관리를 담당하는 클레이 밀러씨는 "많은 사람들이 내가 기아차에서 일하는 것을 부러워하고 또 자랑스러워 한다"며 "3교대제 도입 이후 일자리가 많이 창출되는 등 지역의 경제적 발전에도 도움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